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요즘은 월요일날 술을 마시면 화~수요일 쯤 학교 동기와 해장을 하는 루틴이 만들어져 있었어요. 상수역에 있는 제순식당에서 만나서 제육볶음이랑 순두부, 그리고 어묵볶음을 먹는 게 일주일의 낙이었죠. 힘든 하루를 보내고 매운 맛 나는 제육볶음과 순두부, 그리고 밑반찬들을 먹으면 피로가 씻겨져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그리고 나서 상수역에 있는 조용한 카페로 이동해 옛날에 학교 다니던 이야기도 하고...'우린 결혼할 수 있을까?' 라고 키득거리기도 하다가 차가 끊기기 전에 헤어지는 거죠. 


 

 2.하지만 전광훈이 쏘아올린 작은(?) 공이 무서운지 이번 주에는 만남을 거절당했어요. 지금 코로나 민심이 흉흉하긴 한가봐요. 제순식당에서 제육볶음이랑 찌개 시켜서 먹으면 정말 맛있는데...혼자서 가기엔 너무 우울한데 말이죠.



 3.아니 정말로 그래요. 매콤한 제육볶음과 매콤한 순두부찌개를 시켜서 어묵볶음을 반찬삼아 밥을 먹으면 매우 행복하거든요. 그 행복함을 느끼기 위해 나는 요즘 월요일날은 술을 마셔도 다음 날 저녁까지 해장을 하지 않곤 했어요. 왜냐면 상수역 제순식당에서 학교 동기와 함께 제육볶음과 순두부찌개와 어묵볶음을 먹는 완벽한 해장을 위해서 말이죠. 그리고 카페에 가서 오래 전 학교 다녔던 이야기...재수없었던 교수나 조교 이야기도 하고 다른 동기들의 근황 이야기도 나누고 그러는 소소한 대화가 좋았는데 말이죠.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이번 주는 그런 만남을 가지지 못해서 좀 우울하네요. 생파를 하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생파는 잘 모르는 놈들이랑만 하고 있어요. 친구라고 할만한 사람들이랑은 안 하고요.



 4.휴.



 5.이제는 전염병이 더 위험해져서 다음 주는 얼굴이나 한번 보자고 물어보는 것도 뭐하네요. 내일은 낮에라도 혼자 상수역에 가서 제육볶음과 순두부찌개를 먹고...혼자서 상수역을 어정거리다 돌아올까 하는 중이예요.


 그렇게 혼자 돌아다니다 보면 여럿이서 다닐 땐 안 보이던, 숨겨져 있는 것 같은 카페가 눈에 띄기도 하거든요. 그런 카페를 보면 다음에는 꼭 ~~과 같이 와야지...하고 주억거리며 돌아오곤 해요. 



 6.오늘은 약속이 취소돼서 용산에 가서 혼자 테넷을 보고 제주아방이라는 고깃집에서 오겹살을 먹으려 했어요. 한데 검색해 보니 용산 cgv는 폐쇄됐더군요. 그리고 테넷은 월요일 화요일은 안 하나봐요. 그냥 수요일날 가서 테넷 아이맥스를 볼 수밖에요.


 수요일날 테넷 번개를 치고 영화를 보고 제주아방에서 오겹살을 먹고 싶은데...무리예요. 테넷 영화를 예약 안했거든요. 나는 원래 당일날 가서 예매하곤 하니까요. 너무 인기 영화라 자리가 없으면? 취소되는 아이맥스 명당 자리를 기다렸다가 예매해요. 운이 없어서 취소표를 못 주우면 그냥...또 다음 아이맥스 상영시간까지 용산역을 걸어다니곤 해요. 



 7.이번 주에는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쓴 것 같네요. 온몸을 바늘로 쿡쿡 찌르는 듯한 기분이예요. 빌어먹을 인간들.


 휴. 심심하네요...다음에는 휴대폰으로 밖에서 듀게글을 써볼까 해요. 왜냐면 맨날 컴퓨터 앞에서 듀게글을 쓰니까 맨날 심심하단 소리밖에 안 하거든요.



 8.오늘은 인터넷 기사를 봤는데 어린 녀석들이 고가품을 사겠다고 몇 개월씩 알바를 한다더라고요. 글쎄요. 몇 개월이나 일을 해야만 지갑이나 운동화를 하나 살 수 있는 거라면, 그냥 안 사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말이죠. 이 세상에는 고가품 지갑이나 구두따윈 숨쉬듯이 살 수 있는 부자들이 널렸잖아요. 어차피 걔네들에게 비빌 수는 없어요. 몇 개월 알바비를 모아서 고가품을 하나 사는 건 걔네들에게 웃음거리나 될 일이죠.


 그 어린아이들은 아마 돈을 존나 좋아하겠죠. 걔네들은 돈으로 인생을 +(플러스)시킬 수 있다고 믿는 단계일 거니까요. 그러니까 돈을 좋아하고, 심지어는 돈을 동경하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빌어먹을 돈이라는 건 인생을 마이너스에서 0으로 돌려놓는 것까지만 쓸모가 있어요. 돈이 존나 없이 살 때, 그리고 돈이 막 생겼을 때까지는 돈으로 인생의 캔버스에 무언가를 그려넣을 수 있을거라고 착각하지만 아니거든요. 돈으로 얻을 수 있는 건 얼룩을 다 지워낸 캔버스 하나...그냥 아무것도 안 그려진 캔버스뿐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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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아무것도 안 그려진 캔버스를 가지게 되면 사람은 겁이 나요. 여기다가 뭘 또 그려 보려다가 그 붓질이 또다른 얼룩이 되어버리는 건 아닌지 말이죠. 


 하지만 어쩔 수 없죠. 휴. 오늘의 붓질이 언젠가 얼룩처럼 보일 날이 오더라도 오늘은 무언가의 붓질을 할 수밖에요. 깨끗한 캔버스보다는 무언가를 그려 보려다가 잘 안된 캔버스가 나을 수도 있으니까요. 왜냐면 무언가를 건져 보려고 해도 깨끗한 캔버스에서는 건질 것이 없거든요. 무언가를 그려보려다 잘 안된 캔버스에서 건질 게 있죠.


 어쨌든 인간에겐 돈이 필요해요. 돈은 아주 강력하지만 그건 지우개로서 강력하다는 사실을 배워야 하니까요. 인생이 캔버스라고 치면 돈은 지우개로 쓸 때 유용한 것이지 캔버스를 채워넣는 도구로서는 별 쓸모가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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