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29 03:32
아래 30 넘도록 이뤄놓은 게 없냐고 한탄하신 분 글을 읽고 문득 생각이 나서요.
요즘에 그런 생각을 합니다.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는 법이라고. 고생도, 바람도, 지롤(자체 검열;)도 다 적당한 때에 해야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어릴 때 부모님 속 무쟈게 썩이는 녀석은 나중엔 차근차근 정신 차려서 제일 든든한 자식이 되더군요.
반대로 무쟈게 모범적인 아해는 다 커서 남들 정착하고 안정을 찾아갈 때 뒤늦게 바람이 들어서,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둥 하면서 갑자기 사표를 내는 등의 지롤을 하곤 하지요.
네, 물론 일반론이고 안 그런 사람도 많겠습니다만, 경험한 바에 의하면 그렇더군요. 살면서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은 항상 있는 법이니.
그래서 어려서, 젊어서 좀 안 풀리고, 고생하는 거, 나쁘지 않다고 봐요. 나중엔 대체로 그 고생을 발판으로 잘 풀리더라구요.
못된 짓 좀 하거나(범법이 아닌;) 허송세월 좀 보내도, 그만큼 나중엔 정신 번뜩 차려서 더 치열하게 살게 되죠.
일탈도 안 하고 '인생의 성공수칙' 아래에서만 걸어온 사람은 의외로 약해요. 모든 게 그럭저럭 풀리면 일면 인생이 허무해지죠.
그래서 뒤늦게 자기발견의 여행을 느닷없이 떠나기도 하고. 마흔 다 되어서 가진거 다 내놓고 꿈을 찾아가겠다고 하질 않나.
어릴 때 다 경험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때는 뭘 그리 열심히만 살았는지. 지롤을 꿈꾸는 입장에서 살짝 후회가 되기도 하고 그래요.
초년에 안 한 지롤, 나중에 몰아서 하려니 살짝 불안한 장년입니다.
2010.11.29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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