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조카는 레고와 이상한 실험도구와 총기 모델 덕후 인데 이런 것을 구매하기에는
자신의 부모나 이모에게 부탁하기에 굉장히 큰 난항이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덕후인 저를 호구 잡는데 그 실천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삼촌 삼촌 급한 일이 있어서 그런데 해외 쇼핑몰 이용해 본 적 있어? 어떻게 하는 거야?


 - 음 주로 아마존을 이용해서 배대지로 배송받는데… 아니 왜?


 - 그래? 아마존이라니 잘 되었다. 이것 좀 검색해봐.

 

마인 크래프트 레고가 검색되는데 해적선이나 우주선 같지 화려하지 않고 볼품 없어 보여서
그다지 눈길이 가지 않습니다.

 

 - 이거 사고 싶은데 해외 쇼핑몰을 이용할 수 있는 카드가 없네 T.T


 - 음 이건 생긴 거에 비해서 너무 비싼데 딴 사람에게 부탁하렴.


 - 삼촌!! 이건 한정판인데?!


 - 한정판?! 한정판이라도 이건 못 생겼잖아. 그래도 한정판인가….. 
    못나 보이는데 한정판이라  흠.


 - 삼촌! 이제 이거 4개 남았어!!


 - 헉! 그런가?! 카드를 꺼내자꾸나.

 

1) 품절을 앞에 둔 한정판이라는 말은 덕후의 지갑을 설레이게 합니다.
   언제나.
   근데 왜 아직도 품절이 안되는 것일까요?

 


 - 삼촌 방은 갈수록 좁아지는 느낌이야.


 - 응. 너무 좁으니 볼 일 없으면 빨리 나가거라.


 - 어! 못 보던 프로젝터가 생겼네. 이건 옆에 있는 거와 다른 것이 뭐야?


 - 포커싱이 좋고 투사 거리가 짧고 더군다나 3D도 되지.


 - 오~! 그렇구나, 아 나도 새로 사고 싶은 실험 도구가 있는데.


 - 실험도구 사는데 왜 나한테 이야기하니? 니 엄마한테 부탁하고 어서 나가 보렴.


 - 삼촌! 나가기 전에 물어볼 게 있는데 이건 얼마짜리야? 할머니한테 물어볼까?

 

저의 눈이 느리게 끔뻑거리면서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 음…어.... 그래서 뭘 갖고 싶다고?


 - 아 비싼 것은 아니야. 이것보다 가격은 30분의 1도 안 할 걸.

 

 

2) 덕후에게 이건 얼마짜리라고 말하는 것은 이순신의 죽음을 알리는 거와 같습니다.

 

 

 

조만간 나보다 키가 커질 것 같은 사춘기 성장기인 큰 조카에게 어린이날은 해당 사항이 없는 행사입니다.

 

 - 삼촌! 어린이날에 받고 싶은 선물이 있는데.


 - 어이! 어이! 니 나이를 생각해 봐라. 징그럽게 큰 녀석이 무슨 어린이날 선물이야.


 - 아 나 어린이인데. 이렇게 키가 작잖아.

 

그러면서 무릎을 굽혀서 키를 낮춥니다.

 

 - 뭐야? 삼촌 키가 더 작은데?

 

저는 이에 지지 않고 허리와 무릎을 더욱 굽혀 키를 더 낮춥니다.

 

 - 아니야. 내가 작다니까.

 

조카는 아예 주저 앉아 버립니다.

 

 - 아니야 삼촌이 더 작다니까.

 

이렇게 서로 서로 경쟁적으로 키를 낮추다 보니 어느새 둘 다 엎드린 채로 누워 버리는 지경까지
다다릅니다.
 
고개를 돌리고 엎드려 있는 저에게 큰 조카가 말합니다.

 

 - 삼촌. 더 이상 줄일 수 없지? 하지만 머리 크기는 어쩔 수가 없네. 내가 더 작아.


 - 헉! T.T

 


3) 이 꼴을 보는 누님이 한 마디 하십니다. 가자미 같은 넘들.

 

 

< 번외 >


작은 조카는 어린이날과 자신의 생일이 징검다리로 겹쳐 있고 그래서 지난 주말은
내가 왕이다라고 외치고 다니고 있었습니다.

 

요즘에 오디오질 하느라 지갑이 쏭쏭 뚫린 저는 작은 조카의 눈을 마주치기 싫었지만
주말에 별 약속이 없었던 터라 조카 앞에 대령하고 말았습니다.

 

 - 이모는 나에게 어린이 날과 생일 선물로 학용품과 케익을 선물해준다고 
   하였는데 삼촌은 뭘 준비하였는가?


 - 삼촌은 가진 것이 미천하여 올해는 기념일 하나만 챙겨주려 하는데 어찌 하오리까.


 - 알겠다. 내 삼촌을 불쌍히 여겨 어린이날 선물은 몸으로 떼우는 것을 허락하겠노라.
    조카가 요즘 몸이 찌부등하니 발안마를 해주거라.


 - 아쿠아 로션도 족욕기도 없이 건식 안마인데 괜찮겠습니까?


 - 난 피부가 좋아서 괜찮구나. 피곤함을 풀 수 있을 정도로만 하거라.

 

중국에서 3년 지내면서 중국말은 한마디도 못하지만 안마하는 것만 배워 온지라 발안마를
깔삼하게 해줍니다.

 

 - 시원하시죠. 이걸로 모든 선물은 퉁치겠습니까?


 - 내 비록 발은 시원하나 요즘 잠자리가 허하여 잠이 오지 않는 구나.
          생일 선물로 커다란 곰 인형 안고 자면 잠이 올 것 같다.


 - 그 동안 진상한 인형이 너무 많아 조카의 어머님이 싫어하실까 저어되옵니다.

 

그러면서 누님께 눈치를 주었건만 누님은 싫은지 좋은지 반응이 없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롯데마트로 곰인형을 사러 갑니다. 하지만 없는 게 없는 것 같았던 롯데마트이건만
큰 곰 인형은 없어 대신 조카가 원하는 다른 쇼핑을 대신 해주기로 합니다.


그래서 풍선도 사고 취향이 안맞아 서로 티격태격 하다가 무난한 머리핀이나 머리끈도 사고

과자도 몇 개 샀는데 계산해 보니 돈이 얼마 안 나옵니다.

 

그래서 속으로 나이스~! 라고 외치고 공연을 보러 가느라 조카와 바이 바이하는데 조카가 한 마디 합니다.

 

 - 혹시 길 가다가 커다란 곰 인형이 보이면 운명이니 꼭 사주어야 해!

 

지하철만 내리면 바로 공연장인데 그럴리 없다 생각하며 응이라고 답하고 공연을 보러 갑니다.

 

넥스트 투 노멀을 보러 연강홀에 들어 갑니다.


피아노와 붉은 아이와 돼지를 지나쳐서 매표소 안으로 내려가는데 떡 하니 스텝이라는 명찰을 붙이고
커다란 곰인형이 여기저기 놓여져 있습니다.

 

이럴 수가 저는 속으로 나지막히 탄식을 합니다.
 
저는 그만 운명이다 생각하고 집에 돌아와서 인터넷에서 대형 곰인형을 주문하고 말았습니다.

 

 

 

결론) 덕후에게 지름이란 운명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957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845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8655
113065 으으...ㅠㅠ 열받아요 열받아! [15] 낭랑 2012.09.11 4037
113064 집주인이 난방 틀고 살래요... [8] 주근깨 2012.02.13 4037
113063 K팝스타 JYP 마지막 발언, 정확히 무슨 뜻였나요? [9] kiwiphobic 2012.03.04 4037
113062 분식집들 가격인상 단행 [7] soboo 2011.02.07 4037
113061 (자동재생 주의) 갓구라의 티아라 지연 디스 [7] 자본주의의돼지 2010.11.25 4037
113060 문인 이상이 쓴 연애편지가 공개되었네요. [11] Anonymity0454 2014.07.24 4036
113059 살인진드기로 심각한 분위기 가운데... [11] 닥호 2013.05.21 4036
113058 사회 부적응자 갑 [17] 가끔영화 2013.03.27 4036
113057 박성현이란 사람, 제가 보기엔 사망유희 1층은 맡아도 될듯한 사람인데요? [8] chobo 2012.11.07 4036
113056 레알 QPR 팬.jpg [9] 쵱휴여 2012.07.09 4036
113055 문래동 지나다 본 흉한 현수막 [6] amenic 2012.05.16 4036
113054 [마음의 소리]를 뺨치는 웹툰이 연재되고 있군요 [12] 다방커피 2012.04.02 4036
113053 우리집의 배우들... [12] hermit 2012.10.12 4036
113052 말하자면,올림픽은 길고 굵은 똥입니다 [6] 그리스인죠스바 2011.07.07 4036
113051 MBC 지금 뭐하는거에요? [5] 달빛처럼 2011.01.23 4036
113050 윤종신 monthly project [4] 오토리버스 2010.10.09 4036
113049 이거 다들 이러신가요.. 사소한건데.. 한번 해봐주세요. [22] 레옴 2010.07.12 4036
113048 [바낭] 이쁜 여자 vs F800R [17] 가라 2011.05.16 4036
» 조카가 덕후 삼촌의 지갑을 여는 방법에 대한 고찰 [16] 질문맨 2013.05.07 4036
113046 이런 헬로 키티 상품도 있습니다. [9] 스위트블랙 2010.07.24 403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