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07 12:01
요즘 한동안 넷플릭스 후기를 안 올리고 있는데, 따로 보고 있는 게 있어서 그렇습니다. 일본 드라마 '트릭'이요. 저번에 뻘글 하나 쓰면서 얘기 꺼냈다가 스스로 뽐뿌를 받고 다시 정주행하고 있어요. 이제 티비 스페셜 두 편이랑 극장판 두 편만 더 보면 끝이네요.
이게 일본 현지 기준으로 2000년에 시작해서 2014년에 끝난 드라마입니다. 저의 경우엔 2002년 쯤에 일본 드라마 좋아하던 후배의 영업에 넘어가서 손을 댔다가, 이후로 12년간 드문드문 추가되는 시리즈들을 챙겨가며 따라가다 마무리를 한 거죠.
그렇다보니 지금 다시 보면서 아무래도 실제 완성도보다도 더 좋게 보게 돼요. 시즌 바뀌고 극장판 하나 더 나올 때마다 배우들 나이 먹는 모습 보면서 한탄도 하고. 그 에피소드를 처음 볼 당시 제 상태, 제 추억들이 떠올라서 피식피식 웃음도 나오구요.
그러다 보니 얼마전 어벤져스: 엔드 게임을 봤을 때 생각이 나더라구요.
전 그게 그냥 별로였거든요. 재미가 아예 없는 건 아닌데 되게 좋지도 않고 뭐 그냥 그렇다... 였는데.
생각해보면 그것도 그래요. 현재 마블 시네마 유니버스의 '사실상' 시작을 아이언맨 1편으로 잡는다면 그게 2008년. 엔드 게임이 작년 영화이니 11년동안 수십편의 영화들이 나왔고 그걸 충실히 따라가며 나이를 먹어 온 팬들이라면 막판에 나오는 '어벤져스! 어셈블!!!'이나 '나는 아이언맨이다!' 같은 외침에서 눈물이 나올만도 했겠죠. 애초에 스토리도 그런 팬들을 위한 서비스로 가득한 영화였구요. 그냥 제가 제작진의 의중에 맞지 않는 관객이었을 뿐, 제 평가보단 훨씬 (주최측의 의도대로) 잘 만들어진 영화였을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뭐
이랬던 토니가
이렇게 될 때까지 따라왔는데. 아무 감흥이 없으면 이상하지 않겠습니까. ㅋㅋㅋ 사실 저도 조금 찡했어요.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끝판왕은 바로 이 시리즈입니다.
극중 시간과 현실 시간을 딱 맞춰 버린 게 정말로 절묘했죠.
사실 전 1편을 그렇게 재밌게 본 사람도 아니고, 2편도 재밌게 보긴 했지만 뭐 특별히 좋아하진 않았거든요.
근데 3편의 그 시간 설정을 눈치 채고 영화를 보니 처음에 그 강아지 늙은 모습 보는 순간부터 울컥해서 쓰레기 소각장 장면에서 눈물 핑 돌고 마지막 장면에서도 그냥 막... ㅋㅋㅋ
암튼 뭐 그렇습니다. (뭐가?)
이러다 갑자기 옛날 드라마 다시 보는 데 꽂혀서 넷플릭스 게임이고 다 때려치우고 웨이브 가입해서 80~90년대 드라마만 주구장창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는 뻘생각을 하는 오전이네요. ㅋㅋㅋ
2020.09.07 12:48
2020.09.07 13:55
아 이거 제목은 들어봤는데... 하고 검색해보니 14시즌(!!!)까지 나왔고 15시즌에서 마무리한다고 하네요.
그래도 중간에 캔슬 안 되고 계획대로(?) 결말도 낸다고 하니 나중에 챙겨 보시졈. ㅋㅋㅋㅋㅋ
2020.09.07 13:00
2020.09.07 14:01
놀란 얘길 하면 '메멘토'를 VHS 테잎으로 빌려다 방구석 14인치(...) 볼록 티비로 보던 생각부터 떠오릅니다. ㅋㅋ '세상을 다 가져라 Na!!!'의 한 달 한 편 무료로 '인썸니아'를 보기도 했구요. 그러고보니 놀란도 꽤 오래된 감독이네요.
2020.09.07 17:36
누군가 비포 시리즈 이야기를 꺼낼 때가 된 것 같군요. 하지만 뻔한 회고담은 지루하니 조금은 새로운 이야기를 덧붙일게요. 올봄에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비포 선라이즈] 개봉 25주년을 맞아 줄리 델피와 에단 호크를 초청해서 온라인으로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었어요. 그리고 한 팬이 이 대담 영상을 재료로 "Before the End"라는 짤막한 팬 필름을 만들었답니다. 아주 아주 단순한 구성의 영상물인데, 이게 효과적으로 작동하느냐 않느냐는 순전히 비포 시리즈에 대한 관객들의 감흥, 줄리 델피와 에단 호크의 '늙은' 얼굴, 판데믹과 영상 통화라는 상황 등 영화 외적인 요소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로이배티 님의 게시물과 일맥상통하는 데가 있어요:
Before the End
2020.09.08 11:32
악. 그렇네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사례인데요. 왜 글 적을 때 이 영화 생각을 못 했었나 싶을 정도. ㅋㅋ
링크 해 주신 영상은 퇴근하고 집에 가서 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2020.09.08 09:56
세월을 함께 한 시리즈에 [해리 포터] 시리즈도 있다고 댓글을 달려고 찾아보니, 이게 마지막 편이 끝난지 벌써 9년이 되었군요.... 새삼 세월이 빨리 가는 것에 아득함을 느꼈습니다.
2020.09.08 11:33
그렇네요. 해리포터도 참 오랫동안 지속된 시리즈이니...
지금 여기 배우들 가끔 이 영화 저 영화 얼굴 비추는 거 보면서 세월을 느끼죠. 그 귀엽던 꼬꼬마들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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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겐 슈퍼내츄럴..........신계와 마계 사이에서 인간세상을 지키는 형제의 싸움이 10년도 넘었군요...토익학원에서 LC 공부용이라며 보라길래 시작했지만 중간에 보다가 지쳐서 그만뒀는데 어찌되었나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