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아이린, 안철수

2020.10.24 23:06

안유미 조회 수:1187


 1.얼마전 한 호스티스에게 인성칭찬을 받았어요. 뭐 늘 있는 일이죠. 나는 착하니까요. 그녀는 '오빠 몇달 전에 처음 봤을 땐 뭐 이런 개싸이코가 다 있나 했는데 내가 틀린 거였어. 사람이 진짜 착해.'라고 진심어린 칭찬을 늘어놨어요. 듣고 보니 사실 같긴 했어요. 처음에는 나를 슬슬 피해 다니던 사람이 이젠 내 자리에 붙박이로 있는 걸 보면요.


 물론 그건 내가 착해서 붙어있는 게 아니긴 해요. 만만해서 붙어있는 거죠. 그녀를 갈구지 않고 내버려두고 좋은 술도 사주니까, 일좀 편하게 하려고 내 자리에 찾아오는 것뿐이예요.



 2.그래서 말해 줬어요. '딱히 착한 짓을 하는 건 아니고. 그냥 너희들한테 지랄을 안 하니까 상대적으로 착해 보이는 거겠지.'라고요. 그녀는 '그렇지. 여기선 그런 사람이 오빠밖에 없거든.'이라고 대답했어요. 그래서 다시 말해 줬죠. '나도 지랄하는 거 좋아해. 다만 여기선 지랄해도 될 만큼 돈을 쓰지 않아서 그래. 나중에 이 가게에서 하룻밤 천만원 쓰는 날 오면 그때 지랄하는 거 한번 보여 주지.'라고요. 그러자 그녀는 '하하 그래도 안 그럴거라는 걸 알아.'정도로 대답했어요.



 3.어쨌든 그래요. 전에 썼듯이 너무 돈값을 하는 가게는 싫어해요. 아무리 비싸도 돈값을 하는 가게면 거기서 돈을 얼마를 쓰든 갑질을 못하잖아요. 좋은 레스토랑에서는 100을 쓰든 200을 쓰든, 그만한 가치가 있는 요리와 술과 서비스와 교환하는 것뿐이니까요. 정당한 거래를 하는 거라서 갑질을 할 수가 없는거죠. 그래서 돈값을 못 하는 가게에 가는 걸 좋아해요.


 왜냐면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갑질하고 지랄하는 거 좋아하거든요. 하지만 태어나서 한번도 갑질은 해본적 없어요. 몇백만원짜리 술집에 가봐도 갑질은 못 하는 거죠. 가만히 생각해 보면 결국 그렇거든요. 이게 갑질하고 지랄하기에 적절한 금액인가...를 따져보면 결국 아닌 것 같은 거예요. 다른 놈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내 생각은 그런 거예요. 이정도 내는 건 남의 딸에게 지랄하기엔 충분하지 않은 금액이라는 생각이 드니까요. 상대가 큰 실수를 여러번 반복해서 한 소리 하는 정도면 몰라도 다짜고짜 뭐라고 할 순 없는 거죠.



 4.휴.



 5.그래서 아이린 같은 놈들은 정말 싫어요. 그런 녀석들이 샾에 지불하는 거에 갑질비는 안 들어 있잖아요? 그냥 머리 만져주고 화장 시켜주고 옆에서 스케줄 챙겨 주는 거에 적절한 값-일지도 의문이지만-을 챙겨주는거지 갑질비는 안 들어 있단 말이예요. 돈도 안 주면서 왜 갑질을 하는 걸까요? 공짜가 그렇게 좋나?


 뭐 이제는 군중들이 알게 됐으니...아이린에 관해선 여기다가 말을 붙이는 것도 무의미하죠. 여기서 뭐 논리적인 척 하면서 이정도만 해야 한다...마녀사냥을 멈춰야 한다고 해봐야 군중들은 그런 거 신경 안쓰니까요.


 군중들이 원하는 건 가짜사나이에서 그랬듯이 자신들의 파괴력을 증명하는 거거든요. 그 화력이 누군가를 스타로 만드는 것이든 아니면 바닥으로 꽂아버리는 것이든간에요. 이제는 아이린에게 얼마만큼 화력을 집중하느냐는 군중들이 정하는 거죠. 냉정한 척 하는 사람들이 정하는 게 아니라.



 6.딱히 아이린이 싫지는 않아요. 아이린은 대형기획사조차 막아주지 못 할 정도로 너무 드러내 버렸고, 이제는 군중들에게 넘겨졌으니까요. 내가 싫어하는 건 아이린이 아니라 영리하게 안 들킬 만큼만 갑질하고 다니는 쓰레기들이예요.



 7.제목에 안철수를 쓴 건 진짜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였는데...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안철수에 빗대서 아이린 얘기를 하는 건 다음에 써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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