평가가 안좋아서 그닥 볼 마음이 안났던 거였는데 저 솔직히 깔깔대면서 너무 재밌게 봤어요. 

박수치며 깔깔댔던 것. 이를테면 불꽃 주먹이나 클라이막스 전투를 앞둔 우리의 '사자'가 올 블랙으로 좍 빼입고 부아아앙 오도바이를 몰며 적진으로 향할 때랄지 전력 증강 아이템으로 레벨 업할 때 등등. 전반적으로 세련된 B급의 느낌이더라구요. 주인공이 칼만 안 든 완전 블레이드...


액션 구마인 만큼 악마들의 움직임이 좀더 아크로바틱하게 기괴했으면 좀더 좋았겠지만 액션씬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어요. 불로 팡팡 지져버리니까 시원한 느낌도 나고요(써놓고 보니 좀 잔인한데 연출은 안그래요). 악마들의 본거지인 클럽 이름이 '바빌론' 인 것에서 보듯 뻔한 장르영화 클리셰들의 섞어찌개인 영화입니다. 공포로서는 어중간하고 '사자' 혼자 다 해먹는 클라이막스는 그 긴장감이 함량 미달이에요. 쿠키도 뭣도 아닌 이상한 영상 덧붙이지 말고 다른 캐릭터를 이 부분에서 활용했어야지 하는 생각도 들고요. 빌런 역시 개성은 없고 뻔해요. 근데 명색이 수장이라는 사람이 필드를 누비며 궂은 일을 도맡으니깐 빌런 조직이 좀 없어뵈더란(...) 그래도 연기는 괜찮았습니다. 


감독 김주환의 영화는 처음봤는데 이 사람이 각본도 맡았더군요. 버디물 느낌도 좀 납니다. 캐릭터나 대사 합이 좋아요. 대사를 잘 쓰더군요. 안성기와 박서준 연기도 이에 한 몫 하구요. 안성기는 어쩔 수 없이 박신부 생각이 납니다. 검은 사제들의 김윤석도 괜찮았지만 안성기 힘뺀 연기도 참 좋았어요. 박서준, 이름만 들었지 연기를 제대로 본 것도 이 영화에서가 처음입니다. 연기 괜찮던데요?  


CG도 괜찮아요. 나중에 한 번 더 보려고요. 애정하는 한국 장르영화가 '전우치' 인데 이 영화도 목록에 낄 것 같아요. 하지만 전우치도 그렇고 이 영화도 흥행은 더 망이라는 거. 전우치 후속작이 나올 가망은 없고, 사자는 대놓고 후속작을 천명한 거 치고는 망해버려서 ㅠ 엑소시스트나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같은 진지한 오컬트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실망할 겁니다. 블레이드나 언더월드 요런 거 재밌어하시는 분들께 추천해요. 거기 주인공들과 비슷하게 계속 가죽옷입고 나와요. 가죽장갑도 껴줘요. 저는 사탄의 베이비시터보다도 재밌게 보았습니다. 여담이지만 맥지 영화는 스타일이 넘나 똑같아서 스타일리쉬가 아니라 이제는 고루해 보일 정도. 암튼 넷플릭스는 후속작 '사제'를 제작하라.. 제작하라.. (해외 로케는 빼고.. 테크노 음악 좀 깔아주고..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37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42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1745
113782 누구와 인사한 이야기 [2] 가끔영화 2020.10.27 324
113781 스포츠 중계에 나왔던 고양이 [2] daviddain 2020.10.27 565
113780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20대 [4] 산호초2010 2020.10.27 696
113779 [넷플릭스바낭] 여러분 '퀸스 갬빗'은 보시고 듀게질 하십니까 [23] 로이배티 2020.10.27 1454
113778 이런저런 이슈 잡담들 [8] 메피스토 2020.10.27 479
113777 [바낭] 상속세 [13] 가라 2020.10.27 966
113776 이건희, 이재용, 삼성, [17] 왜냐하면 2020.10.27 1127
113775 홈시어터를 장만하신 분 계세요? [4] ikmyeong 2020.10.26 555
113774 원작보다 잘 만든 것 같은 리메이크 영화들 뭐뭐 있나요 [11] 부기우기 2020.10.26 767
113773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1] 조성용 2020.10.26 663
113772 카사블랑카를 보고(고전영화를 봐야하는 이유) 예상수 2020.10.26 459
113771 김희선의 미모만 남기고 끝난 드라마 앨리스 [2] eltee 2020.10.26 765
113770 축구 소식들 [8] daviddain 2020.10.26 392
113769 [바낭] 엑스파일 시즌 8을 보기 시작했어요 [2] 로이배티 2020.10.26 800
113768 월요일, 플라자호텔, 우울 [1] 안유미 2020.10.26 518
113767 6개월 지연된 2020 토니 시상식 후보 발표 tomof 2020.10.26 987
113766 식물관객 사팍 2020.10.25 421
113765 연애와 결혼에 있어 양성은 얼마나 공정한가? [24] MELM 2020.10.25 1534
113764 이건희 회장 별세 [14] 예상수 2020.10.25 1460
113763 갑질, 아이린, 안철수 [3] 안유미 2020.10.24 118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