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2014.04.04 15:32

Koudelka 조회 수:4071

갑자기 아래 비파님과 다른 분들의 고양이 관련 얘기 들으니 급 궁금해지네요.
듀게분들의 애묘, 또는 애견의 이름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이름을 짓게 된 배경 같은 거요.


저는 고양이 데리고 오기로 확실히 마음 먹은 때부터 이름을 고민했는데, 일단 제 작명리스트에서 제외된 이름은...


1.호두, 연두, (잣?) 같은 부럼시리즈 사절
2.금동이, 천동이, 순동이 같은 양촌리 시리즈 사절
3. 쎄리, 혜리 등등 쌍팔년도 로라장 짱누나 같은 이름 사절
4.참치, 꽁치, 멸치 같은 생선시리즈 사절


그 밖에 이것저것 다 제외하고 나니 정말 뭐라 이름을 불러야 할 지 별로 남는 게 없더군요.


사실 생각해 둔 것은 있었죠, 예전에 살던 외국 어느 나라의 낯선 언어로 너를 불러보리라.
그리고 아이가 왔던 날, 저는 서툴고 쑥스럽게 그 이름을 불러보지만 아아 그것은 너무 낯간지러운 겉멋이었어요. 입에 착 붙지도 않고, 처음이니까 그렇겠지만 그리 불러봐야 쳐다도 안 보는. 그래서 한 며칠 다시 고민, 아직 어색한 사이처럼 호칭은 생략한 채. 이름은 의외로 전혀 다른 곳에서 쉽게 지어졌습니다. 뭔가 그럴싸한 이름을 고민하던 저화는 달리, 정말 쿨하고 단순한 성격의 친자매가 카톡으로 보내준 이름.


옹. 네, 그렇습니다. 생각해보니 저는 고양이와 살기 전부터 모든 고양이를 부를 때 그냥 늘 " 야옹아!" 했었지요. 그리고 저는 남자어른 노인을 부르는 그 호칭이 예전부터 참 귀엽다고 생각했고, 한 편 우리 고양이도 그리 오래 같이 살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기에 의미 있는. 제 고양이는 특히나 더 '옹' 스러운 표정을 잘 짓는데, 거기에 제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성을 붙여줍니다, 그리하여 완성된 이름. 장옹.


하하, 처음 몇 초는 좀 낯설더니 바로 이거다 싶어요. 장옹, 장옹, 어감도 좋고 억양을 달리하면 불어 같기도 하다가 자장가 같기도 하다가. 처음 병원에 데리고 가서 접수하는데 간호사가 자꾸 '자몽' 으로 알아듣길래  이 아이 이름은 장, 옹 이라고 또박또박 불러주니 갸우뚱하면서 웃더라구요. 수의사분이 처음 '장옹 들어오세요' 라고 말 할 때는 정말 폭소가 나왔다는. 그렇지만 아이도 이젠 입에 착착 붙는 이 이름이 자기 것인줄 압니다. 놀이에 빠져 있을 때라도 이름을 부르면 짧게라도 대답해요. 자기가 어디 있다는 것을 알리는 거죠. 이렇게 해서 고양이 장옹은 완벽한 제 고양이가 되었어요.

여러분의 고양이, 강아지는 어떤 이름으로 불리나요?


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이름은, 수의사의 이탈리아 남자 같은 억양으로 동물병원 대기실로 울려퍼지던.

"살바토레 들어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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