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로봇, 불면증)

2020.08.30 06:51

안유미 조회 수:318


 1.젠장...사는 것도 지겹네요. 빌어먹을 비를 맞았어요. 


 잘 모르겠어요. 이번 조치로 코로나 전염이 완화될지 말이죠. 오늘 돌아가는 걸 보니 2.5단계로 격상을 하려면 하루이틀 텀을 주고 할 게 아니라 그냥 당일날 때렸어야 했어요. 일요일날부터 2.5단계를 때린다고 하니 마치 오늘이 휴가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사람들이 몰려나오더라고요. 



 2.나도 오늘은 웬만하면 조용히 지내고 싶었는데...요즘 공들여놓은 곳에서 모이길래 어쩔 수 없이 나갔어요. 왜냐면 이 모임에서 어서 탈퇴하고 싶거든요. 이 모임을 빨리 파먹어버리고 빨리 그만두고 싶어요.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진행하면 세월아 네월아 걸릴 것 같아서요.

 


 3.휴...지겹네요. 사실 나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잘 몰라요. 맨날 여자를 좋아한다고 말하긴 하지만, 여자를 좋아하는 건 이런 저런 물질들로 조성된 내 몸과 호르몬이지 나 자신은 아니거든요. 내가 우연히 여자로 태어났거나 다른 몸에 담겨져 있었다면 그 몸에 맞는 다른 욕망을 지니고 있겠죠. 


 욕망이란 건 어릴 때는 해소하면 곧바로 리필...또다시 곧바로 리필되기 때문에 별달리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왜냐면 24시간 욕망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게 나라고 생각하고 살게 되거든요. 여자를 좋아하고...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게 상시적인 거니까요.



 4.휴.



 5.어쨌든 그래요. 여자는 정말 좋지만 인간은 정말 별로란 말이죠. 나중에 로봇 여자가 나오게 되면 인간 여자는 안 찾을 것 같아요. 왜냐면 인간 여자는 어쩔 수 없이 여러 면모를 지니고 있거든요. 회계사 같은 직업도 가지고 있고, 커리어에 대한 욕심도 가지고 있고...자기자신이 그리고 있는 그림이 늘 있단 말이죠. 


 하지만 지금은 로봇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인간 여자를 만날 수밖에 없어요. 그러나 인간 여자가 뭐 자신의 고민거리나 비밀을 늘어놓으면 요즘은 매우 짜증나요. 예전에는 그러면 그 여자랑 가까워지는 건 줄 알고 기분이 좋았지만, 알고 보니 아니예요. 


 그건 그 여자랑은 멀어지고 그 인간이랑 가까워지는 거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여자가 쓸데없는 소리를 하기 시작하면 슬슬 차단하고 싶어져요. 



 6.사실 남자는 괜찮아요. 남자의 경우는 거의가 고민거리를 말하면 그냥 말하는 거니까요. 뭐 도와달라고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애초에, 도와달라고 징징거릴 만한 놈들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거든요. 그런 놈들이랑은 1대1로 만나지도 않아요. 


 하지만 잘 모르겠어요. 도와달라고 말하는 거든, 그냥 고민거리를 말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든...둘다 무의미한 일이니까요. 나는 절대로 남을 공짜로는 돕지 않을 거거든요. 적어도 오늘은요. 


 내일은 내가 홱 바뀌어서 갑자기 남을 대가 없이 막 도와줄 수도 있겠죠. 내일이든 다음 주든 다음 달이든요. 하지만 오늘의 나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예요. 



 7.사는 것도 지겹네요. 삼겹살이나 얻어먹고 싶네요. 아니면 오겹살이나. 아니뭐...너무 투덜거리는 것 같겠지만 어쩔 수 없어요. 생각해 보세요. 짜증나는 놈들 20명을 밤새 만나고 돌아오다가 비를 맞았고, 피곤하다면 누구나 사는 게 지겹겠죠.


 누군가는 '짜증나는 사람들을 굳이 왜 보는 거지?'라고 물어볼 수도 있겠죠. 한데 사람이란 게 20명이씩이나 모이면 그건 반드시 짜증날 수밖에 없어요. 제기랄...보통 이쯤에서 '심심하네요'라고 쓰는 게 원래 일기의 패턴인데 너무 피곤해서 심심하지도 않네요.





 ---------------------------





 잠이 좀 오길 바랬는데 아직도 잠이 안 오네요. 불면증이 있으면 자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라서, 굳이 눕지는 않아요. 컴퓨터 앞에 앉아서 계속 무언가를 하면서 정말 미친듯이 졸려오는 순간이 오길 기다릴 수밖에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059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966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9916
113371 대통령께서는 세월호 당일에 머리를 매만지시느라 90분을 사용하셨답니다. [15] 떼인돈받아드림 2016.12.06 4056
113370 오늘 여성분들이 세 분이나 제 번호를 물어보았습니다. [4] 헐렁 2015.06.28 4056
113369 로이킴 표절논란에서 생각난 듀나님의 글 [3] soboo 2013.07.16 4056
113368 조용필은 '가왕'이 아니라 '마왕'인 듯 [1] 닥터슬럼프 2013.04.24 4056
113367 문대성 사태 내부고발자 찾아 처벌하라 - 동아대 태권도 학과 학생회 [7] 겨자 2012.04.21 4056
113366 여러 가지... [34] DJUNA 2011.09.05 4056
113365 새벽의길님께. [40] 잔인한오후 2013.06.19 4056
113364 f(x) 엠버 티저 [12] @이선 2011.04.09 4056
113363 [커피] 이탈리코 캡슐머신 특가세일 중입니다. [16] 서리* 2011.01.31 4056
113362 獨 해부학 박사, 세계 최초 시체 판매 / EBS 아동성범죄자 다큐 [4] philtrum 2010.12.05 4056
113361 개성과 실력없음. [13] 자본주의의돼지 2011.02.13 4056
113360 노인들의 지하철 노약자석 투쟁사? [23] 미재 2010.10.04 4056
113359 투움바파스타 소스의 비밀...? [2] 소상비자 2010.09.12 4056
113358 16강이 한계였어요. [18] 디나 2010.06.28 4056
113357 Ellegarden 노래 두 곡. [4] catcher 2010.07.27 4056
113356 좋아하는 고전문학 있으세요? [44] 아리무동동 2014.03.07 4055
113355 [아이돌] 백아연, FT아일랜드 신곡 잡담 + 광수 아저씨에게 졌어요... orz [15] 로이배티 2012.09.10 4055
113354 할머니 괴롭힌 미국 중학생들 [6] 사과식초 2012.07.01 4055
113353 ↓ 글 좀 지워주세요. [28] 가드너 2012.04.10 4055
113352 진동파운데이션 써보신 분 계세요? [13] 난데없이낙타를 2011.11.05 405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