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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아는 화가는 아니었고 트위터에서 이 분 전시회 관람인증이 많이 돌아다니더군요. 호기심이 생겨서 저도 가봤습니다. 전시회는 전시회였지만 사실 작품이 한 스무개 안팍으로 전시가 되어있어서 좀 허전한 감은 있었네요.


알고 보니 알음알음 알려진 분이더군요. 윤종신씨가 인스타에도 올렸었고, 이 전에도 전시회나 굿즈로 이런 저런 유명세를 떨치던 분이었습니다. 뒤늦게 알고 나서 이분이 만든 뱃지가 몹시 사고싶었는데 살 길은 달리 없네요.

그 뱃지는 측면을 바라보고 있는 여자의 모습인데 오른쪽 절반은 잘린 채로 우주의 모습이 그 절단면에 그려진 뱃지입니다.


이 분의 작품들은 뭔가 동양적인 느낌입니다. 동그란 눈동자의 표현과 피부의 질감이 그런 것 같아요. 머릿결의 표현방식도 그렇고.

동양이라고 할 때 제가 "서양적"이라고 대조군으로 떠올리는 작품들은 192030년대의 미국 일러스트들이나 아르누보 양식의 작품들입니다. 그 그림 속 여자들은 매우 다채로운 표정르 짓고 있죠.

반면 장콸 작품의 여자들은 어떤 표정과 기분인지 읽기가 어렵습니다. 그림 속 여자들의 기분으로 세계가 완성된다기 보다는 존재 자체로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 같아요.

나방의 날개는 카모플라쥬를 위한 건데, 그들의 날개에 그려진 거대한 눈은 무엇을 흉내낸 것일까요? 부엉이? 다른 새? 혹은 다른 포식자 곤충? 어찌됐든 가짜 눈알의 무늬로 자신을 숨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장콸의 그림 속 여자들은 얼굴 위의 "가짜눈"으로 무엇을 숨기고 있는 것일까요.


이번 전시회의 가장 큰 특징은 그림 속 여자들의 눈이었습니다.

이 여자들의 눈은 의도적으로 그림 속 다른 사물과 바꿔치기를 당하거나 얼굴 위의 눈이 아닌 다른 무늬처럼 변주되는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위의 그림은 moth girl이라고 나방과 여자가 나란히 그려진 작품인데요. 보다보면 나방의 날개 무늬에 있는 눈이 오히려 진짜 (그의) 눈 같고, 여자의 눈은 그냥 무늬같기도 합니다.

그림을 관람하는 우리는 초점을 자연스레 그림 속 여자의 눈으로 향하지만 그건 그림의 실체를 잘못 파악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죠. 그림 속 나방의 눈이 우리에게 들키지 않은 채 우리를 보고 있습니다.

여자의 얼굴이나 신체는 단지 표면이고 보는 이는 영영 그 내면을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무엇으로부터의 카모플라쥬이고 무엇을 카모플라쥬하고 있는 것일까요.

다른 그림들에서도 여성의 눈들은 튀어나와있거나 흐려져있거나 합니다.


결국 어떤 작품이든 작가의 내면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장콸 작가의 내면은 아주 고요해서 시선의 교환만으로도 소리가 날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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