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21 10:17
박원순 시장의 명복을 비는 행위에 반대하는 의견을 나타내는 것이 정당한 행위라면
박원순 시장의 명복을 비는 글 역시 의견 제시가 존중받아야할 다양한 의견 중 하나일 것입니다.
기사들 몇 개를 읽어보면 피해자가 당시와 그 이후에 느꼈을 깊은 절망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피해자가 바라시는 진실규명과 가해자가 더 있다면 그에 대한 처벌 및 일상의 회복이 반드시 이뤄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와 더불어,
성추행이라는 오명의 박원순이라는 인물 그 자체의 죽음에도 애도를 표합니다. (아 이 지점의 글이 애매했나봅니다. 전 지금까지는 누명이라고 생각하진 않는 입장입니다. 성추행이라는 행위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그 행위에 대한 책임을 박원순이 져야한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런 의미의 오명입니다.)
그가 서울시민을 생각하고 실행한 것들은 모두 진심이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애도행위에 반대하신다면 이렇게 한 번 상상해보면 어떨지
만약에 '일산 지역난방수 공급관 파손'으로 돌아가신 남성에게 '쭈꾸미처럼 데쳐졌다'고 말한 워마드 유저, 혹은 홍대 누드모델 유포 가해자가 수사에 대한 압박때문에 생사를 달리하는 선택을 하셨다고 가정해봅시다. 그 이후 그 분의 가족, 지인, 워마드 내에서의 추모하는 감정과 글이 피해자분의 가족들에게 2차가해를 가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하기 때문에 한 번쯤 반대 위치에서 상상해봐야 상대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가정해보았습니다.)
작년, 너무 추운 서울의 겨울 거리에서 떨면서 집으로 향하다가 잠시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추위 가림막에 들어간 적이 있었습니다. 바람만 막아보고자 들어간 그 안에는 의외로 난로 같은 온풍기가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작은 곳에도 신경을 쓰는 시장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 지나간 그 곳에서는 한 할머님께서 앉아계신 뒷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기억하는 박원순이란 세심한 따뜻함이었습니다.
촛불집회에서 경찰이 살수차를 못쓰게 수돗물을 잠근 것도. 촛불집회에 몰린 수십만의 시민들이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게 인근 건물들의 화장실을 개방하라고 명령하신 모습도.
재개발로 쫓겨날 운명의 시민들을 둘러싼 용역깡패들을 뚫고 들어가서, "내가 서울시장이다. 내가 다 책임진다. 재개발은 중단한다." 고 외치고 울고 있던 시민들의 편에 서는 모습. 보면서 전 뭉클했었습니다.
그런 기억들이 있습니다. 그런 기억들조차 애도할 수 없다면 그 행위 역시 폭력일 것입니다.
물론, 그리 가시기 전에 명확한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진실규명을 하고 자신이 했다면, 한 행위에 대한 처벌까지 묵묵히 받고 갔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완벽하지도, 용감하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박원순 시장님.
안녕.
안녕.
ps. ssoboo님 말씀대로 저 역시 김재련변호사의 태도가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그걸 저지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빠른 시일내에 진실이 밝혀지길. 그래야 제대로 된 애도와 사회적 평가 역시 내려질 것이라고 전 봅니다.
2020.07.21 10:44
2020.07.21 10:57
"성추행이라는 오물을 뒤집어쓴 채로의 박원순라는 인물 그 자체의 죽음에도 애도를 표합니다."
듀게에는 박원순이 당한것 처럼 생각한 사람이 많군요.
쏘보님이 일전에 "박원순을 죽였다" 라고 말한것처럼요. 에혀..
2020.07.21 11:41
2020.07.21 11:48
님이 듀게분들 비난할때 그 분들 말 왜곡하는게 일상이잖아요 저도 한번 미러링 해봤어요
바로 반응 오네요 역시 ㅋ
근데 해명할때마다 쓴글 보면 진짜 박원순이 당했다고 생각하는것 같긴하네요
2020.07.21 12:07
2020.07.21 11:03
마음속으로만 추모하셨어도 충분하셨겠네요.
분향소가 마련된 시청앞 광장은 피해자의 직장앞이기도 하죠.
2020.07.21 11:38
2020.07.21 11:43
상대 입장=워마드라고 납작하게 상정하고, 워마드는 이럴거야 상상해서 생각을 하면 저런 비유가 나오나요? 만약 특정 남성을 모독했다가 언론과 수사 압박을 받은 여성분이 자살을 한다면, 분명 그분을 추모하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 이유는 주로 이 두가지일거예요. 첫째, 그분이 한 가해행위가 (상대적으로) 별일 아니라고 생각해서. 둘째, 언론과 사회가 여성 가해자에게만 유독 가혹하다고 생각해서. 박원순 씨를 추모하는 분들 중 상당수도 비슷한 생각이더라고요. "그깟 성추행으로. 왜 항상 우리 진영만."
추모 행위 자체가 비판받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추모가 공식기관에 의해, 공적인물인 정치인에 의해 이루어지는 점을 비판하는 것이고, 인터넷의 추모 글의 경우 그 뒤에 있는 생각(공작이다, 별일 아니다 등)을 비판하는 것이죠. 류호정의원 장혜영의원의 글도 박원순 씨의 공적을 기리거나 유족에게 위로를 전하는 일은 잊지 않았어요. 박원순 시장의 업적은 모두가 기억할겁니다. 그 기억 때문에 더 슬프고 더 분노하는 거죠.
2020.07.21 11:56
2020.07.21 11:56
2020.07.21 12:05
2020.07.21 12:26
줄리엣은 무슨 맥락인지 궁금하네요ㅎ
2020.07.21 12:37
서울시장으로서의 역할을 그동안 훌륭하게 수행해준 것은 고마웠죠. 오세훈이 계속 그 자리에 있는거랑 비교가 되겠어요? 시민운동가로서는 저는 잘 모릅니다만, 그래서 3선 시장을 하면서 서울 시장하면 박원순이었는데 서울 시장 임기만 잘 마쳤어도 평생, 그리고 그 후에도 명예로운 서울 시장으로 사람들 기억에 남았을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었고(지금까지 이어지는 숱한 상황은 생략) 허무하고 허무하네요.
2020.07.21 12:51
2020.07.21 14:43
네, 박원순 비판에 보면 실패한 정책도 많긴 하더군요.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전의 시장들보다는 잘했다고 생각하거든요.
2020.07.21 13:14
아직 모든 사실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추모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겠지요. 그 글에 댓글로 비아냥 거리는 내용들은 보기에 힘들군요.
이것 저것 소문들로(아직 모든 사실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의) 고인을 단정지어 단죄하고저 하는 심정들도 이해는 합니다.
모두들 조금 더 기다려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2020.07.21 13:18
2020.07.21 16:50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0.07.22 13:26
그런 광범위한 대중의 추모와 권력자들의 추모가 피해자에게 느껴지는 공포감과 상대적으로 소수인 위에 예로 드신 해당 행위자에 대한 추모가 같다고 보시는지.
그런 권력과 대중의 지지를 받는 자라는 위치 때문에 피해자가 생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