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벤 버냉키의 "행동하는 용기"를 절반쯤 읽었습니다. 앞부분에 은근한 자기자랑이 몹시 귀엽고, 책 거의 마지막 부분에 있는 미국에 대한 낙관의 근거가 의미심장합니다. 미국은 이민자들을 받아들이고 있고, 상대적으로 출산율이 높다는 점요. 최근 일본 출산율이 1.46까지 올라왔다는 소식과 함께 인구가 곧 힘이다 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2. 만화 "선생님의 가방"을 읽었습니다. 서른일곱살의 쓰기코란 여성과 예순살이 넘은 마쓰모토 하루쓰나씨의 조용한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죠. 보통 슬픈 로맨스는 한쪽의 죽음으로 완성되는데, 이 경우에는 남자쪽의 노환으로 인한 자연사로 완성됩니다. 연애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인물의 나이가 연만하기 때문에, 죽음이라는 플롯이 자연스러워졌어요. 


3. 소설 "나를 찾아줘"도 읽었습니다. 굉장히 뛰어난 작품이라고 느꼈습니다. 여자와 남자의 증오에 대해서, 그리고 발전에 대해서, 남에게 보여지는 인생에 대해서, 깊은 이해를 갖고 쓴 작품이더군요. 책이 제법 두껍고, 중간에 에이미가 탈출해서 계획이 일그러지는 장면은 읽기 힘들었어요. 악마적인 캐릭터임에도 에이미에게 충분히 공감가도록 그렸더군요. 


4. 화제의 작품 "채식주의자"를 읽었습니다. 지금의 한국사회에 맞는 서글픈 작품이예요.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두번째 부분이 충격적이고 적나라해서 어쩔 줄을 몰라하며 읽었습니다. 


5. 여러분은 여행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싫어요. 호텔방에 들어가서 천장을 보고 있으면 외롭다는 생각이 들죠. 낯선 도시의 바에서 홀로 술을 마실 용기도 없고, 새로운 사람을 사귀려다 변을 당하면 어쩌나 싶어서 해떨어지면 호텔로 돌아옵니다. 안대를 하고 몇시간이고 자다가 새벽녘에는 다시 일을 집어들죠. 가끔씩 도시를 염탐하긴 하지만 도시의 외피를 툭, 툭 건드려보기만 할 뿐입니다. 


여행을 가는 건 사람을 만나기 위함이라고 생각해요. 만나고 싶은 사람이 없는 곳에 여행을 간다는 건 사막을 걷는 것과 같은 일일 거예요. 아무리 삼시세끼가 주어지고 호텔방이 쾌적하다 해도. 그건 또다른 감옥과 같죠.


다행히도 최근의 여행에서는 막판에 좋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었죠. 행복은 선택이라고 제게 말을 해줬습니다. 다른 사람이 말했더라면 이런 하나마나한 말은 바로 무시했겠지만, 어느 누구도 아닌 이 사람이 말했기 때문에 귀기울여 들었습니다. 자기는 어떻게 행복하며 어떻게 더 행복해지는 길로 가고 있나 저에게 말해줬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어이없이 불행을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이 사람의 인생에 대해 들었죠. 만날 때마다 배우는 것이 있어요. 그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값어치가 있었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6. 평생동안 부모님 말씀만 듣고, 부모님 말씀대로 사는 사람들을 알고 계시나요? 이번 여행에서 저는 그런 사람들을 봤죠. 무서운 일이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어찌됐든 살아있는 동안 부모님께, 또한 세상에 내 뜻을 굽혀선 안되겠다...고 생각했어요. 


7. 한국의 70대와 30대와 대화를 나누었어요. 서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더군요. 특히 노력이란 개념에 대해서 서로 전혀 동의를 하지 못해요. 70대가 가지고 있는 "내가 노력한다"는 개념과, 30대가 가지고 있는 "내가 노력한다"는 개념이 달라요. 서로의 현실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고. 서로가 대화를 어떻게 시작해야할지도 몰라요. 같은 세대에 속할 지라도 소득수준이 다른 사람들끼리도 전혀 이해를 못해요. 저역시 어디서부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해야할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무엇이든 이야기를 시작하면 모두 다를 모욕하게 될 것 같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링크하는 웹툰 '열정호구'. 


http://comic.naver.com/bestChallenge/detail.nhn?titleId=675328&no=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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