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C, 엑스박스로 출시된 어드벤쳐 게임입니다. 전체 3챕터로 분할 출시 & 판매되고 있으며 게임패스 유저들은 PC로든 엑박으로든 그냥 플레이 가능합니다. 스포일러는 없어요.




 - 다짜고짜 장총을 든 아줌마가 자기 자식인듯한 어린 아이를 부두에서 총으로 위협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어쩌고저쩌고 쿵! 하더니 어린 애 한 명이 경찰서에 앉아 울고 있구요. 시간이 흐르고 나면 청소년 교정 시설(?)에서 퇴소하며 짐을 싸는 다 큰 젊은 남성의 모습, 그리고 그 젊은이를 맞으러 가는 젊은 여성의 모습이 나오고... 남자애는 아까 그 엄마를 찌른 죄로 청소년 교정 시설에서 10년을 보냈고, 여자애는 살던 동네에 남아서 남자애를 기다렸나 봐요. 둘은 자기들 엄마를 자신들을 총으로 쏴 죽이려한 싸이코로 기억하기 때문에 '엄마' 대신 '메리 앤'이라는 본명으로 엄마를 지칭하며 대화를 나누고요. 둘은 사건 당시에 엄마와 함께 살던 낡은 집을 팔아치우고 근방의 다른 도시로 가서 새 삶을 살아보자며 그 집으로 향하는데. 대충 수리하고 팔아치우려던 그 집에서 의외의 단서들을 발견하면서 10년 전 사건의 진실을 파악해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 제작사 '돈노드'는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의 히트로 유명해진 회사죠. 이후로 프리퀄인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비포 더 스톰', 속편인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2', 그리고 뱀파이어가 나오는 오픈월드 액션 rpg 'Vampyr' 등의 게임을 발매하다가... 이번엔 마이크로 소프트 독점으로 이 게임을 내놓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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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1편이구요)


 이 회사의 어드벤쳐 게임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기믹'을 하나씩 끼워 넣는 게 전통인데요. 대표적으로 출세작인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의 시간 돌리기 장치는 꽤 신선하고 효과적이면서 스토리와도 잘 녹아드는 기믹으로 대호평을 받았었죠. 2편엔 딱히 기믹이라기보단 그냥 주인공이 염동력을 가진 초능력자였고. 이번 작품에는 남매 사이의 텔레파시 & 지난 기억을 형상화하는 능력이 등장합니다. 역시 게임 시스템의 일부로 작동하구요.


 또 한 가지 이 회사 게임의 특징이라면 특유의 뭐랄까. 좀 옛날 옛적 선댄스 영화들 같은 정서가 있어요. '유 캔 카운트 온 미' 같은 류의 분위기 있잖아요. 미쿡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잔잔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깔면서 정서는 좀 구슬프고. 거기에 하류 인생 캐릭터들이 나와서 힘들게 살아가다가 삶의 위기를 겪는 거죠. 이번 작도 마찬가지에요. 알래스카에서도 깡촌 시골 마을의 자연 풍광을 배경으로 느릿느릿 슬프게 전개되는 이야기입니다.


 근데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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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다시피 이게 2편입니다. 평가는 1편보다는 조금 못했지만 무난한 정도였던)



 - 뭐랄까. 이번 게임은 전작들에서 발전한 모습은 찾기 어렵고 오히려 좀 더 개성 없고 평범해졌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일단 위에서 말한 텔레파시&지난 기억 형상화 능력... 이라는 게 별로 쓸모가 없고 큰 재미를 주지도 않습니다. 그게 상황에 따라 선택해서 사용하는 게 아니라 그냥 써야될 상황이 되면 반드시 써야하는 식으로만 작동하다 보니 그냥 좀 특이한 연출이 나온다는 것 외엔 아무 의미가 없거든요.


 그리고 그 외엔 이제 남는 게 간단한 퍼즐이나 미니 게임 몇 개를 중간중간 끼워 넣은 건데 이거야 이 장르 게임이면 뭐든 다 들어 있는 수준의 평이한 것들이구요.


 결정적으로 스토리 중심 게임인데 스토리가... 막 나쁜 건 아니지만 크게 인상적인 포인트가 없어요. 주인공 둘 중 하나가 트랜스젠더여서 그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었는데 실제 스토리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부분은 거의 없다시피 하구요. 그렇다보니 걍 무난 평범한 스토리를 좀 특별하게 꾸미기 위해 이런 소재를 넣은 게 아닌가 싶어서 좀 불편한 느낌도 들고 그랬습니다. 또 이게 '어린 시절 기억과 실제 경험은 쉽게 달라진다'는 아이디어를 전개의 동력으로 삼는 이야기인데, 그것 자체는 괜찮은 아이디어지만 막판에 가면 정도가 좀 심해져서 (니들은 어떻게 그런 걸 까먹니???) 개연성도 떨어지구요. 또 사건의 진상이란 게 짐작하기가 너무 쉬워서 미스테리로서의 매력도 떨어지구요. 게다가 또 그 와중에... 게임의 진행 속도가 좀 느립니다. 스토리 전개도 느릿느릿, 캐릭터 걷기나 각종 움직임도 다 느릿느릿. 느릿느리잇...;;



 - 장점도 없지는 않아요. 


 일단 그래픽은 역대 이 회사 작품들 중 가장 낫습니다. 그래봐야 인물 그래픽이나 모션은 여전히 인디 게임 수준이고 자연 풍광 그래픽만 좀 좋아진 정도지만 그래도 그 풍광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몇몇 장면들은 꽤 보기 좋았구요.


 '도대체 이게 말이 되나' 싶긴 하지만 그래도 보기에 귀엽고 예쁜 것들이 자주, 많이 나옵니다. 무슨 주인공들 자체 제작 동화책이랑 이런저런 물건들이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데 퀄이 좋더군요.


 그리고... 음. 모르겠네요. ㅋㅋㅋㅋㅋ



 -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특별할 것 없는 스토리 중심 어드벤쳐 게임입니다. 위에서 투덜투덜 해놨지만 전반적으로 그냥 평타 정도는 되는 편이에요.

 아무 기대 없이, 이런 장르 게임을 많이 안 해 본 상태에서 하신다면 은근히 맘에 드실 수도 있겠구요.

 하지만 이 장르에 익숙하시다면 그냥 흔한 이런 류 게임 중 하나라는 정도. 게다가 은근히 좀 느리고 늘어지는 부분이 많아서 딱히 재미는 없을 겁니다.

 일단 시작한 게임은 끝을 보자는 주의이고 난이도란 게 존재하지 않을 수준의 쉬운 게임이라 엔딩을 보긴 했지만, 남에게 추천하고 싶진 않네요. ㅋㅋㅋㅋ




 + 이 회사 게임들 중 유일무이한 공식 한글 자막 지원 게임입니다. 근데 슬프게도 번역이 '개판'이에요. 좀 부족한 게 아니라 문자 그대로 개판급 퀄리티를 자랑합니다.

 wasn't를 was로 번역해서 의미를 반대로 만들고, 두 사람이 나누는 한 번의 대화에서 말투가 높였다가 내렸다가 오락가락하고, 인칭 대명사를 걍 있는 그대로 번역해서 '그녀', '그'가 상황에 맞지 않게 막 튀어나오고, 그냥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고 문.자.그.대.로.만 번역한 문장도 수두룩하구요. 그나마 대화 장면의 경우엔 소리가 들리니까 보이는 글자와 들리는 소리를 조합해서 이해하는 식으로 진행했습니다만. 문제는 대화 선택지를 고를 때도 번역 퀄이 마찬가지라서 뭐 하날 골랐더니 정반대의 행동을 해버린다거나... orz



 ++ 원래 이 회사가 PC한 가치의 실현(?)에 관심이 많은 곳입니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에선 그런 게 크게 안 드러났는데 그 속편에서부터 뭔가 대놓고 정치적 메시지를 내세우기 시작하더니 이번 작품은 좀 더 나갔어요. 뭔 가족사 파헤치는 스토리에 계속해서 총기 규제, 환경 문제, 토착민, 트랜스젠더,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 등등의 떡밥을 마구 던져 놓고 보여주는데... 이런 류의 컨텐츠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는 편인데도 (넷플릭스 '오! 할리우드'도 그냥 재밌게 본 사람입니다 제가!!) 나중엔 좀 지치더라구요. 메인 스토리와 크게 관련도 없는 걸 너무 티가 나게 툭툭 던져 놓아서 더 그랬던 듯.



 +++ 플레이하면서 전설의(?) 인디 게임 '곤 홈' 생각이 좀 났습니다. 은근히 닮은 구석이 많아요. 그 게임에서 영감을 받은 게 아닌가... 라고 진지하게 의심을 했죠. 뭐 그 게임이야 거의 게임이 아닌 수준(...)의 퀄로 만들어진 물건이지만 그래도 별 거 없던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게이머들이 스스로 깨닫게 하는 센스 하나는 좋았거든요. 반면에 이 게임은 기술적 완성도는 준수하고 나름 조미료도 많이 들어간 스토리와 긴 플레이타임으로 무장했지만... 아무 임팩트가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좀 실망스럽네요. 딱 출시 시기가 지나면 아무도 언급하지 않게 될 거라는 느낌적인 느낌.



 ++++ 개인적으로 이 회사 게임들 중 가장 재밌게 한 건 쌩뚱맞게 오픈월드 액션 rpg로 튀어나왔던 'Vampyr' 입니다. 앤 라이스풍 흡혈귀 스토리도 상당히 좋았고 세계관이나 분위기도 그럴싸하게 좋았어요. 걍 이제 이 게임 속편이나 만들어주길.



 +++++ 마이크로 소프트가 밀고 있는 정책인 '플레이 애니웨어'에 해당하는 게임입니다. 게임을 하나만 구입(내지는 구독)하면 엑박이든 PC든 다 설치해놓고 왔다 갔다 하며 플레이 가능, 세이브 파일은 자동으로 연동되어 기기를 갈아타도 바로 이어하기 가능... 이런 건데요. 애들 눈치 보느라 여기저기 오락가락하며 하느라 처음으로 이걸 활용해봤는데 꽤 좋네요. 태블릿으로 넷플릭스 보다가 바로 티비로 이어서 보는 기분? 신나서 시험삼아 근무용으로 쓰는 서피스 프로에도 한 번 깔아봤다가... 음;;; 서피스의 성능에 좌절해버렸죠. 게임 최적화 자체는 괜찮습니다. 별 거 없는 그래픽이긴 해도 GTX970 할배로도 4K 60프레임 풀옵션이 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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