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1호선을 탄적이 있는데, 맞은편 좌석에 여중생 두명이 앉아있었어요.
아이들은 정신없이 수다를 떨고 있었고 열차는 영등포역에 정차했지요.
아무 생각도 없이 떠들던 여자애중 하나가 갑자기 '어? 영등포다!! 내려야 돼!!'라고 외치더니
옆에 앉았던 여자애 손을 잡고 허겁지겁 내리더군요.
그리고 둘은 그 상황이 몹시 재미있었는지 플랫폼이 떠나가라 깔깔거리고 웃어댔어요.

무슨일인지 열차가 금방 떠나지 않고 한참 문을 열어둔채 영등포역에 서 있었기 때문에
열차안의 사람들은 한참이나 아이들의 까르르한 웃음소리를 듣고 있었지요.
제 옆에 앉아있던 중년 남자분은 흐뭇한 투로 자기 옆의 부인에게 말했어요.
'저때가 제일 재미있을 때야. 무얼해도 재미있겠지.'

물론 저도 그 아이들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기는 했지만,
그 중년남자분의 말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했지요.



그런가하면 또 얼마전에는 한 지인분이 대화중에 이런 이야기를 꺼낸적이 있어요
'만약에 네가 중학교때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할거야?'
순전히 상상해보자는 취지의 이야기였는데도 저는 두번이나 이렇게 대답했지요.
'아니, 돌아가고 싶지 않아.'



저에게 중학교시절은 그다지 즐거운 때가 아니었어요.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지요.
그다지 눈에 띄게 괴롭힘당했던 것은 아니지만 언제나 좀 겉도는 느낌이었고
때로는 아이들이 나를 두고 수근거린다거나 비웃는다는 느낌을 받을때도 많았고
소풍을 가거나 짝을 지어 수행평가를 해야할때면 걱정이 앞서기도 했어요.
원래는 활발한 성격이라 학원이나 다른곳에서는 실컷 까불고 지냈지만
학교에 가면 주눅이 들고 눈치를 봐야 했지요. 학교가는게 즐겁지 않았어요.


고등학교때부터는 친구들과 그럭저럭 잘 지냈지만 여전히 행동이 조심스러웠어요.
누가 날 지켜보고있는것처럼 극도로 조심하면서 지내다가도
돌연 펑~하고 터지는 것처럼 사소한일에 화를 내는 경우도 많았었죠.

최근에 와서야 사람을 사귀는 일에 지나치게 마음을 쓰거나, 자신감이 없어 괴로워하거나
너무 긴장한 나머지 도리어 지나칠정도로 쾌활하게 구는 습성이 없어진것 같아요.


지금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그때처럼 잘 마음을 다스릴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누구에게나 반짝이는 순간이 있고 힘들었던 시절도 있겠지요.
대다수의 사람이 반짝거리며 보내는 시절을 저는 어둡게 보냈다고 생각하면 좀 슬프지만
그런 시기를 보냈던게 결과적으로는 저에게 도움이 되었던것 같기는해요.

다른 아이들에게 잔인하고 불합리한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본질적으로는
저 자신이 모나고 서툰 아이라 그렇게 되었던 측면도 있다고 요즘은 생각합니다.
그때의 저는 분명 마음속으로는 다른 아이들을 우습게보고있었어요. 아이들도 느꼈겠지요.
그 시절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다보니 제 자신의 싫은 부분을 많이 떨궈낼수 있었어요.

그다지 트라우마도 남지 않았는지 요즘은 자존감 자신감도 충만하고 멘탈도 튼튼해서
어지간한 사람은 저에게 호감을 갖고있을거라고 마음대로 생각해버리고
어지간한 일은 저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일어났으리라고 생각할수 있게 되었지요!


으음 즐거운 금요일밤에 조금 무거운 글을 싸질러;놓은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혹시라도 힘든 나날을 보내고 계신 분들데게 조오금이라도 위로가 될수있지 않을까,
라고 또 마음대ㄱ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겠습니다.

핸드폰으로 쓴거라 오타나 비문이 많을수도 있겠습니다. 모두들 행복한 오늘, 내일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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