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들 아시는 그 고전 명작 영화 얘기인데 스포일러 같은 게 의미가 있을까요. 게다가 이게 또 국내 번역제 자체가 스포일러인 영화 아니겠나요. 그래서 그냥 이번엔 스포일러가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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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가 영화이다 보니 기본 설정 소개도 매우 귀찮군요. 오지랖 쩌는 피곤한 노땅 이웃들이 득시글거리는 아파트로 이사한 새댁이 어떻게든 적당히 선 그으며 지내 보려고 노력하다가 결국 믿었던 남편마저 이웃들 편이 되면서 겪게 되는 심적, 신체적 고통을 그린 영화입니다(?)



 - 농담으로 적어놨지만 사실 정말 저런 내용이 맞죠. 특히 시작부터 대략 중반까지의 전개는 그냥 저런 류의 일상 스릴러(?)라고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개인 사생활의 존중을 바라는 신세대 젊은이와 옛날식으로 '아 이웃 좋다는 게...' 라면서 그 사생활을 마구 침범하는 구세대 노인네들이 불운하게 만나서 서로 증오하게 되고 결국 파국을 맞는.... 뭐 진짜로 이런 스토리의 영화 하나 만들어도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보면서 계속 했네요. 



 - 뻔한 얘기지만 미아 패로우의 로즈마리는 비주얼로나 연기로나 정말 완벽합니다. 여리고 섬세해 보이면서 또 불행한 표정이 잘 어울리구요. 중반 이후로 뭔가 눈치채기 시작하면서 부들부들하는 연기를 되게 잘 소화하더라구요. 비달 사순 컷(!) 후의 그 유명한 비주얼도 압도적이지만 그 전의 귀여운 단발 머리도 참 잘 어울렸어요.


 사악한 옆집 노부부는 참 진짜로 여러모로 '옛날 미국 영화 속 성질 고약한 노인'처럼 생기고 그렇게 차려 입고선 그런 연기를 압도적으로 잘 해주고요. 지금 보니 영화에서 느껴지는 불쾌감의 과반이 이 분들 연기에서 나오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ㅋㅋㅋ


 마지막으로 남편은 좀 존재감도 떨어지고 그냥 평범하게 일상적으로 둔하고 불쾌한 느낌이었습니다만. 애초에 필요한 존재감이 딱 그 정도였으니 마찬가지로 적절한 캐스팅이었고 또 잘 해냈다고 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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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 거 없는 장면이지만 또 자세히 보면 등장 인물들의 면면이 잘 드러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 실제로 이 시기가 미국에서 사탄 숭배 주의가 유행(?)하던 시절이었다고 하죠. 뭐 당연히 실제로 진지하게 그런 짓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고 하고, 대부분이 언론이나 매체들의 호들갑이었다고 하지만 어쨌거나 진지하게 이런 걸 믿고 따라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무려 '집단'으로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오싹하고 황당한 일이니 이런 영화들이 쏟아져나온 것도 이해가 갑니다. 


 이 영화는 이런 집단들의 행동을 굉장히... 뭐랄까. 좀 심플하고 전형적이면서도 순진 무구하게(?) 다루는 편이었네요. 사실 21세기에 나온 영화가 이런 식의 접근을 보였다면 좀 유치하거나 모자라다는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겠는데, 이게 세월이 흘러서 명작으로 평가 받고 '원조'의 아우라를 풍기는 작품이 되어 놔서 그게 단점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오히려 로즈마리의 환각 반, 현실 반으로 전개되는 장면들(요트 위의 파티 장면 같은)은 지금 봐도 정말 진지하게 불쾌하고 불길한 느낌이 가득해서 압도적이었다는 느낌.



 - 당연히(?) 예전에 본 적이 있습니다. 다만 그게 20여년 전이어서 '줄거리는 다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처음 보는 영화' 같은 느낌으로 봤죠.

 결말을 다 알고 보니 자연스럽게 스릴은 좀 떨어지지만 오히려 더 재밌는 면이 있더라구요. 어떻게 저 놈들이 작당을 해서 로즈마리의 인생을 망가뜨리는지, 어떻게 로즈마리가 거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기회들을 놓치게 되는지에 집중을 하면서 보게 되는데 그게 참 안타깝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어찌보면 이 또한 과학이 덜 발달하고 인터넷이 없던 시대에 어울리는 이야기이기도 해요. 21세기에 젊은 여성이 비슷한 일을 당하게 된다면 성실한 인터넷 검색으로 금세 '아, 쟤들 단단히 미친 놈들이구나' 라고 깨닫고 도망칠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하다 못해 의사라도 멀쩡한 양반을 만날 수 있었을 텐데... ㅠㅜ



 - 최근 영화들 중에 이 영화랑 많이 닮은 영화로 '유전'이 있었죠.

 솔직히 말해서 섬뜩함과 무서움의 강도로 따지면 '유전'이 훨씬 강력했습니다. 세월의 흐름을 무시할 순 없으니까요.

 하지만 '원조'의 아우라 역시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이 영화도 참 재밌게 봤어요. 

 스토리는 다 알고 있지만 정작 보지는 않았던 분들, 보긴 봤지만 하도 오래 전에 봐서 디테일은 다 까먹으신 분들이라면 지금 봐도 재밌게 보실 거에요.

 아예 안 보고 내용도 모르시는 분들에게는 당연히 더 강력히 추천드리겠지만 스포일러 있는 글을 쓰면서 할 얘긴 아니네요. ㅋㅋㅋ



 + 보면서 이 영화 생각이 자꾸 났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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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마더!'요.

 검색해보니 안 그래도 이 두 영화가 닮은 점이 많다는 외국 기사가 떡하니 걸리더군요. 역시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 오프닝 크레딧에 비달 사순의 이름이 떡하니 튀어 나오고 극중에서도 인물들이 계속 '비달 사순 스타일' 얘길 하고 그럽니다.

 이 시절이 그 분 리즈였나 보죠? 전 80~90년대 국내에서 팔리던 샴푸 제품 때문에 그 시절에 유명해진 분인 줄. '비다알~ 싸쑨!!'



 +++ 샤론 테이트가 언제 나왔단 말이야... 하고 집중해서 보다가 중간부턴 잊어버리고 그냥 보다보니 엔드 크레딧이.

 근데 샤론 테이트가 나올만한 장면은 딱 하나 밖에 없었죠. 검색해 보니 그게 맞는 것 같더라구요. 후반의 로즈마리 친구들 초대 파티 장면에 손님들 중 한 명이었던 모양입니다.



 ++++ 리메이크가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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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즈마리가 흑인이 되었는데, 맡은 배우가 '어벤져스'의 그 분이더군요. 두 편짜리 티비 시리즈라는데... 딱히 찾아 볼 생각까진 안 드네요. 

 이야기가 그냥 '옛날 이야기'여야 설득력이 생기는 이야기 같아서요. 보면서 '지금이 2020년이긴 하구나' 라는 생각을 계속 했던 게, 90년대에 이 영화를 볼 땐 전혀 그런 느낌이 없었는데, 지금와서 보니 완전 무슨 사극 속 배경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아아 세월이여...



 +++++ 극중에서 중요한 도구로 등장하는 '태니스 뿌리'라는 건 현실엔 그냥 없는 물건인가 보더라구요. 검색하면 온통 이 영화 관련 글만 걸립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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