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18 12:07
- 넷플릭스에 없구요. iptv나 유튜브, 네이버에 있습니다. 근데 이게 코로나로 인한 '온라인 개봉'을 택한 영화라 그런지 다 좀 비싸요. 전 그냥 제일 저렴한 유튜브 48시간 대여로 봤습니다. 2500원이었고 이 글은 스포일러는 없게 적겠습니다.
- 정체 불명의 우주 갑부들이 사람 열 두 명을 납치해서는 정체 불명의 장소에 풀어 놓고 사냥을 합니다. 스토리 소개 끝.
여기에서 뭘 더 알지 못한 상태로 영화를 보시는 게 좋습니다. 갑부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잡혀 온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이 부자들의 목적과 동기는 무엇인지 등등은 전혀 모르는 상태로 보는 게 훨씬 재밌어요. 가능하면 캐스팅에 대한 정보도 전혀 없이 보시는 게 좋습니다. 의도적인 캐스팅 서프라이즈가 있기도 하고. 누가 살고 누가 죽을 것인가... 가 재미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영화라서요.
- 제작사 이름을 보나 기본 설정을 보나 다분히 악취미의 호러 영화가 될 수밖에 없겠습니다만. 예상 외로 '불쾌함'은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고어한 장면이 생각보다 많이 안 나오기도 하고, (초반에 쇼크 주는 용으로 좀 써먹은 후엔 오히려 일부러 고어를 자제하는 느낌입니다) 또 가끔 나올 때도 그게 거의 유머랑 연결이 되거든요. 악당들의 정체와 의도를 알게 되면 바로 납득하실 텐데, 이게 기본적으로 코미디 영화입니다. 악취미인 건 사실이고 내용은 잔혹하지만 그래도 어디까지나 코미디죠. 그래서 생각보다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였네요. 저도 이 영화의 정체를 몰랐던 극초반을 제외하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웃으면서 봤어요. ㅋㅋㅋ
- 챕터가 나뉘고 하는 건 아니지만 (크레딧 포함해서 딱 90분짜리 짧은 영화이기도 하구요) 이야기 흐름상 대략 세 파트로 나눌 수 있는데, 역시 가장 좋은 부분은 초반입니다. 미스테리도 강하고 쇼크도 강하고 벌어지는 액션도 강하면서 흐름이 굉장히 빠르거든요. 30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영화 한 편 거의 다 본 기분이 듭니다.
그런데 여기까지 보고 나서 주인공이 어떤 캐릭터인지 대략 알게 되면 이후는 좀 느슨해져요. 긴장감이 거의 사라지고 액션과 코미디만 남는데, 여기서 사라지는 스릴과 공포의 자리를 풍자가 대체합니다. 악당들이 나름 이전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꽤 참신한 빌런들이거든요. ㅋㅋㅋ 그에 비해 사냥 당하는 측이 너무 건성으로 묘사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합니다만. 뭐 그 아쉬움이 그리 크지는 않아요. 크레딧 빼면 90분이 안 되는 영화에서 너무 이것저것 다 챙기다간 이야기가 망가지기 쉽죠.
- 주인공 캐릭터가 또 걸작입니다. 말로 풀어 설명하자면 특별할 게 없는 흔한 캐릭터인데 디테일이 개성있고 좋아요. 최대한 모르고 봐야 재밌는 영화라고 스스로 적어 놓았으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만. 암튼 전 되게 맘에 들었습니다. 생김새도 멋지더라구요. 넷플릭스의 모 드라마로 요즘 한창 이름을 알리고 있는 배우라던데 전 이 영화로 처음 봤어요.
- 스포일러 다 빼 버리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으니 정리하자면.
강렬한 서스펜스와 액션으로 시작해서 이죽거리는 코믹 풍자극으로 흘러가는 이야기입니다.
초반이 워낙 좋아서 이후가 상대적으로 덜 재밌는 느낌이지만 그 덜 재밌는 부분도 충분히 재미있구요.
간만에 재밌게 본 호러물이었고 대여 기간 48시간이 끝나기 전에 한 번 더 볼까 싶을 정도로 저는 즐겁게 봤습니다.
좀 막나가는 류의 코믹 호러를 좋아하신다면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는 올해 본('나온'이 아니라!) 호러물 중 제일 괜찮았던 게 '레디 오어 낫' 이었는데, 이 영화가 좀 더 재밌네요. ㅋㅋㅋ
+ 포스터가 몇 종류가 있고 주로 많이 쓰이는 게 주인공 얼굴만 크게 박아 놓은 포스터인데. 전 다행히도 그 포스터마저 모르는 채로 영화를 봐서 더 재밌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예고편이나 듀나님 리뷰도 영화 감상 후에 보시는 게 좋아요. 뭐 기본적으로 잘 만들었으니 알고 봐도 재밌는 영화겠지만 그래도 모르고 보는 편이 훨씬 나을 겁니다.
++ 공포물인 줄 알고 봐서 그런진 몰라도 액션도 상당히 좋습니다. 당연히 '스펙터클!!!' 같은 건 없지만 주인공 캐릭터를 잘 살려내면서 안무(?)도 괜찮고 리듬감도 좋아요.
+++ 이제사 확인해봤더니 역시나 예고편도 상당히 스포일러네요. 영화 속에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감추는 인물의 얼굴이 그냥 막 나오고 흘러나오는 대사들 중에도 꽤 중요한 스포일러가 좀 있어요. 뭐 그 대사는 중의적으로 해석이 돼서 괜찮은데 그 인물은...
하긴 뭐 요즘엔 관람 전에 다 인터넷으로 영화 정보 검색하는 게 기본이니 모르고 볼 사람은 저 정도 밖에 없긴 하겠습니다. ㅋㅋㅋ
++++ 인터넷상에선 장르가 스릴러/액션으로 분류되어 있네요. 뭐 사실 그게 맞긴 합니다. 초반을 넘어가면 호러라는 생각은 안 들어요. 그게 그렇게 딱딱 깔끔하게 분류되는 게 아니지만요.
+++++ 영어 제목은 'The Hunt'지만 국내 개봉제는 그냥 '헌트'구요. 매즈 미켈슨이 나온 2012년 영화가 이미 '더 헌트'를 선점했기 때문인가 보네요. 근데 어차피 영어 제목이 똑같은 경우라면 걍 '더 헌트'라고 적어 놓고 뒤에 연도를 붙... 이면 영화 포스터 만들기도 그렇고 좀 거시기하긴 하겠네요.
2020.08.18 13:14
2020.08.18 15:01
미국 현지 사람들에게 먹힐 코드가 많긴 해도 말씀대로 폭넓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오락 영화였는데... 트럼프도 문제였고 극장에 못 걸리게 만든 트럼프도 문제였고 여러가지로 아쉽네요. 뭐 그래도 저는 재밌게 봤으니. ㅋㅋ
사실 글로우 그 드라마는 딱히 땡기지 않았는데 이 영화 때문에 관심이 조금 생겼어요. 하지만 배우는 같아도 캐릭터가 다를 테니 아마 안 볼...
2020.08.18 14:07
2020.08.18 15:04
말씀대로 레디 오아 낫도 이 영화도 그런 건 있었던 것 같아요. 이야기를 멀쩡하게 마무리하기 위해 막판에 좀 자제하는 느낌? 그런 면에서 '더 메이드' 같은 영화가 참 바람직한데 말입니다. 다만 그 영화는 폭주 스피릿은 좋지만 그냥 완성도 자체가 좀 별로라서. ㅋㅋㅋ
2020.08.18 14:26
2020.08.18 15:05
레디 오어 낫보다는 조금 더 화끈합니다. 그 화끈함을 초반에 다 쏟아부어버리는 게 좀 아쉽긴 한데... 어쨌든 저는 좀 더 재밌게 봤어요. ㅋㅋ 사마라 위빙은 안 나오지만 이 영화 주인공 캐릭터도 매력은 쩔구요.
2020.08.19 00:25
2020.08.19 10:08
아시죠? 저의 관대함을... ㅋㅋㅋㅋㅋ 역시 큰 기대는 하면 아니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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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공개되기 전부터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무슨 극리버럴 성향의 영화로 착각한 트럼프의 트윗 때문에 온라인에서 이미 미국 좌우진영 충돌로 난리가 났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면 스포일러성일 수 있지만 양쪽 다 까고 풍자하는 내용이더군요. 가식적인 엘리트 리버럴들은 물론 무식한 공화당 지지자나 레드넥 등등
몇달 됐지만 깔깔 웃으면서 즐겁게 본 작품입니다. 액션도 정말 화끈해서 좋았구요. 주연 베티 글리핀은 넷플릭스 글로우 시리즈에서 뒤늦게 뜨기 시작한 배우인데 여기서 색다른 매력을 보여줘서 좋았습니다. 진짜 캐릭터가 걸작이었어요. 정치적 성향이고 뭐고 폭력, 잔인함에 대한 내성만 있으면 다들 즐길 수 있는 영화인데 개봉 전부터 이상한 논란 때문에 안좋은 쪽으로만 화제가 되고 막상 공개 후에는 미적지근하게 묻힌게 아쉬울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