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16 12:41
- 제목에도 적어 놓았듯이 시즌 전체의 스포일러가 있는 글입니다.
- 바로 요 밑에 시즌 1을 본 제 소감을 적어 놓았죠. 나름 재밌게 보았고 그래서 좋게 적어 놓았습니다만. 어제 내친김에 끝을 보자... 하고 시즌 2의 1, 2화까지 보고 나니 '아 이건 아닌 것 같아' 싶어서 3화부터는 빨리 감기로 봤구요. 빨리빨리 넘기며 보다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여기저기 검색해서 보충하고. 그러다가 그래도 예의상 시즌 3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처음부터 끝까지 빨리 감기 없이 각잡고 본 후에 마무리했습니다.
최종 소감은... 빨리 감길 잘 했다. 정도? ㅋㅋㅋㅋ
- 이게 좀 웃기는 게. 드라마가 시즌마다 성격이 확확 변합니다. 아래 글에도 적었듯이 시즌 1은 흔한 연쇄 살인 수사물을 여성들 입장에서 보여주는, 그러면서 사회에 만연한 여성 혐오에 대해 일갈하는 그런 드라마였어요. 범인이 좀 비범하게 지극정성이 넘치는 놈이긴 했어도 결국엔 걍 흔한 여성 혐오 찌질이였고 간지나는 스컬리님의 단호한 지적질을 통해 그런 걸 보여주는 게 또 극의 재미였죠.
근데 시즌 2는... 이제 범인이 경찰로부터 유력 용의자로 주목받게 된 후, 경찰이 결정적 증거를 찾기 전까지 따라다니며 감시만 하는 상황에서 전개됩니다. 어떻게든 혐의를 벗으려는 악당과 증거를 잡아 감옥에 쳐넣으려는 경찰측의 머리 싸움 같은 거죠. 그러다보니 갑자기 범인이 똑똑해집니다. 그리고 경찰은 대체로 무능해지구요. 이게 뭐가 문제냐면... 시즌 1의 구도는 '운이 없어 아직 확증은 못 잡았지만 유능한 스컬리 vs 본인이 유능하다고 착각하는 찌질 범죄자' 였거든요. 이게 변해 버리니까 시리즈의 성격이 달라지고. 결과적으로 그냥 흔한 장르물처럼 되어 버려요.
게다가 이 범인 놈이 꿍꿍이를 꾸미고 실행할 여유를 만들어주기 위해 갑자기 이 놈에게 사이드킥 하나가 제공되는데... 뭐 시즌 1부터 그럴 기미를 보였던 캐릭터였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비현실적으로 지극정성 헌신을 하니 어이가 없고. 범인 놈이 자꾸 스토리상 반칙성으로 위기를 빠져나가면서 계속 똥폼을 잡으니 보는 게 짜증이 나더라구요. 시즌 2를 보다 만 이유는 이것 때문입니다.
그리고 시즌 3으로 가니 이게 또... 갑자기 스컬리와 범인의 과거사를 조명하며 '어째서 이렇게 되었는가'를 탐구하는 드라마가 되어 버립니다. 그리고 범인에게 온갖 클리셰 막장 드라마성 설정이 부여되죠. 부모에게 버림받고 시설에서 학대 당한 불우한 어린 시절에 뭐에 뭐에... 그러면서 이 놈이 되게 폼을 잡아요. ㅋㅋ 그러니까 시청자들에게 갑자기 이 놈의 과거를 이해하며 '무엇이 진짜 악인가'에 대해 고민을 해보라는 건데, 뭐 빨리 감기로 본 주제에 이런 말 자격이 없는 건 압니다만. 싫다구요. 이미 시즌 1에서 그렇게 피해자들 입장을 강조해 놓고 이게 뭐하자는 플레이냐구요.
- 결말도 끝내줍니다. 결국 이 범죄자놈이 자살을 해버리는 게 끝이에요. 재판도 안 받습니다. 체포는 되었지만 기억상실 운운하며 병원에 입원해서 시간 끌고 있었거든요. 자살 전에 이 인간이 참회를 하든, 아님 절망감에 사로잡혀 막 추잡하게 발광을 하든 이런 모습이라도 보여줬음 또 모르겠는데 끝까지 침착하게 폼 잡을 거 다 잡다가 마지막에도 아주 폼 나게 감시를 모두 따돌리고 자살에 성공하죠. 도대체 어쩌라는 거죠. 사실은 이 섹시남 살인마에게 감정 이입하는 드라마였던 건가요. ㅋㅋ
아니 뭐 범죄자의 탄생 과정과 내면을 그리는 진지하고 심각한 드라마도 필요하겠죠. 그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에요. 하지만 시즌 1처럼 시작했던 이야기가 마무리는 이런 식으로 해 버리니 영 벙 찌는 기분이 드네요.
물론 차분하게 에피소드를 제대로 완주했다면 다른 소감을 적을 수 있었겠죠. 근데 굳이 이런 결말을 좋게 평해주고 싶진 않네요.
- 결론. 여러분들 넷플릭스 '리타' 보세요. 어제 시즌 5가 나왔답니다. ㅋㅋㅋ
2020.08.16 12:47
2020.08.17 09:30
무슨 말씀이신가 하고 몇 초 고민하다가 제가 적은 제목을 보고서야 이해했네요. ㅋㅋㅋㅋ
2020.08.16 13:13
그동안 본게 아까워서라도 그냥 마무리 지으셧군요. 심심한 위로를.
그나저나 결론은 원래 나쁜 인간은 없다는건지..헷갈리네요 ㅋㅋ
2020.08.17 09:31
그냥 우리 사는 세상이 원래 지옥이다... 라는 것에 가까운 느낌이었네요.
이러나 저러나 맥 빠지기는 마찬가지지만요. ㅋㅋ
2020.08.16 13:37
-저는 질리언 앤더슨 빠심으로 한두시즌보다말았어요. ㅋ 이것도 소위 북구스릴러에 속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이런류들의 시리즈는 템포가 안맞아서 포기하는 경우가 왕왕 있더라고요. 뭐 언젠가 봐야지하다가 기왕 결말을 알아버렸으니 그냥 본셈 쳐야겠네요 ㅎㅎ
-이번 주말은 "틴에이지 바운티 헌터스"로 결정했습니다. 그냥 양산형 십대 활극인줄 알았는데 첫 에피소드를 보니 상당히 재치있는 쇼인것 같아요. 낸시드류 느낌이 강하고요. 기독교세계에 평생 시달렸던 저한테는 코미디가 꽤나 잘 먹혔습니다. 성격이 다른 백인 부잣집 쌍둥이 자매가 주인공이에요. 그러고보니 쌍둥이의 성격 대비가 낸시의 친구인 조지와 베스같군요. 어쩌면 거기서 참고했을지도 모르지만... 뭐 워낙 클리쉐인것이라. ㅋ 최근의 10대 드라마들이라면 세상 시니컬하거나 세상 심각한 캐릭터들이 주류였던것 같은데 적어도 이 시리즈는 가벼운 마음으로 키들키들거리며 즐길 수 있는 활극아닌가 생각이 드는군요.
2020.08.17 09:35
영국 수사물들이 대체로 북구 스릴러 내지는 노르딕 느와르랑 비슷한 느낌이죠. 보면서는 생각 안 해 봤는데 말씀대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제가 지난 몇 달간 몰아 본 레알 노르딕 느와르들이랑 비교해봐도 전개 속도가 더 느리다는 느낌이었어요. 인물들이 둘씩 앉아서 분위기 잡으며 긴 대화 나누는 장면이 어찌나 자주 나오던지. ㅋㅋㅋ
틴에이지... 는 뭔가 싶어 검색해보니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이랑 '글로우' 제작진이라니 뭔가 미래가 보이는 느낌!! ㅋㅋ 보고 재밌으면 추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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