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빈낙도

2020.09.23 19:44

귀장 조회 수:360

섬으로 낚시를 자주 다닙니다.

요즘은 낚시인구가 너무 늘어나 일반 방파제나 해변 포인트는 사람에 치여 낚시하기가 힘들거든요.

해서 사람도 적고 발판도 편한 섬이 좋더군요.


자주가는 섬은 현지 사람들과도 제법 친분이 쌓일 정도입니다.

주로 낚시터에서 만난 분들이지만 한다리 건너먼 현지 펜션, 가게 등

다 연결이 쉽게 되지요.


낚시에 대한 도움도 많이 받고 낚시끝나고 회썰고 매운탕 끓여서 술자리도

가지고 이런 저런 이야기도 많이 나눕니다.


제가 만난 분들도 그렇지만 의외로 섬에 거주하는 분들 중 토박이가 아닌 외지에서

입도하셔서 정착하신 분들이 많더군요.


대부분 도회지에서 살다 오신 분들이셨고 중년 이후의 연령대가 많더군요.

공통점이라면 낚시와 바다를 좋아한다는것이고 이전에 살던 곳에서

사람에 많이 치이거나 바쁜 생활에 지쳐 삶의 낙을 많이 잃으신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섬 생활에 대해 좀 더 물어보니 도시보다 여가시설이 부족하다보니 생활비가 적게 들어가는건

당연한거고 찾아보면 일거리도 제법 된다더군요. 의외로 작은 사회, 닫힌 사회처럼 보이지만

토착민들의 텃세는 별로 없다고하네요. 워낙 외지인이 많이 유입이 되어서 자연스레 서로의

균형을 맞추고 있고 실생활에서 서로가 부딫히는 일도 적다고 합니다.


예전에 농촌에 정착하신 분들중에 이 부분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하는데 섬이나 어촌은

좀 그 양상이 다른가봅니다. 물론 더 외진 섬이나 인구가 적은 곳은 그런거 없죠.


생각보다 정착비도 적어서 그렇게 모아둔 돈이 없었는데도 섬에 들어와서 사는데

크게 문제는 없다고 하더군요. 애초에 큰 돈이 드는 곳도 아니고 돈이 있어도 크게 쓸곳도 없다고

하니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그러니 대부분 지금 이 섬에서의 정착생활에 만족해하십니다.


이에 같이 놀러온 친구커플이 자기네도 나이 더 들면 이런 섬에 와서 낚시하면서 여생보내고 싶다고 그러더군요.

그러면서 넌지시 저에게도 그럴 의향이 없느냐고 물어봤습니다.


저도 처음엔 좋아하는 낚시 원없이 실컷하고 살기도 그럭저럭 괜찮은 곳이라고 생각했지만

굳이 섬에 들어와서 살 정도는 아니다싶더군요. 입도하신 다른 분들처럼 사람에 치이고 살아온것도 아니고

지금 살고 있는 곳도 바다가 있는 곳이라 낚시는 얼마든지 할 수 있거든요. 고기는 훨씬 적지만.


혼자 생활하고 혼자 일하고 가끔 친구나 지인들 만나는게 전부라 한번 비교를 해보니 섬에 정착하신 분들이나

저나 크게 생활 차이는 없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도 나름대로 도시라는 섬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더군요.


물론 가족이랑 크게 지지고 볶고 이런거 없고 직장이나 조직에 매여서 일하는게 아니다 보니 그런거지만.

그에 비해 저보다는 크게 사람들과 얽혀서 살아가는 그 친구커플은 섬생활에 대한 갈망이 제법 크더군요.


그렇게 생각을 해보니 이 큰 도시에서도 혼자 조용히 섬생활을 할 수 있는 제 자신이 나름 운이 좋은건가 싶기도 합니다.


솔직히 밤 7시 이후에 주변 모든 가게들이 문닫는 곳보다 집근처에 밥집, 술집이 천지삐까리인 이동네가 더 좋긴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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