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07 22:21
고전문학은 보통 학창시절 교과서속의 토막글이나, 수능 공부하면서 접하는 지문으로 주로 보게되잖아요.
늘 그렇고 그런 내용이라 전-혀 흥미 없던 분야였는데,
고2 문학 시간이었나... 선생님이 교과서 외의 교재로 선택하셔서 억지로 구입해야했던 문제집? 안에
'손가락에 떨어진 먹물 한 방울' 이 저를 두근거리게 했었어요.
(운영전의 소제목을 저렇게 멋드러지게 지은거죠. ㅎㅎ 책에서 운영과 김진사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매개체가 먹물 한 방울..)
예쁜 삽화에 소제목의 폰트는 붓글씨체로 해놓는 등 이미지적인 것도 눈에 들어왔지만,
짧은 글안에 담긴 이야기가 어찌나 절절하고 비극적인지 늘 권선징악에 해피엔딩으로만 생각했던 고전문학이 새로 보이던 순간 - -
그 이후에 대학생 시절에도 도서관에 가서 심심하면 노란색 얇은 책자로 된 (아마 고전문학 시리즈 중 하나 였던...) 운영전을 종종 읽었던 기억이 나요.
적어도 5번 이상은 대여했을..;;;
그리고 얼마전엔 영화를 보러 혼자 극장에 갔다가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그냥 서점에 가서 그 책을 사서 다 읽고 영화를 봤죠.
운영전은 그냥 수능 공부할 때 한국의 고전문학 중 최초?로 비극적 결말을 가지고 있다고 밑줄치는 메시지로만 기억하긴 아깝게 재미있는 것 같아요.
마지막에 운영의 이야기 책을 받은 선비의 후일담을 안 사람이 없는 점도 그렇고...
(전 책을 읽을 때 사실 살아있는 운영이 김진사와의 사랑 이야기를 널리 퍼트리고 싶어 지은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학자들의 연구를 보니 운영이 저자라는 설도 꽤 있더라고요)
이야기의 결말을 생각하면 요즘 유행하는 타임슬립물에 슬쩍 끼워 넣어도 좋을 것 같아요.
게다가 큰 저택 안에 숨겨둔 꿀단지마냥 (적절치 못한 표현력-_ㅠ) 대군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10명의 아리따운 궁녀라니...
마구 비난하고 싶으면서 훔쳐보고 싶은 세계잖아요 - -
(그 대군은 겉으로 보기에 매우 고고하고 얌전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여자들을 마구 탐하지 않으면서 사육- - 하는 변태적 성향의 인간일 거라는 상상을..)
그리고 그녀들의 뛰어난 입담하며 사람을 뚫어보는 눈까지... ㅠ ㅠ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사극으로 만들어 준다면 몹시 기뻐하며 볼 생각이 없는데...
만들어질 생각이 없겠죠 - - 연극인가 뮤지컬로 공연된적 있는 것 같던데 별 반응이 없었나보더라고요.
참 고전 문학하니 생각나는데, 초딩때;; 집에서 전래동화 이야기로 읽었던 박씨부인전도 읽으면서
아니 이렇게 스펙타클한 여인이 있다니 하며 본 기억이 납니다.
전 그냥 멋진 여성이 나오는 드라마를 좋아하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 -;
2014.03.07 22:39
2014.03.07 22:51
우와 운영전 꼭 읽어봐주셨으면... 괜시리 부탁을- - 그냥.. 뭐랄까, 기분 꿀꿀하고 날씨도 꿀꿀한 일요일 오후에 이불에 폭 싸여서 과자가 씹을거리 깨작거리며 한 두장 넘기다 보면 그녀들이 읇는 시 한수 한수 자꾸 되새김질하게 되더라고요...
2014.03.07 22:42
2014.03.07 22:53
앗... 영업글이 아니었는데 이런 반응이라니 몸둘바를 ㅠ ㅠ 저는 교보문고에서 구입했는데 운영전은 단편글이어서 얇은 책으로 사려니 신원문학사것밖에 없더라고요. 그 외에 더 잘 풀어낸 출판사는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저도 무영탑을 함 읽어봐야겠네요 ㅎㅎ 새드엔딩을 좋아하는 저... 히히
2014.03.07 22:43
저는 김시습이 쓴 금오신화 좋아합니다. 특히, 만복사저포기요. 얼마나 외로웠으면 부처님이랑 내기를 했을까요 ㅠ
그런데 고전소설들은 대체로 재미있지 않나요? 저는 호질이랑 광문자전, 요런 것들 좋아합니다 ㅎㅎ 허생전도 나름 스펙타클 하지요 ㅎㅎ
2014.03.07 22:56
그쵸, 고전문학이 은건 스펙타클한것을 필수요소 - -로 가지고 있는데... 이상하게 저에겐 그냥 고전문학 = 주인공이 고생고생하다가 사랑 or 입신양면으로만 인이 박혀있어서 되게 따분하다고 생각을 했었나봐요. 그래서 새드앤딩의 운영전이 몹시 흥미롭게 다가왔는지도.. 홍길동전에서도 제일 재미있는 부분은 율도국 넘어가는 부분에서 홍길동의 삽질이었거든요...ㅋㅋ
2014.03.07 22:52
학력고사 세대다 보니까 바로 생각나는게(좋아하는 고전문학 떠나서) 홍진에 묻힌분네 이내 생애 어떠한고 ....로 시작하는 정극인의 상춘곡이네요
2014.03.07 22:57
저 수능 공부할땐 상춘곡은 비중있게 공부하지 않았나봐요 기억이 잘... (걍 제가 공부를 안한걸지도 ㅎㅎ) 하지만 홍진에 묻힌분네...... 고전문학은 그냥 읽을때 뭔가 입을 간지럽게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전 연서라는 말도 그렇게 예쁘게 들리더라고요 ㅎㅎ
2014.03.07 23:21
2014.03.07 23:27
왜 꼭 뒤 늦게 깨닫는 감정은 더 시린걸까요, 깨닫게 되는 풍경이 굉장히 뻔하면서도 로맨틱하네요 ㅎㅎㅎ
2014.03.08 01:32
2014.03.08 10:35
2014.03.07 23:22
마음이 어린 후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
만중운산(萬重雲山)에 어느 임 오리마는
지는 잎 부는 바람에 행여 긴가 하노라.
시조 자체도 좋구요. 그냥 사랑 이야기를 따로 떨어뜨려 놓고, 맨 앞구절 '마음이 어리석으니 하는 일이 다 어리석다.' 이 글귀만도 좋아합니다.
2014.03.07 23:29
고전문학...은 실은 되게 생각없이 툭툭 내뱉는 양반들의 실없는 소리일수도 있지만 한절한절에 꾹꾹 담긴 의미가 있는 것 같은 착각? 이 들어서 좋은것 같아요. ㅎㅎ
2014.03.07 23:23
2014.03.07 23:32
고전문학의 대부분이 작자미상인이유는 구전으로 전해지다가 활자로 기록되어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간혹 국정에 시달리는 왕이나 조정의 높은 인간들이 평소 속되다 여기는 대중문학을 쓰면서 스트레스 풀지 않았을까 하는 이상한 상상도 해보게 되는 것 같아요.
2014.03.07 23:41
2014.03.07 23:44
하렘물... 이라는 단어를 보니까 뒤쪽에 붙이신 뒷얘기는 그냥 변명용 멘트 같잖아요 ㅋㅋ
2014.03.07 23:49
2014.03.07 23:52
음하핫 님의 댓글의 문장이 변명용 같다는게 아니라요, 실제 구운몽 저자가 그냥 하렘물 쓰고 싶었으면서 홀로 계신 어머님을 언급하는 뒷얘기가 변명일 것 같다는 농담이었어요 ㅎㅎㅎ
2014.03.07 23:55
2014.03.08 01:30
어차피 일부다처제 사회에서 아들이 며느리를 아홉이나 꽃같이 이쁜 며느리를 데려와서 하호하고 잘 살면 뭐 나쁠 것도 없을 것 같은데요.
2014.03.07 23:53
강한 부정은....
2014.03.08 00:08
푸핫핫 ㅋㅋㅋㅋ 덕분에 깔깔거리고 웃었습니다
2014.03.08 00:46
지귀설화요. 젠장, 인생은 타이밍.
2014.03.08 00:58
엇 듀게가 돌아온 뒤에 언젠가 님에게 덧글을 달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덧글을 달아주시다니 ㅠ ㅠ 사실 이렇게 게시물을 쓰고 덧글을 달았지만 그냥 저는 성균관 스캔들처럼 청춘이 성성한 드라마가 보고 싶어서 꿍얼된건지도 모르겠어요.... ㅎㅎㅎ 지귀설화는 처음들어봐요 함 찾아봐야겠네요 ㅎㅎ 역시 주는게 있으면 오는게 더 많은 듀게 꺄!
2014.03.08 01:12
선덕여왕 사생질 스토킹 하는 얘기죠. 계 타는 건 일반인이라고 하잖아요? 하하하하하하.
2014.03.08 01:20
움화하하하 ㅋㅋㅋㅋ 꼭 봐야겠습니다
2014.03.08 01:33
아리무동동님 댓글까지 보고나니 쫌 울고 싶네요. 늘 항상 하던 짓이었지만 엊그제 박쥐 다시 보고나서 송강호씨 폭풍팬질 다시 하기로 헀거덩여.
팬질이라는 건 어느 때든 누가 되든 아무 상관 없고 그저 '날 가져요' 같습니다.
2014.03.08 02:14
움... 얼마전에 송강호씨가 씨네리에서 인터뷰하고 촬영한 9컷짜리 화보를 폰에 소심히 저장한 저에게 뜨끔한 덧글입니다. 저에게 팬질은... 그냥 난 요즘 딴짓을 하고 싶어!의 표지랄까요 - - 팬질까진 아니지만 어톤먼트를 보고 매카!에게 푹 빠졌었던 며칠이 있었어요. 정확하겐 연기를 하는 매카였는데 인터뷰 몇몇을 보니 능글맞은 아자씨의 분위기에 다시한번 반하는... 몹시 성가셨던 며칠 ㅠ ㅠ 흑흑
2014.03.08 02:17
저도 고등학교 때 운영전을 읽고 이거다! 이걸 영화로 만들고 말테다! 라고 생각하고 어떤 장면을 어떤 식으로 연출하고 어떤 음악을 깔지 콘티까지 그리며 설레했던 기억이.. (중학교 때부터 적어온 '제가 훗날 꼭 만들고 싶었던 영화리스트'가 있었는데 그 중에 김광석전기영화도 있었는데, 나중에 라스트데이즈를 보고 크게 좌절하며 어차피 난 안 될 거야.. 라고 생각했었죠 ㅋㅎㅎ) 게다가 운영전을 영화로 만들려면 세트에 의상비에.. 역시 무리다...☆ 라고 생각해서 기억 한 켠에 재워놨었는데 이 글을 보니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2014.03.08 02:21
앗 이럴수가 저와 같은 분이 역시 또 있었근여 ㅠ ㅠ 전 운영과 김진사의 숨겨진 러브스토리를 유치한 이야기로 혼자 끄적이곤 했더랬죠... 움하하 언젠가 꼭 영화화 되길 원해요. 그 비극적 결말까지 모두요 ㅠㅠ
2014.03.08 03:37
운영전은 배경이 또 경복궁 서쪽 수성궁이라 부암동이나 효자동 쪽을 갈 때면 생각나곤 하죠. 몽유도원도며 안평대군이며..
2014.03.08 03:50
맞아요 수성궁... 그런데 운영전에 나오는 지역 이름이나 안평대군 같은 사람 이름도 모두 가짜같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꿈속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고전문학 중에선 종종 있는 일인데도 내가 아는 안평대군, 수성궁 같지 않은 것 같아요. 생뚱맞지만 초반에 허물어진 성곽을 묘사하는 부분은 마치 A.I 후반부에 낡은 도시를 보는 느낌까지 받았더랬죠- - ;; 혹은 바닷속에 잠긴 고대 도시를 보는.........;;
2014.03.08 05:56
역시 도스토예프스키죠. 하고 쓰려고 들어온 제 자신을 반성하면서 우리 고전문학에 대한 관심을 더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014.03.08 11:53
2014.03.08 08:58
2014.03.08 11:49
2014.03.08 09:55
중딩때 읽은 가루지기전. 뇌가 하얘지는 느낌이 들었죠. 춘향전도 셌지만 이건 진짜다!
2014.03.08 11:48
2014.03.08 12:11
2014.03.08 12:18
추천:1 댓글
2014.03.08 13:46
고딩때 언어영역은 좋아했지만 고전문학 만큼은 정이 가질 않았는데 허생전은 뭔가 엄청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뭔가 경파하달까 드라이한 느낌의 문장에, 조선 사회와 사대부 디스에 깨알같은 해학까지 제가 좋아할 만한 요소는 모두 갖춰서 였던것 같습니다.
2014.03.08 14:25
한국 고전문학 하면 역시 열하일기죠! 기행문이지만 중간에 재미난 허생전, 호질전도 나오고.
어부사시사하고 관동별곡은 썩 와 닿는 게 없어서 별로였지만 전 대체로 고전문학을 좋아했어요.
운영전도 읽어보고 싶네요. 저희때는 배우지 않았던 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