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미 감독에게 네플릭스가 베팅을 했다고? 정말 무서운 놈들이군;’


1.

‘보건교사 안은영’ 은 정세랑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보건교사 안은영’은 온전히 이경미 감독의 작품으로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입니다.

 이경미 월드속에서 전개되는 진짜 이상하고 괴상한 이야기거든요.


 사실 정세랑 작가의 원작이 갖고 있는 소재는 특이할지 몰라도 플롯은 매우 단순합니다.

 그냥 뭔가 나쁜 것을 응징하는 히어로가 나오는 이야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거든요.

 소재만 걷어 내면 너무나 뻔한 장르적 기승전결이 예측이 되는데 영화가 이 함정을 돌파하는건 오로지 감독의 역량이고 

 그 역량을 통해 뻔함 속에서도 새로운 것, 매력적인 것이 전달되어야합니다.


2.

 이경미 감독이 만들어낸 이상한 나라는 정말 이상합니다.

 단순히 젤리가 이리저리 꼬물거리고 굴러다니고 날라다니고 터지는 이상함 정도로는 이미 이런 장르를 통해 별별 것들을 다 본 요즘 사람들에게는

 식상할 수도 있습니다.


 그 이상함을 다채롭고 매력적으로 전달하는데 정유미의 존재와 연기는 절대적입니다.

 정유미라는 배우는 원래부터 안은영 역을 하기 위해 태어난 것으로 보일 정도에요. 

 이경미 감독은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정유미 배우가 존재하고 또 마침 캐스팅이 되어 무척 기뻤을거 같아요.

 그리고 촬영장에서 정유미의 연기를 보면서 또 얼마나 자신의 판단이 얼마나 적절하고 대단했는지 자뻑으로 달나라까지 날아갈 지경이었을거 같구요.


 그리고 만들어진 캐릭터가 아니라 현실세계에서 툭 툭 튀어나온 듯한 아이들의 연기도 너무 리얼하게 이상합니다.

 대한민국 어느 동네를 가도 만나게 될거 같은 그런 아이들이 무심하게 툭툭 튀어 나옵니다. 

 그리고 대부분 그 역할을 맡은 어린 배우들이 눈부신 연기를 보여줍니다. 


 3.

 이 드라마의 묘미는 뭔가 나쁜 것을 응징하고 일상을 회복하는 뻔한 커다란 이야기가 아니라 

 그 커다란 이야기 틈 사이에서 ‘이상하게’ 살아 숨쉬는 캐릭터들의 소소한 이야기와 그들의 꼬물거림과 의미없다 보이는 헛짓거리들이 아닐까 싶어요.

 마치 90년대 순정만화를 보는 느낌도 얼핏 듭니다.

 

4.

많은 상징이 적나라하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 상징들은 하나 하나 따박 따박 분석하고 해체하는건 별로 의미 없는 짓일겁니다.

그 상징들에 교감하여 떠 오르는 어떤 사건들, 문제들이 있다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그 상징들중 무엇은 누군가에게는 세월호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그를 통해 슬픔을 느낄 수도 있고 역겨움이나 따뜻함을 느낄수도 있겠죠.

그 모든 상징들은 이경미 월드속 이상한 나라에 존재하는 상징들이고 사실 세월호나 차별과 혐오 같은 것은 정말 이상한 일들이죠.

 

5.

결론은 정말 푹 빠져서 즐겁게 봤습니다.  

당연히 시즌2가 나오길 기대하는데,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나 떡밥들 때문이 아니라

이상한 나라 속의 안은영과 아이들을 꼭 다시 보고 싶거든요. 

 


추신: 이경미 감독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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