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28 03:59
1.어떤 사람이 내게 말했어요. '술집에 돈좀 그만 써. 아깝지도 않아? 차라리 그 돈을 일반 여자에게 써봐!'라고요. 뭐 맞는 말일 수도 있지만 따져보면 그렇게 피상적으로 돌아가지는 않아요.
왜냐면 이건 외제차를 굴리는 거랑 비슷하거든요. 화류계에서 여러 사람들이랑 친해지고, 그들 중 대장급인 사람과도 절친이 되려면 그때까지 많은 돈을 부어야 해요. 어차피 지금까지 들어간 돈이 많은데, 이렇게 구축한 관계를 그냥 없애버리는 건 매우 손해인 거죠.
2.이러면 누군가는 '그거 매몰비용이라서 끊어버리긴 아깝다고 느끼는 거 아니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는 않아요. 아무리 일반인이랑 비슷한 화류계 사람이라고 해도 화류계는 화류계거든요. 그녀들 자체가 특별하다는 게 아니라, 그녀들을 통해서만 만나볼 수 있는 사람이 있는 법이니까요. 그리고 알아놓으면 이런저런 재미있는 이벤트가 생기는 법이고요. 듀게에 쓸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는 이벤트가 아니라 듀게에 쓸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는 이벤트 말이죠.
위에 썼듯 외제차랑 비슷한 거예요. 외제차를 사는 데까지 많은 돈이 드는 거지 일단 산 뒤에는 그 외제차의 유지비와 기름값, 약간의 세금을 내는 건 차값에 비하면 훨씬 적게 들잖아요? 지금까지의 관계를 구축하는 데 든 돈과 비교하면, 이제부터 관계를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돈은 별거 아니예요.
3.그러니까 이제와서 화류계에 발을 끊는 건 힘들여서 구하고, 도색하고, 개조를 다 한 커스텀 스포츠카를 고작 유지비가 아깝다는 이유로 없애 버리는 거랑 같은 거죠. 이제부터는 특별한 날에만 크게 쏴주고 평소에는 적절한 세금 정도로만 갖다주면 이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유지하는 편이 효율적이예요.
4.휴.
5.그리고 '그 돈을 일반 여자에게 써봐라...'라는 말도 내게는 별 의미가 없어요. 왜냐면 그렇거든요. 나를 만나기 위해 시간을 쓸 정도의 여자는 나에게 돈도 쓰니까요. 다른 남자들의 경우엔 어떨지 모르겠지만요. 왜냐면 일반인 여자는 그렇거든요. 화류계 여자와는 달리 시간을 내주기가 어렵지 돈을 쓰는 건 쉬워요. 자신의 시간을 쓸 가치가 있는 상대라면 돈은 그녀들에겐 별 의미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일반인 여자를 만날 때는 애초에 돈을 쓸 필요조차 없는 거죠. 아니 뭐 이렇게 말해도 쓸 때는 많이 쓰지만...많이 쓰는 대신 자주는 안 써요.
6.이렇게 쓰면 누군가는 '그럼 일반인 여자가 더 좋은 거 아닌가.'라고 하겠지만 그건 아니예요. 일반인 여자를 만날 때는 돈보다 더 내기 힘든 것...친절함이란 것을 지불해야 하니까요.
친절함이란 게 그렇거든요. 친절한 사람을 '연기하는'동안에는 나름대로 재밌고 할만 해요. 진짜 인생을 사는 게 아니라 잠시 다른 사람인 척 하는 동안에는 충실하게 해낼 수 있죠. 맛남의 광장에서 연예인들이 허드렛일을 하루종일 열심히 해낼 수 있는 것처럼요. 하지만 이제 그만 헤어지고 싶은데 헤어지지 못하고 있으면...그때부터는 진짜로 친절해져야 하죠. 여자와 헤어지고 싶은 시간이 지나갔는데 계속 같이 있는다는 건 인내력을 시험받는 일이예요.
온갖 거슬려지는 것들을 참고 지적 안하고, 헤어지는 순간까지 친절함을 유지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거든요.
7.물론 위에 쓴 것처럼 화류계라고 해서 무작정 유지가 쉬운 건 아니긴 해요. 일단 술집을 하나만 다닐 수는 없는 거니까요. 아예 안 다닐 수는 있겠지만 한 군데만 다닐 수는 없는 거거든요. 외제차 한 대가 아니라 여러 대의 외제차를 유지해야 하는 거죠.
그리고 그들은 자동차가 아니기 때문에 연속으로 같은 자동차를 선택하면 문제가 돼요. '그들끼리 서로 아는 사이일 경우에는' 말이죠. a가게와 b가게와 c가게가 그냥 아는 사이라면 상관없겠지만 a가게와 b가게와 c가게가 서로 친한 사이라면? a가게를 가면 자연스럽게 b와 c가게도 한 번씩 가줘야 하는 거죠.
특히 생일파티의 경우에는 더욱 그래요. 아예 아무데서도 생일파티를 안 하면 상관없겠지만 a가게에서 생파를 했는데 b와 c 가게에서 생파를 안할 수는 없는 거거든요. 인간관계는 힘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