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밤 낯선 자의 방문

2010.07.02 14:12

bap 조회 수:2528

 

 

어느날 밤이었어요.

전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퇴근을 한 후에 밥을 먹고 샤워를 하고

그렇게 막 화장실에서 나오던 참이었지요.

그런데 느낌이 이상했어요.

분명 이 집은 나혼자 사는 자취방인데 왠지 누군가가 있는 기분이 들었던 거지요.

아뿔싸!

방 한구석에서 이따만한 바퀴벌레 한 마리가 저를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어요!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지요. 꺅!!!!!!!!!!!!!!!!!!!!!!

전 항상 창문을 열어두는데 방충망 틈새로 어케 들어왔나봐요.

저희 집은 신축이라 지금까지 개미 한마리 나오지 않았었는데!!!!

그런데 갑자기 대형 바퀴벌레라니 제가 얼마나 놀랐을지 상상이 되시나요.

제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게 벌레 종류인데.

게다가 더 무서운건 그 사이즈(?) 였어요.

아마 제가 예전에 싱가폴에 여행갔을 때 그 호텔에서 본 그 바퀴벌레 만한 거였어요. 

한순간 방안에는 긴장이 흘렀지요.

그 바퀴벌레도 저를 순식간에 적으로 파악한 거지요.

두 동물(?)은 그렇게 일분간 숨을 죽이며 상대를 관찰했어요.

그 일분간 내 머릿속이 얼마나 복잡했던지 ;;;;;;

저 바퀴벌레를 어쩐다?????????????????????

 

방법 하나. 그냥 둘이 친해진다.

나만의 인생이 있듯이 그도 그만의 인생이 있는법.

한번 찾아온 손님을 그냥 내쫓을수는 없지.

둘이 오손도손 대화해가며 동거동락한다.

어차피 인생 외롭잖아.

하지만 그러기엔 그가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무섭다.

5평 남짓한 이 방에서 그와 난 자주 마주칠 것이며

나의 비명을 끊이지 않겠지. 옆집에서 신고들어올지도.

 

 

방법 둘. 내가 집을 포기한다. 그가 굶어뒤질 때까지.

아마 난 부모님집인 본진으로 후퇴해야만 하겠지?

그리고 회사까지의 통근시간은 하루 4시간까지 늘어날 테고.

아, 그가 굶어죽기 까지는 얼마나 걸릴까?

 

 

방법 셋. 저걸 잡는다!

하지만 자신이 없다. 악~~ 지금까지 바퀴벌레는 단 한번도 잡아본 적이 없는데.

그리고 잡을려면 지금 눈앞에 있을 때 잡아야 한다.

어딘가 기어들어가 숨어버리면 난 불안과 공포로 계속 떨어야 하니까.

 

 

결국 난 본능적으로 무기를 찾기 시작했죠. 하지만 마땅한 게 있을리가요.

그때 내 눈에 띈 건 PAPER 과월 호 잡지 (미안, 페이퍼야)

아 근데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무서웠어요.

바퀴벌레가 너무 커서 아마 저 잡지로 내려치면 탁 터지면서(후덜덜)

나한테 그의 몸 일부분이 날라올지도 모른다는 그 두려움(후덜덜)

암튼 내가 살아야 한다는 심정으로 그를 향해 잡지를 내던졌지요.

기회는 단 한번 뿐이라는 거 너무 잘알고 있었어요.

탁!!

앗 하느님 감사합니다. 명중시켰어요.

일분간 관찰해본 결과 페이퍼는 움직이지 않았고

그는 아마 숨을 거둔거 같았죠.

그렇게 방 정 중앙에 누워있는 페이퍼.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지요.

차마 그 페이퍼를 들어올려 그의 사체를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정말 못하겠더라구요.

그렇게 뒤처리를 하지못해 그렇게 2박 3일동안 그 잡지를 피해만 다녔어요.

굉장히 우습죠?? 그걸 처리못해 사뿐사뿐 피해다니다니!!!

하지만 얼마나 마음이 불편했는지요.

그 잡지를 볼때마다 그가 떠오르니까요.

주인집 아저씨한테 부탁해볼까도 생각해봤는데

이상한 여자로 볼 거 같기도 하고.  좀 웃기잖아요.

남친이 있다면 그까짓거 쉽게 해결했을 텐데 괜히 서럽더군요.

암튼 결국 술을 잔뜩 마시고 그 힘을 빌어 그를 처리하기로 합니다.

근데 술이 취했는데도 정말 못하겠더라구요.  

하지만 이 집 이사나갈 때까지 이렇게 살 순 없자나!!

용기를 냈죠. 아마 제 인생 최대의 용기였을 거에요.

고무장갑을 끼고 페이퍼를 살짝 들었죠.

아 정말 너무 싫었어요.

다행히 그의 사체는 페이퍼에 달라붙어 있었죠.

그 잡지를 통째로 비닐에 싸서 대문밖으로 고고씽.

바닥을 열심히 닦아주고 침대에 벌러덩 누었어요.

아.. 정말 그때의 통쾌함이란!!!!

이제 다시 나만의 방으로 돌아온거죠.

 

 

정말 바퀴벌레가 글자를 읽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창문에 붙여놓으면 좋잖아요.

'당신은 이곳에서 환영받지 못합니다. 방문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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