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우울하네요. 어떤사람들은 외로움을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글쎄요.


 외로움은 허기와 비슷해요.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일 좀 하다가 점심쯤 되면 배가 고파지니까 다시 점심을 먹고 저녁에는 저녁을 먹고. 안 자고 있으면 자정 쯤에는 또다시 배가 고파져서 뭔가 야식을 먹게 되는 것처럼요. 외로움이란 건 하루에 몇번씩 출출함을 느끼는 거랑 비슷하기 때문에 그냥 그때그때 사람을 만나 주는 것만이 해결법이죠. 외로움을 느끼는 건 하루에 세 번 배가 고파지는 것과 같은 일이니까요.


 외로움이라는 것은 문제점이나 해결해야 하는 증상 같은 게 아니라 식욕이나 수면욕과 비슷한 욕구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생리적인 욕구 말이죠.



 2.외롭다고 해서 그냥 어떤 사람과 주욱 같이 있는다는 건 또 좋지 않아요. 그러면 지겨워지니까요. 식사도 그렇잖아요? 계속 음식을 펼쳐놓고 계속 먹고 있으면 질려버리죠. 매번 새로 식사하는 것처럼 매번 다른 사람을 잠깐잠깐씩 그때그때 보는 게 가장 좋은 해결법이예요. 


 하루의 식사만 봐도 그렇거든요. 아침에 백반을 먹었으면 점심에는 일식이나 양식을 먹고 싶어지는 법이예요. 점심에 양식이랑 탄산음료를 먹으면 저녁에는 왠지 소고기덮밥이나 카레를 먹고 싶은 법이고요. 그러다가 밤이 되면 오징어 튀김이나 치킨을 먹고 싶어지는 거죠. 딱히 좋은 식당을 가는 날이 아니더라도, 식단은 매우 다양하게 꾸며진단 말이죠.



 3.사람을 섭취하는 것도 비슷해요. 점심에 조용한 사람을 봤으면 저녁엔 활발한 사람을 보고 싶고, 저녁에 활발한 사람을 봤으면 밤에는 이상한 사람을 보고 싶어지는 법이죠. 


 사우나에만 가도 습식사우나에 들어갔다가 냉탕에 들어갔다가 열탕에 들어갔다가 건식사우나에 들어갔다가 월풀을 만끽하다가...하는 걸 반복하는 것처럼, 뭔가 계속 다른 자극을 줘야 하는 거예요.



 4.휴.



 5.물론 전에 썼듯이 이런 건 사람마다 달라요. 사막의 선인장 같은 사람도 있죠. 한 몇주나 몇달에 한번씩 사람 만나고 나머지 시간은 혼자서 잘 지내는 사람들 말이죠. 그런 사람들은 한번 비가 올 때 한번에 저장할 수 있는 물의 양이 많은 거겠죠. 하지만 하루에 두세명씩은 매일 사람을 만나줘야 시들지 않는 사람도 있는 거고요. 


 

 6.하여간 사람 관리는 힘들어요. 사람들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것도 사람들과의 적절한 스케줄을 관리하는 것도 힘들죠. 왜냐면 사람들을 안 보거나 너무 적게 봐서 우울할 수도 있고,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봐서 우울할 수도 있으니까요. 


 왜냐면 모든 사람에게는 친절함 게이지라는 게 있거든요. 친절함 게이지는 사람을 안 만나고 있으면 회복되는 것인데 사람을 너무 타이트하게 계속 만나면 회복할 시간을 가질 수가 없어요. 사람들에게 친절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라도 사람을 너무 자주 만나거나 오래 만나는 건 지양하고 있어요.


 

 7.이건 음식을 먹는 거랑 비슷해요. 이른바 외로움에도 식이요법이 있는 거죠. 어느날 좀 배고프다고 해서 너무 폭식을 해버리면 부작용이 오는 것처럼, 사람도 외롭다고 해서 너무 많은 약속을 잡아버리면 부작용이 오는 거죠.


 식단을 짜고 식사량을 정하고 식사 시간을 반드시 지키는 것처럼 사람도 누굴 만날지, 얼마나 시간을 들여 만날지, 마구 만나지 않고 얼마나 텀을 지키며 만날지를 잘 관리해야 해요.


 왜냐면 아무리 치킨이나 피자나 스테이크 같은 맛있는 음식이 좋아도, 한번에 시켜서 마구 먹어버리면 짜증나잖아요? 그렇게 맛있는 음식에 대해 감사하는 법도 잊어버리게 되고요. 사람도 아무리 좋은사람을 만나도 그게 너무 잦거나 한 번에 며칠씩 같이 있어버리면 상대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사라지죠. 음식을 먹을때 중간중간에 헛된 군것질을 하지 말고 다음 식사 시간까지 그냥 있어야 하는 것처럼 사람도 상대에게 친절한 태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혼자만의 시간을 중간중간 충분히 가지면서 만나는 게 좋아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914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783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8025
113054 어제 유키즈온더블럭 [1] 사팍 2020.08.07 1076
113053 베이루트 폭발사고를 보며 든 생각 [2] ssoboo 2020.08.07 726
113052 영화계에서 멀어진 배우들중 TV 시리즈로 재귀했으면 하는 배우 [5] tomof 2020.08.06 814
113051 유튭이 난리군요 [16] 메피스토 2020.08.06 1519
113050 친구를 전화목록에서 차단하려다가 [5] 산호초2010 2020.08.06 796
113049 "모범형사" 보세요? [1] 산호초2010 2020.08.06 436
113048 머저리와의 카톡 9 (깜박거림에 대하여) [8] 어디로갈까 2020.08.06 726
113047 과자와 아이스크림 잡담 [2] 예상수 2020.08.06 480
113046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5] paranoid android 2020.08.06 458
113045 바낭 - 제임스 코든 그 외 [2] daviddain 2020.08.06 367
113044 [넷플릭스바낭] 이젠 덴마크 시트콤도 봅니다. 제목은 '리타'. [4] 로이배티 2020.08.06 586
113043 머리를 기르고 있습니다. [9] 하워드휴즈 2020.08.06 520
113042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5] 타락씨 2020.08.05 1031
113041 흑인 분장을 규탄한다? [32] 사팍 2020.08.05 1717
113040 중국이 다시 문을 열기 시작합니다 [2] ssoboo 2020.08.05 909
113039 요즘 듣는 것, 하는 일, 바라는 꿈 [2] 예상수 2020.08.05 322
113038 김지은입니다 를 읽고 - 1 [8] Sonny 2020.08.05 1305
113037 [영화바낭] 러브프래크트'풍' 소품 호러 '데스 콜(Banshee Chapter)'를 봤습니다 [4] 로이배티 2020.08.05 483
113036 오늘의 일기...(그림, 불면증) [1] 안유미 2020.08.05 399
113035 (아는 건 별로 없지만) 듀게인입니다 [16] 어디로갈까 2020.08.05 139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