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구속영장 기각

2023.09.27 11:46

Sonny 조회 수:721


https://www.mbn.co.kr/news/society/4966104



법원은 892자 분량의 기각 사유를 설명했습니다.

법원은 일부 혐의는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인멸의 염려도 크지 않은 것으로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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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이재명 구속영장을 두고 민주당과 검찰 쪽의 행보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재명 구속영장 기각이 이재명한테는 얼마나 천만다행의 일인지, 한동훈한테는 체면 구기는 일인지, 그 여파를 무슨 시사평론가처럼 쓰고싶진 않습니다. 제가 이번 사태를 보면서 제일 이상하게 생각했던 건 이 이슈를 무슨 삼국지 소설읽는 것처럼 반응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건곤일척 일기토 한판 승부가 일어난 것처럼 흥미진진하게 이 사태를 관망하면서 낄낄거리는데, 이게 남의 나라 일인가 싶었습니다. 이재명 체포동의안이 가결이 날 때도, 현재 구속영장이 기각이 날 때도 이걸 어떤 사람들은 즐거운 유희로 소비하더라고요.


이게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주는 특유의 거리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검찰이 야당대표를 1년 반간 소환해가며 조져대다가, 이제 그것도 안되니까 구속을 하겠다며 대놓고 겁박을 천명한 사안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이 모든 이슈가 다 강건너 불구경으로 되어버리더군요. 이런 분들은 '꿀잼', 혹은 '팝콘각'이라는 이름 아래 각 팀의 득실을 따지고 향후 결과를 신나게 분석합니다. 이런 태도는 단순히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의 문제만은 아닐 것입니다. 어떤 문제가 생겨도 나, 우리의 문제는 아니라는 그 근본적인 거리감의 문제에 더 가깝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어떤 논쟁도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어차피 타인들의 승패문제이고 승자를 축하하거나 패자를 비웃으면서 그 거리감을 만끽하면 될테니까요. 


이런 태도에서 저는 순진한 낙관론을 보곤 합니다. 어떤 정치인에게 무슨 일이 생기고 어떤 권력적 억압이 생기든, 그건 그 선에서만 끝나고 자신이 사는 세상은 아무 일도 없을 거라는 무의식적인 낙관에서 비롯되는 행동이기 때문이죠. 왜냐하면 그 어떤 인간도 자신의 일에는 절대 낄낄대면서 웃고 넘어갈 수 없으니까요. 인터넷 댓글들에서 보이는 이런 태도들은 뭔가 해탈했다기보다는, 그냥 어떤 일도 자기 일은 아니라는 폐쇄적인 무관심에 더 가까워보입니다. 어떤 정당을 지지하든간에 최소한 시민의 입장에서 어떤 사안들의 옳고 그름이나 권력의 흐름은 좀 읽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세상 모든 사안에 다 적용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겠지요. 풍자와 자조는 때로 절망적인 세상 속에서의 긴장감을 해소시켜주기도 하지만 모든 사안을 시니시즘으로 대하는 일관적 태도는 결국은 정치혐오와 세계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지 저는 좀 고민해보고 있습니다. 사회적 평가를 아랑곳하지 않고 권력을 밀어붙이는 비민주적 주체들에 대해서는 더 진지한 반응으로 바위치기를 해야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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