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12 02:51
- 샤말란의 신작 같은 거 아닙니다. 10년 묵은 영화이고 감독이 샤말란도 아니에요. 제작하고 각본만 썼지요. 런닝 타임은 80분 정도이고 결말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엠. 나이트 샤말란의 마음속에서 나온 영화라네요)
- 남자 셋, 여자 둘이 고층 빌딩 엘리베이터에 갇힙니다. 참 애매한 위치에 어렵게도 멈춰선 관계로 금방 해결이 안 돼서 갑갑하게 갇혀들 있는 가운데 사람이 하나씩 죽어 나가요. 근데 하필 엘리베이터의 불이 꺼질 때마다 하나씩 죽으니 범인은 누군지 모르겠고 참 환장하겠죠.
엘리베이터 밖에는 어쩌다 굴러들어온 기구한 사연의 형사와 독실한 신앙심에 불타는 빌딩 관리 직원 한 명. 그리고 기타 등등이 열심히 뛰어다니며 이들을 살려보려고 애를 쓰지만... 아. 그리고 그 독실한 직원 말로는 이건 분명히 악마의 장난이랍니다.
(엘리베이터 팀. 영화의 스케일이 느껴지십니까. ㅋㅋㅋ)
- 길게 말할 게 없는 영화입니다. 런닝타임 80분!!! 과 대략의 배경 설명을 보면 금방 알 수 있죠. 이건 사실 호러 앤솔로지의 에피소드 하나 정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규모와 수준의 이야기에요. 솔직히 80분도 많이 깁니다. 30분 정도면 아주 재밌게 봤을 거고 50분 정도였어도 썩 괜찮았을 텐데. 극장용 영화 한 편 길이에 맞춰 보려는 시도가 재미를 떨어뜨리고 완성도도 해치는 느낌.
(외부의 구조팀)
- 하지만 재미 없는 영화까진 아닙니다. 어쨌거나 기본 설정이 주는 흥미와 긴장감이 있고 그건 그럭저럭 잘 살려내거든요. 게다가 누가 샤말란 극본 아니랄까봐 그 짧은 런닝타임 안에 관객들이 사건의 진상(?) 내지는 결말을 잘못 예측하게 만들려는 떡밥들도 나름 박혀 있구요. 클라이막스의 전개 역시 나름 반전 같은 게 가미되어 있구요. 사실 다 예측 가능한 뻔한 것들이긴 한데 80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과 나름 분주한 전개 덕에 그 뻔한 떡밥들이 나름 자기 할 일은 해내더군요. 그 이야기의 끝이 한 없이 소탈, 다르게 말하자면 싱겁... 긴 하지만 애초에 큰 기대 없이 본 영화라 그래도 나쁘진 않았습니다.
- 결론은 이 영화의 스케일만큼 심플합니다.
앤솔로지 티비 시리즈의 에피소드 하나로 박혀 있음 꽤 괜찮았을 뻔 했는데 무리해서 극장용 영화로 만드느라 많이 싱거워졌네... 라는 정도의 영화라도 괜찮으시다면 보세요.
지인짜 가난하게 만들었지만 나름 애썼네. 뭐 이런 영화들 좋아하셔도 볼만 하구요.
기대감 없이 80분 정도 적당히 때우고픈 호러 팬이라면 한 번 시도해볼만한 영화이고. 그 이상의 뭔가를 바라신다면 기억에서 지워버리셔도 됩니다.
+ 제목에 써놓은 괴상한 이야기는 뭐냐면, 이게 원래 샤말란의 3부작 프로젝트의 첫번째였다고 하네요. 본인 이름을 딴 말장난으로 '나이트 크로니클'이란 간판을 달고 본인이 각본을 쓴 호러 소품을 세 편을 만들어보겠다... 이런 발상이었다는데. 워낙 제작비를 적게 들인 덕에 이익은 좀 챙겼지만, 두 번째 프로젝트가 진행 중에 이런저런 곡절로 좌초되어 버려서 결국 이 영화 하나만 남기고 폐기되었다고. 흠. 샤말란이 좀 더 힘이 있으면 정말로 tv용 호러 앤솔로지 시리즈 하나 만들어봐도 괜찮을 것 같은데. 넷플릭스는 이 양반한테 별 관심이 없는 걸까요.
++ 엘리베이터의 5인조 중 한 명은 '업그레이드'에서 주인공 역할을 했던 분입니다. 그 외에도 꽤 유명한 영화들 여기저기에 얼굴을 많이 비치신 양반이구요.
+++ 사실 볼까말까 좀 망설이다 강제 재생되는 예고편에서 이 배우를 목격하고 보기로 했습니다.
'엣지 오브 다크니스'에서 멜 깁슨의 딸로 나왔고 '아이, 토냐'에서 토냐의 코치로 나왔던 분이죠. '드랙 미 투 헬'에도 얼굴을 비쳤었고 최근엔 '버즈 오브 프레이'에 나오셨다는데 비중이 큰 역할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그 영활 안 봐서요.
암튼 그냥 예쁘시더라구요. 네. 그게 전부입니다. ㅋㅋ
2020.09.12 08:38
2020.09.12 09:16
네. 어쨌거나 이 '데블'이 돈을 벌긴 벌어서 두 번째 프로젝트가 꽤 구체적으로 진행이 되고 있었는데 그게 이리 꼬이고 저리 꼬이고 하다가 그냥 샤라락 엎어져 버렸더라구요. 그리고 이후론 감감 무소식이다가 샤말란은 쌩뚱맞게 '언브레이커블' 3부작을 완성해버리고... ㅋㅋㅋ
영화가 너무 길다, 싱겁다 등등 투덜거려놨지만 저도 만족했습니다. 샤말란은 이렇게 좀 소박한 이야기가 딱 어울리는 것 같아요. '식스센스'의 엄청난 성공을 잠시 잊고 생각해보면 꽤 알찬 이야기꾼인데 말입니다.
2020.09.12 11:54
2020.09.13 11:20
언브레이커블 후속작은 결말 때문에 짜게 식었지만... 나온 것 자체는 좋았죠. ㅋㅋㅋ
결말 때문에 그렇지... (시무룩)
2020.09.12 12:32
2020.09.13 11:22
당시 예고편 한 번 찾아봐야겠네요. ㅋㅋㅋ
근데 호러 영화들은 좀 일부러(?) 그러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요즘 잘 나가는 블룸하우스 영화들만 봐도 예고편만 자세히 보면 최소 중반까지 전개는 기본이요, 조금만 머리 굴리면 막판 내용까지 다 예측 가능하게 만들어 놓더라구요. 미쿡제 오리지널 & 오피셜 예고편들인데도.
엑스파일도 종종 그랬던 거 생각 나요. ㅋㅋㅋ 근데 당시엔 스포일러 개념이 희박할 때라 그냥 '에이 싱겁네' 이러고 말았던 기억이.
2020.09.12 14:51
포스터를 보고 "그분"의 라이트세이버가 만들어진건 아닌가 강렬한 의심이 드는군요 !!
2020.09.13 11:23
저도 이미지 갖다 붙이면서 그 생각 하긴 했어요. ㅋㅋㅋ
반대로 말하면 스타워즈는 사탄의 영화였군요. 뒤집힌 십자가 무늬로 간지를 표현하다니!!!
2020.09.12 19:41
저도 그럭저럭 재밌게 본 영화에요. 얼핏설핏 스포를 봐 버려서 재미가 좀 덜했지만요. 스포봐도 영화 재밌게 보는 편인데 샤말란 영화는 진짜 스포 피해야 겠더라구요. 그나저나 이런 류의 오컬트라면 환영!
2020.09.13 11:24
오컬트라고 해도 내용이 워낙 부담이 없죠. 고어 같은 것도 전혀 없고 오컬트 요소도 도입부의 나레이션 (사탄의 연회인지 모임인지) 때문에 그냥 구전 민담 같은 느낌이구요. 사실 그것도 상당히 샤말란스럽다 싶었습니다. 원래 독한 거 싫어하는 양반이잖아요.
2020.09.13 21:36
2020.09.13 23:38
더 비지트 재밌죠. 무서우면서도 뭔가 신나는? ㅋㅋㅋ
저도 샤말란이랑 잘 맞는 편입니다. 아예 볼 엄두가 안 나서 스킵한 애프터 어스나 라스트 에어벤더 같은 경우를 제외하곤 다 재밌게 봤어요.
그냥 소탈한 사이즈의 알찬 호러 & 스릴러 이야기 잘 꾸며내는 재주꾼 같은데 '식스 센스' 같은 걸 또 하나 못 만들어낸다고 너무 구박받는다는 느낌도 들구요. 뭐 좀 스케일 큰 이야기를 본인이 시도하다 망한 것도 한 몫 하겠지만요. 암튼 가벼운 스케일의 티비 시리즈 호러 앤솔로지 같은 거 누가 하나 맡겨줬음 좋겠어요. 잘 할 것 같은데. ㅋㅋ
그러고보니 이 영화 개봉했을 때도 샤말란 호러 시리즈의 첫 편이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왜 후속작들이 안 나오나 했더니 프로젝트 자체가 엎어졌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