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2가, 유진식당의 평양냉면

2010.07.17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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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하고 고시를 파던 친구가 오랫만에 강 건너 종로까지 올라왔기에, 어딜 갈까 하다가 유진식당에 가 보기로 했습니다. (놈의 뒤통수가 보이는군요...)






위치정보. 종각역보다는 종로3가 쪽이 조금 더 가까워 보이는군요. 5호선 5번출구로는 코앞입니다. 그러고보니 5호선이 의외로 냉면집 근방을 많이 꿰뚫고 지나가네요. 유진식당뿐만 아니라 을밀대, 우래옥, 평양면옥, 오장동, 조금 멀리까지라면 서북면옥(...)





가게 안이 좁아서, 여름날 저녁에는 이렇게 가게 앞까지 좌판을 깔아놓고 장사를 합니다. 제가 처음 이 곳을 다니기 시작했던 십여 년 전 학부생 꼬꼬마 시절만 하더라도, 이 집 냉면은 여름 한정 메뉴였죠. 원래는 돼지머리국밥과 설렁탕을 전문으로 하는 집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탑골공원 뒤면에는 이런 국밥집들이 많습니다. 아직도 낙원상가 뒤쪽으로 들어가면 돼지 삶는 내음이 등천을 합니다.)




입구에 있는 제면기. 냉면의 면을 뽑는 데는 의외로 강한 힘이 듭니다. 옛날에 국수틀로 뽑던 사람들은 힘들어서 어떻게 뽑았나 몰라요...




면을 뽑는 모습. 꽤 예전에 찍었던 거라 사진 속 계절감이 지금과 딴판이군요. 겨울인 걸 보니 2007년 이후에 찍었나 봅니다.




제면기 맞은편에서는 노릇노릇한 녹두전도 쉴새없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가게 안에서 밖으로 내다본 풍경.




가격이 예전에 비해 좀 올랐습니다. 제 기억 속의 유진식당은 아직도 돼지머리국밥 2500원, 평양냉면 4000원 하던 허름한 단골집으로 남아 있지만... 후대 주인장이 선대로부터 가게를 물려받은 이후로는 냉면 맛집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것 같더군요. 가격도 조금 올랐고, 이래저래 신경을 쓰는 모양새.

비록 서울시내 평양냉면 최저가의 왕좌를 제기동에 내주긴 했지만, 다른 평양냉면집들에 비교하면 여전히 놀라울 정도로 싼 가격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둘 다 더운 날씨에 지치고 배도 고팠는지라 일단 거두절미하고 수육부터 시켰습니다.




돼지고기 편육에 새우젓을 곁들여 먹는 게 마치 체육대회날이나 고사 지낸 후 같은 그런 느낌입니다. 막걸리 생각이 나는군요.




친구가 시킨 평양냉면 곱배기. 얼핏 보기에도 양이 상당히 많습니다.




돌돌 말려 있는 면발을 풀어 보면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저는 곱배기 말고 보통. 솔직히 다른 메뉴와 같이 시키니까 '보통'도 양이 적은 게 아니더군요.




언제나처럼 만족스럽고 깔끔한 맛. 이 집의 면 역시 메밀함량이 적지 않아서 이로 툭툭 잘 끊어집니다.




조금 뒤 냉면과 같이 시킨 녹두전이 등장. 누가 피자를 이탈리안 스타일 빈대떡이라고 그러던데 이거 보니까 이해가 가는군요(....)




두텁고 노릇노릇한 게 술을 부르는 메뉴이지만 둘 다 낮술은 취미가 아니라 그냥 밥반찬으로. 그런데 다 해놓고 보니 양이 꽤 무지막지하네요; 솔직히 저는 배가 불러서 많이 먹지 못했고 친구가 다 먹었습니다. (아, 역시 위대(胃大)한 놈....;;)




(찬조 출연 : 주인장 아저씨...)

- 테이블에 앉아 있던 수상한(?) 커플. 실제 커플이라기보다는 어딘가의 미디어에서 취재 온 기자들 같더군요. 플래시 삼각대와 반사판까지 설치해 놓은 뒤 커다란 SLR을 들고 사진 찍는 남자분, 그리고 취재파일로 보이는 두꺼운 노트를 펴놓고 뭔가을 끊임없이 메모하며 먹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요즘 뭔가 주변 환경이 계속 바뀌고, 있던 집들이 없어지거나 변하거나 하는데 이 곳은 계속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맛있고 싼 평양냉면집은 가히 보물이라 하지 않을 수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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