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한 사전놀이

2020.11.09 06:37

어디로갈까 조회 수:755

일주일에 두어 번, 기상 후 해보는 놀이가 있습니다. 일종의 '오늘의 운세 보기' 같은 거예요. 
가지고 있는 사전들을 늘어놓고 '오늘의 단어'를 찾아보기인데, 방법은 이러합니다. 
1 .눈을 감고 사전의 아무 페이지나 펼친 후
2. 점자를 읽는 기분으로 더듬어서 예감이 닿는 지점에다 손가락을 가져다 놓는다. 

제가 애용하는 건 국어, 영어, 독어, 라틴어, 불어사전인데, 가끔은 일어, 옥편까지 범위를 넓히기도 합니다. 
이 놀이의 유익한 점은 몰랐던 단어와의 만남이고,  이 놀이의 재미는 우연히 접한 단어로 생각의 가락을 흩어놓아 보는 것이에요.
꿈보다 해몽이라고, 평범한 단어들의 조합으로  얼마든지 의미를 확장시켜 하루의 운수나 심리상태를 재단/조작해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좀전에 국어, 영어, 독어, 불어, 라틴어, 옥편 순으로 단어놀이를 해본바, 저의 '오늘의 단어들'은 이랬습니다. 
국어: 절애 - 1.깎아 세운 듯 가파른 낭떠러지 2. 몹시 사랑함. 
영어: isolation - 고립. 격리. 분리 
독어: pause - 휴식, 멈춤
불어: eternel - 영원한 
라틴어: aspera - 거친, 불평등한, 뾰족한, 날카로운, 무례한
한자: 은 隱- 숨김

단어를 접한 뒤, 이 놀이를 완성하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메모지를 잘라서 한 단어씩 적어넣고 뒤섞은 뒤, 무작위로 뽑아 단어들을 나란히 펼쳐 놓아요. 그러면 상징이 가득한 이상하고도 재미있는 문장이 탄생합니다. 오늘 제가 짚은 단어들이 조직한 문장은 이렇군요.
- 고립(은) 휴식(일까) 거친 절애(를) 영원히 숨기는 걸까.
......
뻘덧: (좀전에 조카와 주고받은 메일 문답.)
그> 한국에서 잉글랜드는 영국이고,  아메리카는 미국, 저머니는 독일인데 왜 프랑스는 프랑스예요?
나> 프랑스는 불란서라고 해. 
그> 아...
나> 중국 사람들이 '프랑스'를 그들의 말에 가깝게 옮긴 한자를 다시 한글 식으로 읽은 거야.
그>아...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491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424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4680
114237 [바낭] KMDB가 발표(?)한 '2020 사사로운 영화 리스트' [5] 로이배티 2020.12.12 775
114236 [영화바낭] '전혀 아니다, 별로 아니다, 가끔 그렇다, 항상 그렇다'... 를 봤습니다 [7] 로이배티 2020.12.12 824
114235 광고가 약간 지능적이라는 생각을 [2] 예상수 2020.12.12 389
114234 이런저런 연말 연시 잡담 [4] 메피스토 2020.12.12 406
114233 영화 제목 찾습니다. 캐나다 달리기? 성장 영화 [2] 도둑까치 2020.12.12 350
114232 창업을 준비하면서 [2] 예상수 2020.12.12 376
114231 여자친구에게 고백했고 [9] forritz 2020.12.12 1012
114230 지옥의 묵시록 파이널 컷 세 번째 보고 daviddain 2020.12.12 370
114229 "인트리트먼트"(In treatment) 소피 에피소드를 보고 있어요(상담자와 내담자) 산호초2010 2020.12.12 576
114228 김기덕의 비극은.. [25] toast 2020.12.12 1955
114227 2018년작 비스트(Beast)를 볼수 있는곳이 있을까요? [6] dragmetothemoon 2020.12.12 392
114226 [영화바낭] '윈터스본' 감독의 자매품 '흔적 없는 삶'을 봤습니다 [14] 로이배티 2020.12.12 727
114225 한자와 나오키가 한자(와) 나오키 가 아니었군요! [9] Lunagazer 2020.12.11 670
114224 xxx 스타일 [2] 왜냐하면 2020.12.11 411
114223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의 현실화와 정의당 그리고 이낙연의 뻘짓 [11] ssoboo 2020.12.11 920
114222 “김기덕 감독, 라트비아에서 코로나로 사망한듯” 러시아 소식통 [17] 도야지 2020.12.11 1798
114221 [네이버 유튜브 공연] 진주국제재즈페스티벌, 소프라노 임선혜 공연 [3] underground 2020.12.11 279
114220 드래곤퀘스트11 지나간 시간을 찾아서 명작 맞는거죠? [13] Lunagazer 2020.12.11 495
114219 지옥의 목시룩 리덕스/영화관 취식 [3] daviddain 2020.12.11 508
114218 전 AI스피커를 친구(말동무)로 삼고 싶은데 어떨까요?(오랜 꿈) [22] 산호초2010 2020.12.11 63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