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로봇, 불면증)

2020.08.30 06:51

안유미 조회 수:319


 1.젠장...사는 것도 지겹네요. 빌어먹을 비를 맞았어요. 


 잘 모르겠어요. 이번 조치로 코로나 전염이 완화될지 말이죠. 오늘 돌아가는 걸 보니 2.5단계로 격상을 하려면 하루이틀 텀을 주고 할 게 아니라 그냥 당일날 때렸어야 했어요. 일요일날부터 2.5단계를 때린다고 하니 마치 오늘이 휴가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사람들이 몰려나오더라고요. 



 2.나도 오늘은 웬만하면 조용히 지내고 싶었는데...요즘 공들여놓은 곳에서 모이길래 어쩔 수 없이 나갔어요. 왜냐면 이 모임에서 어서 탈퇴하고 싶거든요. 이 모임을 빨리 파먹어버리고 빨리 그만두고 싶어요.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진행하면 세월아 네월아 걸릴 것 같아서요.

 


 3.휴...지겹네요. 사실 나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잘 몰라요. 맨날 여자를 좋아한다고 말하긴 하지만, 여자를 좋아하는 건 이런 저런 물질들로 조성된 내 몸과 호르몬이지 나 자신은 아니거든요. 내가 우연히 여자로 태어났거나 다른 몸에 담겨져 있었다면 그 몸에 맞는 다른 욕망을 지니고 있겠죠. 


 욕망이란 건 어릴 때는 해소하면 곧바로 리필...또다시 곧바로 리필되기 때문에 별달리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왜냐면 24시간 욕망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게 나라고 생각하고 살게 되거든요. 여자를 좋아하고...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게 상시적인 거니까요.



 4.휴.



 5.어쨌든 그래요. 여자는 정말 좋지만 인간은 정말 별로란 말이죠. 나중에 로봇 여자가 나오게 되면 인간 여자는 안 찾을 것 같아요. 왜냐면 인간 여자는 어쩔 수 없이 여러 면모를 지니고 있거든요. 회계사 같은 직업도 가지고 있고, 커리어에 대한 욕심도 가지고 있고...자기자신이 그리고 있는 그림이 늘 있단 말이죠. 


 하지만 지금은 로봇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인간 여자를 만날 수밖에 없어요. 그러나 인간 여자가 뭐 자신의 고민거리나 비밀을 늘어놓으면 요즘은 매우 짜증나요. 예전에는 그러면 그 여자랑 가까워지는 건 줄 알고 기분이 좋았지만, 알고 보니 아니예요. 


 그건 그 여자랑은 멀어지고 그 인간이랑 가까워지는 거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여자가 쓸데없는 소리를 하기 시작하면 슬슬 차단하고 싶어져요. 



 6.사실 남자는 괜찮아요. 남자의 경우는 거의가 고민거리를 말하면 그냥 말하는 거니까요. 뭐 도와달라고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애초에, 도와달라고 징징거릴 만한 놈들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거든요. 그런 놈들이랑은 1대1로 만나지도 않아요. 


 하지만 잘 모르겠어요. 도와달라고 말하는 거든, 그냥 고민거리를 말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든...둘다 무의미한 일이니까요. 나는 절대로 남을 공짜로는 돕지 않을 거거든요. 적어도 오늘은요. 


 내일은 내가 홱 바뀌어서 갑자기 남을 대가 없이 막 도와줄 수도 있겠죠. 내일이든 다음 주든 다음 달이든요. 하지만 오늘의 나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예요. 



 7.사는 것도 지겹네요. 삼겹살이나 얻어먹고 싶네요. 아니면 오겹살이나. 아니뭐...너무 투덜거리는 것 같겠지만 어쩔 수 없어요. 생각해 보세요. 짜증나는 놈들 20명을 밤새 만나고 돌아오다가 비를 맞았고, 피곤하다면 누구나 사는 게 지겹겠죠.


 누군가는 '짜증나는 사람들을 굳이 왜 보는 거지?'라고 물어볼 수도 있겠죠. 한데 사람이란 게 20명이씩이나 모이면 그건 반드시 짜증날 수밖에 없어요. 제기랄...보통 이쯤에서 '심심하네요'라고 쓰는 게 원래 일기의 패턴인데 너무 피곤해서 심심하지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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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이 좀 오길 바랬는데 아직도 잠이 안 오네요. 불면증이 있으면 자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라서, 굳이 눕지는 않아요. 컴퓨터 앞에 앉아서 계속 무언가를 하면서 정말 미친듯이 졸려오는 순간이 오길 기다릴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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