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시리즈의 팬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때부터 007 시리즈를 접했습니다.

가장 처음 본게 문 레이커 였던것 같아요. 낡은 비디오로 봤습니다.

우주선이 나오니까 애가 봐도 된다고 생각 하신거였으려나...

007 시리즈는 각 영화를 여러번 봤고, 볼 기회 있으면 또 보고, DVD도 개별적으로 사고는 했는데, 50주년 컴플리트 세트는 돈이 없어서 못 샀습니다. ㅠ.ㅠ


처음 극장에 가서 본 007이 골든아이였습니다. 그뒤로 모든 007은 극장에 가서 봤는데, 15년에 개봉한 스펙터는 아쉽게도 극장에서 못 봤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 아이랑 같이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니면 극장에 가기가 어렵더라고요.

TV 보는 시간도 줄어서, VOD로 나온지 오래 되었음에도 못 보았고요.


그러다가 웨이브에 007 시리즈 전편이 올라와서 추석 연휴 기간에 큰 맘 먹고 봤습니다.

(아이가 10시넘어서 자는데, 아이 자고 2시간 넘는 영화를 시작하는건 쉽지 않더군요)



(이하 약 스포일러)





크레이그 본드의 수트빨을 뽐내며 오프닝 액션을 하고 나면 00 프로그램은 퇴물 취급 받습니다.

그리고, 전작에서 주디 덴치의 M이 퇴장하고 그 뒤를 이어 받은 레이프 파인즈 M은 시작부터 위기를 맞습니다. 아마도 미국의 국토안보부 같은 위치의 통합정보부(이런 이름이었음)의 새로운 책임자인 젊은 C 가 등장하거든요.

그런데, 새로운 영국 통합정보기관의 책임자인 C 는 배우부터가...... 보는 내내 설마 캐스팅 반전 노리고 일부러 저 배우로 한건가?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짜잔, 나쁜놈인줄 알았지? 사실은 좋은놈이야.. 같은거요.


여기서 멋진 대사가 나오는데... 대충 C가 살인면허는 낡은 프로그램이다. 어쩌구 하니, M은 살인면허는 살인을 하지 않을 면허이기도 하다고 받아 칩니다. 살인면허를 받은 00 요원들은 M 직속입니다. 007이 M 에게서 미션브리핑을 받을때 보면 아주 위험하고 민감한 임무이거나,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실패해서 현지에서의 취득 정보나 '감(...)'에 의한 자유재량을 많이 부여 받지요. 실제로 망명하는 고위관료를 저격하려는 암살자를 저격하는 임무를 수행하다가 '감'으로 저격을 하지 않거나, 악당의 기지에서 빠져나오다가 협력하게된 러시아 스파이랑 합동 작전을 지 멋대로 펼치기도 하는 등...


모든 정보를 쥐고 통제하려는 C 의 관점에서 통제 불가능한 00 요원들은 불필요 하겠지만요.


C는 현실의 5 Eyes 를 모델로 하여 확장한 것 같은 9 Eyes 를 추진하고, 스펙터는 C가 추진하는 통합정보망이 필요합니다.

C가 스펙터의 일원으로 이 일을 추진한건지, C의 의도와 목적은 자기 자신의 것이었고 스펙터는 그런 C를 이용해 먹은건지 확실히 나오지 않았습니다. 

일부러 모호하게 그린게 아니라, 편집과정 혹은 대본 정리 과정에서 날아간게 아닌가 싶었는데 '악당의 생사'외에는 모호한 처리를 지양했던 007 시리즈의 전통을 생각하면 후자가 맞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액션장면은 대부분 전작의 장면들을 떠오르게 하는 장소와 방법을 이용한것 같습니다.

사실 007 시리즈도 20편이 넘어가니 겹치지 않게 피하는 것도 일이겠지만요.


마지막에 블로펠트가 체포되는 장면은,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이 떠올랐습니다.

크리스토퍼 발츠가 후속작에도 나온다는데, 으음....


초기 007 시리즈에서 스펙터가 나올때를 보면 항상 스펙터의 수장 블로펠트는 흑막이고 블로펠드의 명령을 받아 작전을 지휘하는 악당 두목은 따로 있었죠. 살인 번호에서 닥터 노. 위기일발의 로자 크랩, 썬더볼의 라르고 등... 두번 산다에서 제대로(?) 모습을 보이긴 했는데 그래도 작전 책임자는 오사토 회장이었고... 여왕폐하 대작전에서 직접 지휘를 하는데, 이때는 돈을 벌자는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귀족으로 인정하고 면책해달라는 것이었으니 이런걸 부하 시키기는 좀 그랬겠지요.


구 블로펠드는 여섯번째 작품(?)에서 겨우 직접 지휘봉을 잡았는데, 신 블로펠드는 등장하자마자 떡 하니 나타나니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말로는 크레이그 본드를 이 모양으로 만든게 다 자기가 뒤에서 조종한거라고 하지만 말입니다. 크리스토퍼 발츠를 캐스팅했는데 이정도 밖에 안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에 본드가  스완 박사와 함께 은퇴하는 장면을 보니 숀 코네리가 주연했던 비공식 작품인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이 생각났어요. 금발 미녀와 함께 은퇴하는 것도 전통인가 싶었습니다. 다음작인 노 타임 투 다이에서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 이라는 대사가 나올 것 같은 느낌. 감독이 바뀌었으니 안나오겠지만요.


이미 5년전에 나왔을 이야기겠지만, 전작들의 장면이 많이 떠오르게 하는 영화였고 로저 무어나 피어스 브로스넌의 007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어렴풋한 향수를 느낄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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