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일기

2020.09.16 07:07

안유미 조회 수:295


 1.'잠을 자려고 한다'라는 말은 생각해보면 이상한 말이예요. 원래 사람은 정상적인 생활 사이클 안에서 살면 낮에 활동하고, 저녁에 돌아와서 밤에 누우면 알아서 잠에 빠지는 거니까요. 잠들어야겠다...라고 노력하는 건 이미 무언가가 어긋나고 있다는 거겠죠.



 2.월요일엔 자고 싶었는데 도저히 잠이 안 왔어요. 6시...7시...급기야는 사람들이 출근하는 시간까지 넘겨서 깨있다가 결국 사우나에 갔어요. 오랜만에 강한 수압으로 좀 때려주고, 풀에 들어가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물로 맛사지를 해줬죠. 이 정도까지 하면 잘 수 있는 노력은 정말 다 한 거예요. 따뜻한 우유를 마시는 것만 빼고.


 하지만 선베드에 누워서도 한참 후에야 잠들 수 있었어요. 그나마도 금방 일어나게 되더라고요.



 3.사람은 야생 상태에서는 늘 긴장되어 있기 때문에 자면서도 늘 주위에 민감하다고 해요. 하긴 그런 본능이 없었으면 살아남지 못했겠죠. 


 이런 본능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걸 느낄 때가 밖에서 잘 때예요. 호텔에서 자도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금새 일어나게 되고 사우나에서 자도 최소한의 피로만 풀리면 바로 깨어나게 되는 걸 보면요. 완벽하게 안전한 집이 아니면, 바깥 어디에서 자든 늘 긴장을 하게 되는 걸까...싶어요.



 4.휴.



 5.전에 썼듯이 피자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피자를 많이 먹는 것뿐이예요. 라지사이즈로 두 판 시켜서, 더이상 피자 냄새를 맡기도 싫을 정도로 먹고 나면 한동안은 피자를 먹고 싶지 않게 되죠. 여자에게서 벗어나는 방법도 마찬가지로, 여자를 많이 만나는 거죠. 그러면 한동안은 여자가 옆에 있는 것조차 싫어지게 되거든요. 


 하지만 문제는...그러면 한동안 사는 게 재미가 없게 돼요. 그러니까 여자가 너무 싫어지지는 않는 정도로 2~3일에 한번씩 보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하루는 여자를 만나고, 다시 하루는 여자를 만나는 걸 기다리고...하면서 지나면 적절한 거죠. 너무 연속으로 섭취하면 뭐든 질리니까요. 어쨌든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 나로 사는 건 너무 우울하거든요. 


 '여자를 좋아하는 나'를 계속해서 유지시키려면 연속으로 여자를 만나지 말아야 한다...라는 비결을 가지게 됐어요. 혼자 있는건 심심하지만 그래도 소풍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내일을 오길 바라면서 혼자 있는 건 덜 심심하거든요. 혼자 있으면서 심심하고 기분이 짜증나는 것보다는요.



 6.아무래도 그런 거예요. 너무 미혹이나 번뇌에서 벗어나면 사는 게 재미가 없거든요. 미혹이나 번뇌를 극복한 것보다는 그냥 계속 미혹에 시달리면서 사는 인생이 나아요. 



 7.오늘도 역시 잠에 드는 데 실패해서 해가 뜨는 걸 봐버렸네요. 2시간정도 일한 다음에 9시부터는 돈을 좀 벌고 나서 잠을 자던가 해야겠어요. 어차피 잠이 안 오는데 자려고 노력해봤자 시간낭비겠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490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423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4677
113754 겨자님>Invisible women/mplex 괴물 [1] daviddain 2020.10.24 393
113753 [KBS1 독립영화관] 심장의 모양 [1] underground 2020.10.23 312
113752 아이린 갑질 폭로 에디터 "금전 합의 NO, 사과 위한 만남…악플 멈춰주길" [전문] [5] daviddain 2020.10.23 1396
113751 개인적인 생각인데 아이린씨는 [2] 하워드휴즈 2020.10.23 1245
113750 극장에 볼 영화가 없는게 맞죠? [3] 하워드휴즈 2020.10.23 464
113749 펌) 사이버 렉카에 관하여 예상수 2020.10.23 440
113748 아이린이 갑질 논란이 있군요 [113] daviddain 2020.10.23 2765
113747 세계는 지금 예상수 2020.10.23 317
113746 문 닫는 영화관들. [12] 잔인한오후 2020.10.23 1111
113745 [축빠들만] 라리가에 터진 인종차별 사건 [4] daviddain 2020.10.22 615
113744 영화 때문에 노래가 오염된 적이 있으세요? [23] Sonny 2020.10.22 1022
113743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헐리우드>를 넷플릭스로 봤습니다 [9] Sonny 2020.10.22 730
113742 사소한 불안에서 출발한 충돌들 [1] 예상수 2020.10.22 389
113741 고대 로마 귀족처럼 생긴 것 같은 축구 선수 [6] daviddain 2020.10.22 911
113740 삼성 라이온즈 윤성환 선수 은퇴 (미확정) [1] 영화처럼 2020.10.22 407
113739 고양이 단상 [13] 칼리토 2020.10.22 807
113738 삶의 크고 작은 일들아 안녕~ [8] 어디로갈까 2020.10.22 811
113737 [아마존프라임비디오] '홈커밍'의 두 번째 시즌도 마쳤습니다 [14] 로이배티 2020.10.22 759
113736 두사람 이름 다 아시는 분 [3] 가끔영화 2020.10.21 369
113735 디지털 페인팅 3 [4] 샌드맨 2020.10.21 33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