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란 말이 적합한지는 모르겠어요.

좁게는 기술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것, 넓게는 누군가의 삶에 영감을 주고 영향을 주는 것

이런 행동이나 작용은 참 신비로운 것 같아요.

나로 인해 어떤 사람이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고, 또 나도 누군가로 인해 그럴 수 있다는게요.

 

일요일 아침부터 이런 생각이 든건 조카들 때문이에요.

제가 조카랑 같이 보내는 시간은 그리 많지는 않아요.

하지만 제가 사주는 장난감, 책, 놀아주는 행위들이 그 애들한테 어떠한 변수로 작용하는 걸 느낄 수 있어요.

하물며 부모는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까요.

물론 그 영향들이 꼭 긍정적인 것만은 아닐거에요.

트라우마의 계기가 될 수도 있고 나쁜 습관을 형성하는 시작점이 될 수도 있겠죠.

 

무서우면서도 또 한편으론 참 유혹적이기도 해요.

특히나 어린 애한테는 부모란 존재가 정말 많은 영향을 주잖아요.

 

그런면에서 부모가 되어 제가 바라는 이상적인 인간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이상적인 인간이라고 해서 그렇게 거창한건 아니지만요.

그냥 공부를 잘하거나 돈을 많이 벌거나 하지 않아도 되요.

다만 자신을 사랑할 줄 알고, 남에게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인간으로 행복을 즐길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어요.

네, 그건 한편으론 저의 부족한 부분이고, 제가 부러워하는 사람이에요.

어떤 면에선 저의 욕망을 대리실현하는 셈이죠.

이런 생각을 가지고 애를 낳는건 좋지는 않을 거에요.

부모라면 자식이 사람이라 하더라도 품어주고, 사랑해주면 좋은 사람이 되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부모가 아니더라도 대안교육이나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 사회에 행복한 사람이 많아질 수 있도록 뭔가를 해보고 싶긴해요.

남보다 적게 가져서, 남보다 낮은 위치라서 이런 비교를 통해 자신의 행복 양이 줄어들지 않고,

누군가와 연애를 하고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확인을 받아야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는게 아니라

그냥 나라는 존재만으로도 충만감이 느껴지고, 그 충만감과 사랑을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그런데 사실 어떻게 해야할지는 모르겠어요.

어떤 면에서 이런건 앞서 교육이라고 표현했지만.. 종교라고 할 수도 있는 거겠죠.

하하.. 제가 종교가 있었다면 분명 선교자가 되었을텐데 아쉬워요.

 

어떨 때는 돈을 버는 것, 쇼핑하는 것, 섹스하는 것, 내 가족들에게 투자하는 것 이런 감각적인(?) 욕망들로 중요한 걸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난 커다란 뷔페에 들어 왔어요.

내가 열심히 노력하면 마음껏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죠.

먹고.. 또 먹고..

옆의 사람이 더 맛있는 걸 먹는 걸 보니 셈이 나서 또 열심히 음식을 찾아 먹고..

그치만 사실 난 배가 고프지 않고, 먹을 필요가 없는걸요.

그래요 사실 난 여행 중이었던 거에요.

뷔페에 머무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바깥에서 멋진 풍경을 보고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거죠.

 

내가 이런 욕망들을 놓치 못하는 이유는.. 불안하기 때문이에요.

대부분의 사람은 뷔페에 머물고 있고, 최소한 여기에 있으면 굶주리지 않고 그냥저냥 살 수 있으니까요.

바깥 여행은 즐거울 수도 있지만 도둑을 만날 수도 있고, 굶주려 길바닥에서 죽을 수도 있어요.

 

그래도 뭔가를 시작해야할 것 같아요.

모든 것을 다 놓아버리는 극단적인 선택은 하지 않더라도 주말의 시간을 이용해서라도 조금씩이나마 단순한 생활 이상의 제가 생각하는 의미있는 일들을 하고 싶어요.

가끔은 뭐가 중요한건지 잊어버릴 때가 있어요.

 

이상 아침부터 일기는 일기장에 써야지가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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