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20 20:22
처음 결혼을 준비하면서 우리는 남들처럼 웨딩홀에서 하지 말고 '소박하게' 해보자고 다짐했었습니다.
다행히 양가 부모님께서 흔쾌히 동의하셨고요, 하객 수는 양가 합해서 90명~100명 정도로 맞춰보기로 했습니다.
100명이 적은 인원은 아니지만 보통 결혼식의 하객 수에 비하면 많이 제한한 거죠.
처음 우리가 그린 그림은 이랬습니다. 신부가 거추장스러운 드레스 대신 원피스 입고, 잔디가 있는 공원 같은 곳에서
서로 편지 읽으면서 소박하게... 아, 하객 음식은 과히 모자라지 않게 보통 가격대의 출장 부페로 했으면 했어요.
아무튼 한 달 넘게 이 계획대로 알아봤는데요, 너무 가성비가 나빠서 포기했습니다.
일단 의자와 테이블이 없는 곳에 이걸 깔려면 돈이 많이 듭니다!
100명 기준으로 순수하게 의자 테이블 까는 데만 80만~130만까지 견적 받아봤고요,
여기에 마이크랑 앰프 간단하게 설치하는 것도 30만원 이상, 웨딩 아치니 단상이니 꽃장식 이런 것까지 모두 한다면
부르는 게 값입니다. 그리고 본식 당일에 보통 디렉터가 필요합니다.
저도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웨딩 디렉터의 존재를 알았는데, 한마디로 결혼식을 연출하고 관리해주는 사람이죠.
전체적인 데코레이션부터 당일에 출장부페는 잘 왔나, 음향은 이상 없고 사진 영상 작가들은 딱딱 도착했으며
주차 안내는 제대로 되고 있고, 식순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이런 걸 체크하고 진행해주는 사람입니다.
물론 없이도 할 수 있겠지만, 당일에 하객들과 인사하면서 동시에 저 모든 걸 체크할 자신이 없더군요.
꼭 디렉터라는 직함의 사람을 고용하지 않더라도 전체 결혼식을 관리 감독할 누군가는 있어야 할 것 같아요.
한 달 동안 여러 업체와 미팅을 했는데요, 장소 대여비랑(이건 잘 찾아보면 무료나 다름 없는 곳도 있음)
신랑 신부 옷, 메이크업, 사진 등의 비용을 제외하고, 디렉팅(의자 테이블 세팅, 데코레이션, 진행 관리) 견적만 받았을 때
최저 300만~최고 1200만원이었습니다. 솔직히 300만원 견적 부른 데는 너무 초라했어요. 뭔가 구깃구깃하고 꼬질꼬질...
보통 웨딩홀 대관료가 강남에 번듯한 곳이 250만원 정도였는데... 이것도 할인 하나도 안 받은 가격이고
일요일이라든지 비수기, 스드메 패키지 할인 받으면 더 싸요.
특별히 디렉팅 견적을 비싼 데서 받은 것도 아니고요, 몇몇은 '착한 결혼식'을 세일즈 포인트로 잡고 있는 곳들이었습니다.
처음에 야외에서 하자고 했다가 예상보다 너무 비싸서 레스토랑 결혼식을 알아봤는데 이것도 비슷하게 돈 들더라고요.
결국 최종적으로 성당에서 식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성당도 일반 웨딩홀보다 싸지는 않고,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추가: 대관료만 생각하면 성당이 조금 더 싸지만, 지정업체에서 사진과 영상을 해야하고 감사예물 따로 하면 비슷해요.)
이것저것 알아보니 이나영 원빈 커플의 결혼식도 그렇게 소박하게만 보이지는 않더군요 ㅎㅎ.
물론 그 사람들의 재력을 생각하면 놀랍도록 소박한 것이지만 보통 사람들이 따라하기엔 이것도 만만찮습니다.
솥 걸고 의자 깔고... 경기도에서 하면 업체들 출장비도 붙어요~
정리하자면 결혼식 비용은 호텔>작은 결혼식>웨딩홀=성당 이런 수준인 것 같습니다.
보통 '작은 결혼식'을 하는 장소는 좁거나 주차 시설이 불편해서 하객을 많이 못 받고,
축의금도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한다는 걸 감안하면 이쪽이 더 비쌀지도 모르겠네요.
앞으로 결혼하실 분들께 도움이 될까해서 써보았습니다.
2016.06.20 20:45
2016.06.20 20:50
2016.06.20 20:54
네. 혼배미사 올리려면 성당에 장소 사용비 등을 지불해야 합니다. 비용은 성당 홈페이지에 보통 다 올라와 있더라고요~
2016.06.20 21:04
한국에선 어떤 종류의 일이든 '대량 구매' '규격화' '패키지'에서 벗어나면 그때부터 돈이 많이 들지요. 고생하셨습니다.
2016.06.20 21:07
2016.06.20 21:48
2016.06.20 21:54
2016.06.20 22:02
2016.06.20 22:25
대량 생산 공산품이 수제품보다 싼 이유와 같겠죠. 이 나라에서는 부부공장 시스템이 효율적인 면이 있어요. 오래전 부터 바라던 결혼식은 시청에서 담당공무원 앞에서 주례 데려다 서약하고 끝내는 것입니다. 무슨 동물원의 원숭이도 아니고 뭘 어쩌라는 건지...
2016.06.20 23:00
2016.06.20 23:17
2016.06.20 23:33
대관료는 무척 저렴한데 장식 따로 하려면 또 디렉팅 업체를 껴야 하니까 드는 비용이 아주 적지는 않더라고요. 물론 꽃 한 송이 없어도 괜찮다! 하는 신랑 신부도 있을 테고 그런 분들은 관공서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서울시에서 빌려주는 장소 중에는 서울시민청이 제일 예뻤어요. 말씀하신 대로 너무 일찍 마감돼서 예약하기가 어렵죠...
2016.06.20 23:43
결혼 축하드려요! 안그래도 요즘 직장에서 작은결혼식 관련 연구과제를 하고 있는 중이라 반가운 글이네요. 관련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가 작은결혼식 비싸고 손 많이 간다예요. 경험자 인터뷰이도 구하고 있어서 본문과 댓글 꼼꼼히 읽어보았는데 실제로 정말로 하신 분은 없는 것 같군요....
2016.06.20 23:57
막상 해보니 그냥 일반 웨딩홀이 가장 편하기는 합니다.
레스토랑도 알아보고 했지만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작은 결혼식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들과 다른 특별한 결혼식을 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생에 한 번 밖에 없는 특별한 결혼식을 하고 싶은게 아니라면 그냥 후딱 해치우고 끝내는게 낫죠.
하객 입장에서도 빨리 눈도장 찍고 돈내고 밥먹고 집에 가고 싶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죠.
원빈이니까 그렇게 할 수 있는거지 일반인들이 그렇게 하면 하객들 누가 거기까지 가겠습니까. 제 형제가 강원도에서 한다고 해도 가기 싫을 것 같군요.
2016.06.21 00:09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작은 결혼식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들과 다른 특별한 결혼식을 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정말 동감합니다. 알아보다가 막판에는 그냥 우리가 원하는 그림을 만든다는 것만 신경쓰자! 비용 따지는 건 그만두자! 라며 웨딩홀 결혼식의 두 배 정도 되는 비용의 플랜으로 계약 직전까지 갔습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렸죠. '이건 미친 짓이야....!'
2016.06.21 09:30
2016.06.21 10:32
성당중에서도 지정업체가 없는 성당이 있긴 합니다. 이미 계약은 하신거 같지만..
2016.06.21 11:12
우어어ㅠㅠㅠㅠㅠ 이 글 너무나 공감합니다. 제가 교회 결혼식을 했어요. 교회에 드려야 하는 비용 같은 것도 없고 지정업체도 없었는데 꽃, 촬영, 뷔페 등을 다 직접 알아보고 준비하다보니 결국 제가 웨딩디렉터인 꼴이 났어요. 비용도 웨딩홀보다 좀 더 들었던 것 같아요. 당일날에도 맡아서 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축의금 봉투가 없고 신랑, 신부측이 표시가 안되는 등 소소한 문제가 너무 많아서 신부대기실에서도 안절부절 못했고 친구들이 뛰어야 했죠. 둘 다 직장인이라면 그냥 웨딩홀 결혼식이 비용면에서나 시간면에서나 합리적인 선택이란 생각이 들어요. 원했던 대로 한 걸 후회하지는 않지만, 진짜 힘들었죠...
2016.06.21 23:15
근데 교회나 성당이 웨딩과 같은수준이라니...이것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