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7 13:36
20대에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주저앉아서 사람들이랑 맥주캔을 들고 마시면서
밤을 지새던게 문득 그리워지더군요. 뜬금없이.
이제 그 사람들과는 모두 헤어졌고 어디서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몰라요.
40대에 마로니에 공원에 앉아서 술마시면 잡혀가지는 않겠지만-잡혀가나요?
이제는 못하겠구나. 그리고 같이 술을 마실 사람도 아무도 없구나.
술퍼마시는 모임들이 지겨워져서 다 그만두고 집에서만 혼자 일년에 몇번
홀짝거리는게 전부죠.
이제는 옛날처럼 부어라 마셔라도 못하구요.
그런데 문득 그리워져요. 귀가 멀것처럼 음악이 꽝꽝거리는 술집에 앉아서 병째
맥주를 마시던 그 대학로 시절이 그리워지는데 그건 내가 20대였으니까.
갑자기 너무나 부질없이 슬퍼지네요. 20대에는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르는
그저 암담한 그 한량시절이요.
-주변에서 가장 술잘마시는 사람은 여동생인데 한번도 동생이랑 같이 술을
마신적이 없고 이상하게 그 애는 내가 술마시는건 또 싫어해서 갑자기 같이
마시자고 하면 걱정할거 같고 역시 혼자 마셔야겠어요.
요즘도 대학로는 그 때처럼 불야성인가요? 새벽까지도 대낮처럼 밝고 사람들이 바글거리고
여기저기서 떠들썩하게 취해서 돌아다니고 흥청거리던 그 대학로가 왜 기억이 나는지.
요즘에 상권이 죽었다는 얘기도 들었던거 같기도 하고, 아예 대학로에 가보지 않은지가
십여 년도 훨씬 넘었으니 대학로의 밤을 알 수도 없죠.
2020.10.27 13:45
2020.10.27 14:36
2020.10.27 16:25
2020.10.27 21:05
조금전 동네 칼국수집에서 막걸리 한병을 혼자 마셨어요. 기분 좋아요. 근데 서빙하시는 직원분이 저를 기억하시는 거예요.
제가 종종 혼자서 막걸리나 맥주를 마셨는데 그게 남달랐던 걸까요? 설마 제가 미모가 뛰어나서 기억하시는 건 아니겠죠.
왠지 매우 춥고 쓸쓸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