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콜걸(19금)

2012.12.29 22:04

Isolde 조회 수:8753

나는 여성이고 런던에 살았다. 콜걸이었다.

영국에서 콜걸의 일상을 다룬 블로그가 폭발적인 인기를 끈다. 
글쓴이는 익명이고 과거도 베일에 싸여있다. 

타블로이드 천국답게 선정적인 기사는 확대 재생산된다. 

결국, 방송 관계자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이에 영감을 얻어서 런던 콜걸이라는 드라마가 탄생한다. 
원제는 <Secret Diary of a Call Girl>이다.

작가는 구질구질하게 돈 때문이 아니라 여주인공이 콜걸이 된 것은 성적 자유와 쾌락이라는 거창한 이유를 부여한다 
오프닝은 립스틱과 스타킹이 교차하면서 깃털처럼 가볍고 경쾌하다. 
남성 손님은 대체로 우스꽝스럽고 순진한 몰골로 드라마에 등장한다. 

여주인공의 가족은 사실을 알지 못하고 가장 친한 남자친구도 뒤늦게 비밀을 공유한다.  

그러다가 실화의 주인공이 밝혀진다.

"이제 더는 거짓말을 할 필요도 내가 걱정하던 일들을 사람들로부터 감추기 위해서 애쓸 필요도 없다. 
익명이란 당시로선 하나의 목적이었다. 그건 늘 존재해야 할 이유가 있을 것이다. 
특히 본명을 드러내는 것이 너무 큰 손실을 끼치거나 논쟁을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는 작가들에게선".

이 실화의 주인공은 박사 논문을 준비하고 있었으나 경제적 어려움에 부닥치자 에이전시에 찾아가 콜걸이 된다. 

실화의 주인공이 계속 비밀을 유지할 수 없었던 이유는 과거 자신을 알던 손님과 남자친구가 이 사실을 폭로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었다. 
언론과 인터뷰에서 뒤늦게 사실을 안 아버지는 딸에게 도움을 주지 못했던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고 눈물을 흘린다. 

현실로 돌아와서 매춘의 세계를 본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순하고 어리숙한 우스꽝스러운 손님만 있는 것일까.

세계 통계를 살펴보니 매춘으로 폭행당하거나 살해당하는 비율은 상당히 높다. 
이빨이 나가거나 영원히 성병에서 헤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육체는 시들고 시간은 파괴적이다.

언론과 대중이 원했던 공상과 상상은 해체된다.  
아이러니한 것은 현실이 더 신파라는 사실이다. 

이 실화의 주인공은 박사 학위를 수료한 후 현재 영국 연구소에서 재직 중이다. 
관계 대학 측은 "박사의 과거 일은 우리 대학에 어울리지 않지만, 그녀의 폭로가 장래 채용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은 연구직 여성의 과거가 밝혀지면 저런 쿨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테스>의 작가 토마스 하디는 테스를 살려달라는 독자들에게 이렇게 답한다. 
"소설 속 한 명의 테스의 죽음으로 현실에서 수많은 테스를 살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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