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25 10:25
- '루시퍼' 시즌 5를 다 보고 "나는 대체 이 드라마를 왜 이리 열심히 챙겨보는가"라는 쓸 데 없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깨달았죠. 제가 남녀 주인공의 이 글 제목과 같은 조합을 좋아한다는 걸요.
살면서 처음 접한 이런 조합은 아마도 이거였던 것 같아요.
그야말로 완벽한 샘플 아니겠습니까. ㅋㅋㅋ
근데 제가 이걸 국딩(...) 때 접했으니, 나름 당시 기준 세련된 유머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원래 그 시절 어린이들이 보는 작품이라면 무조건 주인공이 제일 똑똑하고 짱 세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물론 그 어벙함과 민폐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다들 가제트를 좋아하고 페니는 뒷전이긴 했습니다만.
그리고 이제 조금 더 나이를 먹고 접한 것이
이거였죠.
나름 열심히 보다 보니 저 여배우님 이름도 아직까지 기억합니다. 스테파니 짐발리스트... 였죠 아마? ㅋㅋ
이후로 다른 작품에서 접한 일이 전혀 없는데도 제가 기억을 한다는 건 나름 대단한 거라구요.
다만 여기서 레밍턴 스틸은... 느끼하고 유들거리긴 해도 민폐까진 아니었던 것 같군요.
그리고 가제트와 달리 여기서부턴 이제 남-녀가 커플로 엮이기 시작하구요.
근데 사실 제가 진짜로 열심히 본 건 이게 아니고 이 드라마의 짝퉁(?)으로 만들어진 이 드라마였습니다.
(잘 생겼다! 미남이다!!)
보면서 '어라? 레밍턴 스틸이랑 뭐가 이렇게 비슷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땐 대놓고 따라서 만든 거라는 생각은 못 했죠.
작품에 대한 정보도 구할 수 없던 시절이니 친구들과 뭐가 원조인지 논쟁도 벌이고 그랬지만 어쨌든 전 이게 더 좋았습니다.
뭔가 이 블루문 특급 쪽이 레밍턴 스틸보다 유머도 강하고 비현실적 환타지 에피소드도 많고 그래서 그랬던 것도 있고.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티격태격하면서 은근히 로맨틱한 분위기라든가, 죽어라 밀당만 하는 전개라든가 그런 게 맘에 들었던 듯.
사실 제 인생 드라마 중 하나인데 한글 자막이 들어간 디비디나 블루레이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서 매우 슬픕니다.
20세기말에 케이블에서 방영해준 적도 있었는데 사정상 못 봤어요... ㅠㅜ
암튼 뭐.
그러고 세월이 흘러 이 분야(?)의 전설의 레전드이자 업계 스탠다드가 등장했죠.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ㅋㅋㅋㅋㅋ
근데 이 드라마의 국내 정발 디비디를 다 사놓고 몇 번 돌려봤을 정도로 팬이었는데,
최근에 만들어진 마지막 두 시즌은 아예 보지도 않았네요(...)
보신 분들, 어떠셨나요. 둘 중 첫 번째 시즌 평가 폭망이었던 건 기억하는데 최종 시즌은 아예 정보조차 접하지 못 했...;
근데 뭐 이 분야 레전드, 스탠다드는 위의 멀더 & 스컬리였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분들은 따로 있습니다.
그게 어떤 분들인가 하면....
일본 드라마 '트릭'의 바보 콤비 우에다, 야마다 콤비요. ㅋㅋㅋㅋㅋ
작품에 대해선 그리 좋게 말해주기 힘들죠.
자기가 초능력자라 주장하는 사람들의 트릭을 대학 교수 & 마술사 지망생 콤비가 간파하고 범죄를 해결한다... 는 컨셉은 좋았지만 여기 등장하는 트릭들은 하나 같이 그냥 말이 안 되거나 아님 너무 뻔하거나. 사건 해결 과정도 좀 허접한 일본 소년 만화물 수준으로 대충이었고. 뭣보다 메인 스토리(야마다의 가족사) 파트는 거의 엑스 파일의 메인 스토리 수준으로 재미가 없었어요.
근데 그런 걸 욕하면서도 끝까지, 모든 티비 시리즈와 특별판 극장판까지 찾아 봐가며 십여년만에 끝끝내 결말을 보게 만든 건 다 저 콤비의 매력 때문이었네요. 둘 다 바보 같으면서 싸우는 것도 귀엽고 꽁냥거리는 것도 귀엽고 음(...)
암튼 뭐 그렇습니다.
사실 루시퍼 같은 경우엔 루시퍼의 능력 자체가 치트키라서 이 분류에 넣기 좀 애매하긴 한데, 그래도 파트너 형사님이 나름 정색하고 열심히 일하고 루시퍼는 뻘짓을 즐긴다는 점에서 나름 부합하는 면이 있구요. 그런 측면에서 제가 그 드라마를 열심히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음.
그래서 결론은...
트릭 다시 정주행 해보고 싶네요. 근데 방법이? ㅋㅋㅋㅋ
2020.08.25 11:25
2020.08.25 11:58
2020.08.25 13:36
섬세하셨군요! 전 가제트 볼 당시엔 작품의 국적 같은 것에 대한 개념이 아예 없던 시절이라 그저 '가젯 가젯' 하는 소리가 들리니 그러려니... 하고 살았습니다. ㅋㅋㅋ
2020.08.25 11:42
멀더가 모자라다니...!
2020.08.25 13:36
꼭 제목의 모든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ㅋㅋ
똑똑하지만 사실 이래저래 민폐는 많이 끼치잖아요(...)
2020.08.25 11:51
뭔가를 설명하는 과학 만화에서도 꼭 그런 조합이었던게 생각납니다. 박사, 어리숙한 남자아이, 똑똑한 여자아이.
2020.08.25 13:37
듣고 보니 그렇네요. 남자애는 설명 시작하자마자 혼자 막 나가면서 이상한 소리 하고, 그럼 옆에서 똑똑한 여자애가 혀를 차며 설명해준 후 박사님에게 칭찬 듣고. 남자애는 그 후에 뭔가 막 던져서 박사님에게 '옳지!' 같은 칭찬 듣거나 개그 치고. 하하.
2020.08.25 12:27
엑스파일은 저 분류에서 좀 아닌 걸로. 멀더가 모지리는 아니고 남들은 몰라주는 천재 컨셉이라면 스컬리는 (극 중 맥락에서는) 헛똑똑이 느낌이죠 ㅠ 저도 엑스파일 팬이어서 열심히 보고 스컬리도 좋아했지만. 근데 뭐 다 비슷하긴 합니다. 루시퍼도 유들하고 철없는 짓을 일삼지만 결정적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건 본인이니까. 레밍턴 스틸은 저도 기억이 가물하고, 블루문 특급 참 재미났죠. 알 자로의 오프닝 음악이 좋았어요. 당시 물론 직장인은 아니었지만 주초를 위로하는 오프닝 음악이었달까.
2020.08.25 13:39
하지만 멀더는 맨날 납치를 당하잖아요. ㅋㅋ 반복되는 "멀더! 어디에 있어요!", "스컬리! 여기에요!!!"의 임팩트가 너무 강해서(...)
그 알 자로 노래를 너무 좋아해서 나중에 CD도 샀었습니다. ㅋㅋ 놀랍게도 코딱지만한 동네 레코드점에 OST 앨범이 있었어요. 사장님도 블루문 특급 팬이셨던 겐가...
2020.08.25 12:48
요즘 1호가 될순없어 보는중인데, 그러고보니 최양락 - 팽현숙 콤비는 그야말로 현실판 가제트 - 페니네요.
허허실실 어벙하지만 어떻게든 뭔가 해결하는 가제트, 똘똘한 실세지만 가제트를 챙겨주는 페니.
2020.08.25 13:41
2020.08.25 12:53
2020.08.25 13:43
블루문 특급을 모르시다니! 저 드라마들이 대체로 취향이시라면 그것도 재밌게 보실 수 있었을 텐데 아쉽네요. ㅠㅜ
그러고보니 몽크도 있군요. ㅋㅋ 여기서 몽크 조수(?) 같은 역할 하던 캐릭터 성우가 스컬리의 서혜정씨였던 것도 기억나네요.
2020.08.25 13:08
2020.08.25 13:44
모처럼 잉여로운 틈을 탄 잉여로운 글에 이런 댓글이라니!! 감사합니다. ㅋㅋㅋ
2020.08.25 13:45
2020.08.25 16:27
캐슬은 제가 못 본 쇼이고 멘탈리스트는 그래도 조금 봤는데... 본지 하도 오래돼서 여성 파트너가 나온다는 사실도 잊고 있었네요. ㅋㅋ
2020.08.25 18:26
2020.08.25 15:06
문라이팅 사운드트랙은 저도 갖고 있습니다. 브루스 윌리스 술취한 목소리의 보컬 곡이 제법 웃기죠. 추억의 미드 계통도 사운드트랙을 전부 챙겨주면 좋겠지만 실바 레코드의 아메리칸 TV쇼 시리즈 음반이나 싼맛에 사게되는 게 슬프네요.
2020.08.25 16:32
그 동네도 흘러간 드라마는 흘러간 드라마일 뿐이고 그게 또 워낙 양이 방대하다 보니 어지간한 히트작 아니면 OST 구하는 게 쉽지 않은가 보더라구요. 심지어 그냥 시리즈 영상도 블루레이로는 아예 안 나와 있는 것도 많고. 문라이팅만 해도 블루레이 컴플리스 시즌 어쩌고 하는 상품이 이미지만 존재하며 나오지 않은지 한 세월입니다. ㅠㅜ
2020.08.25 15:07
오우, 성적 고정관념 어쩌고 하면서 물고 뜯는 댓글들이 열 개 넘게 달린 줄 알았는데 분위기가 훈훈하네요. ㅎㅎㅎ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브룩클린 나인나인'을 추천받아서 봤는데 말씀하신 범주랑 좀 비슷하지 않나 싶어요.
헌데 전 능청능청 뺀질뺀질 거리면서도 최고의 능력을 자랑한다는 그 남자 주인공이 밥맛이라서 1회만 보고 스톱... =,.=
2020.08.25 15:34
2020.08.25 16:35
저게 지금 기준으로 보면 문제 있어 보일 수 있겠지만 당시 기준으로는 성관념 측면에서 나름 앞서가는 컨셉들이었죠.
원래 남자가 혼자서 일 다 해치우고 마지막에 여자 구해서 키스하는 게 글로벌 스탠더드였으니까요. ㅋㅋ 저 사례들도 대부분은 결국 남자가 옳고 남자가 더 중요한 일을 해내고 그러긴 합니다만, 그래도 여성 파트너 없이는 그게 불가능했다... 라는 게 기본으로 깔려 있고 또 많은 에피소드들에서 여성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내기도 하구요. 저기 멀더 요원만 해도 스컬리 없었으면 괴물/외계인/악당들에게 수십번은 죽었죠. ㅋㅋ
2020.08.25 15:12
2020.08.25 16:38
ㅋㅋㅋ 이렇게 좀 막나가는 에피소드들이 많아서 좋았어요 블루문 특급이.
다만 후반으로 갈 수록 연애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시빌 셰퍼드의 매디 캐릭터가 활력이 떨어지고 능력이 모자라지는(...) 전개 때문에 좀 아쉬웠던.
2020.08.25 20:45
2020.08.25 22:06
2020.08.25 21:51
2020.08.25 21:59
2020.08.25 22:20
<마이키 이야기>에서 아예 정자 단계부터 목소리 연기 하지 않았던가요 ㅋ
https://youtu.be/65BV5dXXxzM
https://youtu.be/W9jGwxVQ19c
2020.08.25 22:26
2020.08.26 11:46
2020.08.25 22:26
2020.08.25 22:39
2020.08.26 11:50
2020.08.26 10:31
루팡삼세? 시티헌터?
내용이 가물가물하네요 ㅎㅎ;
2020.08.26 11:51
2020.08.26 11:53
[겟 스마트](드라마)도 이런 설정으로 알고 있습니다. 듀나님의 영화판 리뷰에서 읽은 기억이 나네요.
http://djuna.kr/movies/get_smart.html
그리고 아라비안 나이트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에서도 이런 설정 나오죠. 모르자나 아니었으면 알리바바는 도적단 두목한테 끔살당했을 거니까요.(대신에 그녀가 도둑들을 죽이는 방법이 ㅎㄷㄷ)
MBC 가제트 시작할 때 노래가 분명 영어 원어였는데 왜 내 귀에 "가제트 카~ 가제트 다리"이렇게 한국어와 영어가 동시에 들렸을까 수십년 고민한 끝에 지금 방금 확인해보니 그저 "가제트 고~ 가제트 고~" 였다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그냥 그 가사에서 화면에 가제트 차가 나오고 가제트 다리가 나왔을 뿐이에요. 인터넷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