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모 카페에서

2020.09.23 13:07

어디로갈까 조회 수:1016

미팅이 있어서 대학로 모 카페에 와 있습니다. 근데 상대방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한 시간 늦겠다며 죄송하다는 전화통고를 해왔어요. 지극히 예외적인 상황입니다.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코로나 때문인지,  카페엔 손님이 저 포함 두 명뿐이에요. 마치 루이 14세 시절의 궁정 연회에나 쓸 법한 의자들이 죽 놓여 있고,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중 2악장이 흐르고 있습니다. 

창가 쪽에 자리를 잡았는데, 오늘 해결해야 할 문건들을 살펴보려다가 노트북을 꺼내놓고 이렇게 듀게에 희롱질을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제 앞 자리의 손님이 애머 액젤의 <무한의 신비>를 읽고 있는 걸 봤기 때문이에요. 
수학자들을 중심으로 카발라와 집합론을 섞은 기묘한 타입의 내용인 저 책을 읽는 사람을  한 십여 년만에 보네요. 저 책이 이상의 무한육면각체라든가 삼차각 설계도와 접속하는 모종의 키메이커 역할을 한다는 기대없이는 보통 안 읽을 책이라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퍼집니다.
아직 20대로 보이는데, 아마 생각만큼 독서 속도가 나지는 않을 거예요. 용서(이용하는 책)가 아니라 독서(살피는 책)'의 대상인 책이거든요. 

19세기 유럽 카페의 역사를 접하노라면  카페에 모여 노닥거리며 생각과 열정을 나눠서 자신의 글/그림을 향상시킨 작가들이 많았죠.  '카페'라는 우선멈춤 하는 간이역에서 만난 낯선 상대에겐  좀더 신선/특별한 시선으로 집중하게 되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아무튼 제가 저 청년보다 먼저 이 카페를 나가게 되면 그의 음료+케익 값을 지불하고 나가려고요. 에머 엑젤을 읽는 정도면 살면서 요런 횡재(?)도 한번 맛봐야 하는 거죠. 이 집 가격이 이 동네에서  많이 비싼 편이라는 걸 확인해서 더 그렇습니다.  -_-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352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277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3193
113820 [잡담들] 언스토퍼블, 소셜 네트워크, [5] 룽게 2010.11.21 2270
113819 (뻘글)150만원으로 어깨에 뽕을 넣는것 [8] 캐스윈드 2010.11.21 3443
113818 책을 보다가 생긴 궁금증 [1] 사랑이없다 2010.11.21 1323
113817 [뻘글] 혼자 사는 사람이 반려동물을 키운다면 둘 이상이 좋다고 생각해요.(고양이 사진 재중) [9] Paul. 2010.11.21 3159
113816 소셜네트워크 글이 많군요..(스포) [2] 윤보현 2010.11.21 1877
113815 미국판 렛미인 재밌습니다. [4] 자두맛사탕 2010.11.21 2200
113814 사랑해요 [8] 메피스토 2010.11.21 2688
113813 잡담/ 뒷목에 뭐 못 걸치시는 분? [7] 안녕핫세요 2010.11.21 1717
113812 소셜 네트워크를 보고 느낀 것 [5] 염맨 2010.11.21 3029
113811 오랜만에 글인데 듀나인~^^; [7] 아.도.나이 2010.11.22 1337
113810 김장했슈 [16] 아침엔 인간 2010.11.22 3305
113809 스캐너로 찍은 영화 [3] DJUNA 2010.11.22 2095
113808 루팡3세 카리오스트로의 성 봤어요.+ 자기 전에 음악 한 소절 [3] 옥시 2010.11.22 1400
113807 페이스북이 그렇게 엄청난 사이트였을 줄이야... [3] 푸른새벽 2010.11.22 4175
113806 지금 내게 절실한 것. [4] nishi 2010.11.22 2135
113805 지금도 오늘밤 인가요 [5] 가끔영화 2010.11.22 1558
113804 부모님의 생존여부와 이혼 등등.. 글에 대해서 다시 올려요. [6] 칭칭 2010.11.22 2812
113803 특권 노동자계층이 대한민국에서 무엇이 있을까요? [5] EIMH 2010.11.22 1931
113802 저도 편견이 있어요. 지난 이슈에 묻어가는 글. [4] 유니스 2010.11.22 2153
113801 심야의 투덜 바낭 [1] soboo 2010.11.22 134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