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03 06:30
제목을 쓰다가 재밌는 드라마도 많으니 제목을 고칠까 하다가...그냥 씁니다. 기본적으로 늘 TV를 틀어놓고 사는데 당연히 드라마 할 시간이 되면 챙겨보는 것 말고는 그래도 지명도가 있는 드라마로 채널을 바꾸죠. 제목에 쓴 드라마를 굳이 콕 집으라면 밀회, 별그대인데 몇 번이고 이 드라마들이 인기있는 게 이상해서 글을 쓰려다 말았었어요. 뭐 시간이 지났으니 이제 써도 되겠죠.
밀회는 종종 틀어놨다가 결국 오그라듬 때문에 채널을 돌려버리는 패턴이 반복됐어요. 캐릭터가 중요한 드라마인데 그게 잘 만들어지지 않은 게 누구 탓인지 모르겠더군요. 작가 탓인지 PD 탓인지 아니면 배우캐스팅이 잘못된 건지. 여기 상류층 사람들은 전혀 상류층 사람들 같지가 않아요. 그야 기본적으로 인간들은 비슷하긴 하죠. 다른 사람이 손에 넣지 못하는 걸 손에 넣어 격차를 벌린 다음에 그 차이를 과시하고 싶어하죠. 한데 이 드라마의 상류층들은 글쎄요...무언가를 과시하는 태도나 만날 때마다 벌이는 신경전을 보면 태도나 구사하는 어휘나 너무 멍청해 보여요. 잃을 게 많은 사람들 중엔 물론 멍청한 사람도 있겠지만 글쎄요, 저정도로 멍청한 사람들은 아직 본 적 없어요. 이른바 '날 것'을 보여주는 묘사라고 실드칠 수도 있겠지만 밀회에서 보여지는 상류층들의 태도는 자신이 상류층인 걸로 착각하는 계층들이 취하는 태도인 걸로 알아요. 예전에 대학교에 강의를 하러 왔었던 시간강사가 딱 저랬죠.
주인공 2인의 연기는 글쎄요...유아인이 나이브한 척하면서 인간관계에서 점수를 따는 양아치로 설정된건지 아니면 그냥 멍청한건지 작가의 의도가 뭔지 감을 못잡겠더군요. 아무리 봐도 전자 같은데 끝까지 그렇다고 나오질 않으니; 김희애는 제발 얼굴 근육과 말투에 이완제를 맞아야 할 거 같았어요. 그야, 실제보다 대단해 보이는 게 우리 모두가 바라는 게 맞긴 하죠. 그렇게 보이려고 일상생활에서 열심히 연기도 하고 좋은 옷도 입고 좋은 가방도 들고요. 한데 아무리 객관적으로 봐도 극중의 김희애 캐릭터의 위상은 별로 대단하지 않잖아요. 제발 힘좀 빼라고, 극중에서 김희애씨가 맡은 캐릭터는 그리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고 말해줄 길이 없어서 그냥 채널을 돌려야 했어요.
여기서 별그대 얘기를 하는 대신 괜찮아사랑이야얘기를 잠깐.
이얘기를 하다 보니 괜사가 떠오르는데 이건 또 밀회와는 반대쪽으로 멀리 가 있더군요. 그야 실제 정신과 의사들과 극중의 정신과 의사들이 같을 필요는 없죠. 그러면 재미가 없으니까요. 그러나, 그렇더라도 정신과 의사는 정신과 의사여야죠. 이건...휴...드라마작가라는 직업은 왜 이렇게 쉽게 돈을 버는 거죠? 이젠 한국 드라마 제작상황이 열악하다는 말로 도망갈 수는 없어요. 수많은 광고가 달리고 수출이 되죠. 스탭들은 아니겠지만 작가나 배우들의 개런티는 세계적인 수준에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잖아요. 그 반만큼이라도 이 세상이 요구하는 레벨의 평균치에 근접해 줬으면 좋겠어요.
캐릭터를 보여주는 법에 대해 한마디만 하자면, 멘탈리스트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6시즌에서 제인과 맥칼리스터의 대화가 떠올라요. 맥칼리스터는 장광설도 좀 하고 자기 나름대로 상황을 합리화하다가 제일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넌 대체 뭐냐고 말이죠. 제인은 잠깐 망설이다가 대답하는데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그가 어떤 대답을 할지, 그가 망설이던 그 짧은 시간동안 이미 예상을 마치고 있었을 거예요. 제인의 대답은 '난 아무것도 아니야'예요. 6시즌 내내 제인의 기행도 보고 무자비한 쿨함과 수습이 되지 않는 거만함을 발휘하는 장면도 많이 있었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죠. 제인이 스스로를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걸 잊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말입니다. 그러나 대개의 한국 드라마의 캐릭터들은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모르고 살아요. 보는 입장에서도 그 캐릭터가 정말로 뭐 하는 놈인지 모르겠어요.
별그대는...잘 모르겠어요. 주로 하로 지적이 있죠. '이 드라마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예요. 그야 '무슨 소리야? 이 드라마에서는 사건이 일어났잖아?'라는 반응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솔직이 글쎄요...휴...모르겠네요. 그냥 주인공들 캐릭터 설정까지만 해 놓고 '이렇게 멋진 캐릭터를 만들었으니 사건이나 갈등 따위는 필요없잖아'일려나요. 하긴 이건 작가의 의도 같기도 해요. 다른 작가가 이 드라마를 썼다면 주인공의 의해 1회만에 정리될 재벌 후계자 사이코패스따위가 메인 악역이니까요. 굳이 사건을 일으키지 않고 드라마를 끝내기 위한 고도의 장치였겠죠. 하 하 하
2014.08.03 07:30
2014.08.03 08:03
그건 소비자들이 그걸 원하기 때문에 그래요
2014.08.03 08:35
돈 들인다고 갑자기 예술적 수준이 확 올라가고 걸작이 턱턱 나오진 않죠.
2014.08.03 08:58
2014.08.03 09:10
안 본 드라마에 대해 논하기는 그렇고, 역질문을 드려봐요. 전 집에 TV가 없고 따로 들여놓고 싶은 생각도 없어요. 영화를 좋아하지만 (타의로) TV로 꾸준히 본 드라마는 허준이 마지막이고, 자의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본 한국 드라마는 추노가 유일해요. (외국 드라마 중에서는 시즌이 긴건 끝까지 본 게 없고 단막은 트루 디텍티브 하나 다 봤네요.) 집에 TV가 있으면 기대치가 없는 드라마도 보게 되는 건가요? 전 꾸준히 그만한 시간과 자원을 영상물에 투자하면 엄청 지치던데요, 질적으로 떨어지고 기대가 없는 작품을 어째서 보고 계셨는지 밝혀내면 어느 정도 한국 드라마의 인기 요인(답보 요인)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저도 예전에는 한국 드라마를 비난하는 글만 읽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실제로 얼마나 강력한지는 몰라도 한류가 드라마로 일어났고 동남아에서 한국의 5 ~ 10년전 드라마를 틀어준다니, 그렇다면 그 나라 드라마는 얼마나 재미가 없었던 것인가 싶고, 나중에 좀 알아보니 외국 공영방송사들은 재미라고는 없는 드라마를 제작해 틀어준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했었어요. 한국에서 외드 본다해도 그 나라들이 한정되어 있잖아요. 정서를 떠나서 재미있으면 스페인어나 인도어, 러시아어 드라마도 볼 거 같은데 말이죠. 이런걸 고려해봤을 때 한국 드라마가 (뭔지 모르는) 고유한 속성을 가지고 있고 그게 애증의 대상이긴 하지만 다른 드라마로 대체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간단히 예를 들면 강력한 감정의 교류라던가. 그런데 그런걸 밝혀낼 자격이 있는 사람은 저같은 애송이가 아니라 수많은 드라마를 보신 분들이겠죠.
군더더기를 덧붙이자면, 한국 드라마의 캐릭터들이 본인이 누구인지 모르고 산다해도 수용된다면,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외국인도 포함해서) 사람도 거기에 포함되거나 호감 또는 안정감을 느낀다는 뜻이 아닐까요.
2014.08.03 09:12
밀회에 대한 감상은 저와 전혀 상반되는군요. 이 드라마가 보여주고자 했던 게 인간의 속물근성이라 생각했고, 인물들의 속물스러움을 아주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어요. 김희애와 유아인의 연기 역시 충분히 설득력을 가졌다고 생각했고요.
드라마 작가가 쉽게 돈을 번다는 예로 정성주와 노희경이 거론되는 건 너무하지 않나요.. ㅠㅠ 게다가 두 작가 다 인물위주의 드라마를 쓰는 사람들인데..
멘탈리스트는 한 번 챙겨봐야겠군요.
2014.08.03 11:54
2014.08.03 10:05
2014.08.03 11:22
2014.08.03 12:21
드라마가 현실을 꼭 정확히 반영하는 건 아니죠. 미드 중에서도 한국식 막장 드라마 있긴 있던데요. 한국에 알려지지 않고 인기가 없을 뿐이지.
2014.08.03 12:46
유나의 거리는 어떻습니까?
저는
요즘 이 드라마가 가장 재미있어요.
그리고 얼마전 종영한 개과천선,정도전도 좋습니다.
괜찮아.사랑이야는 이제 4회 나갔고.
좀 더 이야기가 진행되면 나아질 거 같더군요.
노희경 작가라 아직 기대감이 있어요.
이번주 사랑과 전쟁2 마지막 에피도 함 보세요.
이거 진짜 대박입니다.^^
각자 드라마를 즐기는 포인트가 다른 거 같더군요.
저처럼 막장 스피드 전개로 ㅎㄷㄷ 하게 한회에 마무리되는
사랑과 전쟁도 즐겨 보거든요.
2014.08.03 14:41
밀회, 별그대 모두 못봤지만 (보긴 해야하는데...) 여튼 드라마.. 휴... 아무리 똥막극이라도 작가분들 모두 존경하기로 했습니다. 페이 너무 많이 가져간다고들 욕하는데 작가를 욕할게 아니고 그런 페이 받아가는만큼 시청률 올려주는 국민들을 욕해야겠죠. 그런데 그게 욕할 일인가요? 그저 취향일뿐... 시청률 신경쓰지 말고 다양하고 수준 높은 작품을 만들라고 방송국 욕해보자면.. 그들도 사업체고 드라마 타임은 그중 알짜배기 아이템이죠. 공영방송 KBS도 광고주에 휘둘리는 판에... 무슨 작품성 실험성이랍니까. 단막극 프로그램이라도 꾸준히 유지해주길 바랄뿐.
2014.08.03 18:02
괜사는 제가 재미있게 보기 시작한 들마이긴 하지만 캐릭터가 이상하다는 지적에는 동의합니다.
그런데 사전제작제가 아닌 상황에서 그리고 캐릭터가 좀 전문적이고 복잡한 경우에 작가의 설명도 불충분하고 배우의 공부도 어설픈채 시간에 쫓겨 우당탕 방영되는 상황도 한몫 한다고 봐요.
날로 먹는 작가들이 분명 있지만 노희경씨에 대해서는 쉴드 치고 싶습니다.
밀회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정말 오글거려서 도저히 참을 수 없었고 그냥 대중들의 얄팍한 판타지 하나로 버틴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정도전은 어떠셨나요? 분량 문제로 좀 힘이 빠진 조선 시대 부분을 제외하고는 다 좋았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