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비입니다. 이것도 두 시간 십 사분이니 좀 긴 편이네요. 스포일러는 없어요 늘 그렇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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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여성(=당연히 포스터의 저 분)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합니다. 다분히 시적인 정취가 느껴지는... 그러니까 멋지고 의미심장하긴 한데 뭔 내용인지 바로 이해가 안 되는 나레이션과 함께 이런저런 장소와 사람들의 모습이 파편처럼 조각조각 보여지구요. 방금 내리기 시작한 눈발을 낼름거리며 받아 먹기 바쁘던 이 여성은 잠시 후 남자 친구의 차를 타고 함께 그의 부모님댁으로 향하죠. 눈은 곧 거세어져서 차창 밖엔 아무 것도 안 보이는 가운데 차 안에서 둘의 대화와 여인의 생각이 쉴 새 없이 대사로 쏟아지는데, 이 여성은 지금 남자 친구와 곧 헤어질 생각으로 타이밍을 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장시간 후 도착한 남자 친구 부모님의 집에서 이 분은 정말정말 불편하기 짝이 없는 상황을 맞기 시작하는데 점점 그 불편함이 좀... 음......;;



 - 아무 것도 모르고 보는 편이 훨씬 좋은 영화입니다. 저 같은 경우엔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에 대한 제 잡담글에 달린 다른 분들 댓글을 보고 이 영화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만든 사람 이름과 '우울하다'는 소감 하나만 아는 채로 아무 생각 없이 재생해서 봤어요. 장르도 안 봤고 섬네일도 자세히 안 봤는데, 덕택에 훨씬 더 몰입해서 재밌게 봤던 것 같아요. 혹시 좀 느릿느릿하면서도 우울하고 난해하면서 갬성 터지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요 아래 제가 적을 내용은 스킵하고 그냥 보시는 쪽을 추천합니다.



 - ...근데 무슨 얘길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ㅋㅋㅋ 스포일러 없이 무슨 얘길 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비밀을 숨기고 있는 이야기이지만 반전이 있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왜냐면 끝까지 그 무엇도 설명을 안 해주고 끝내거든요. 그러니 '반전'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심지어 엔드 크레딧도 당황스러운 타이밍에 툭 튀어나오죠. 같은 사람이 쓴 '이터널 선샤인' 같은 경우엔 끝날 때 확실한 설명이 주어지는데 반해 이 영화는 그런 거 없어요. 다 보고난 후 관객이 알아서 이해해야 합니다. ㅋㅋ 다행히도 이 이야기의 진상(?)을 파악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초반부터 단서는 꾸준히 주어지고 중반쯤 되면 그 단서가 '아 사실은 이게...' 라고 충분히 짐작할만큼 쌓이거든요. 다만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 하려면 거의 끝까지 다 봐야 하고 디테일까지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면 최소 한 번은 더 봐야 합니다. 대놓고 "여러 번 반복 감상해라!" 라고 주장하는 영화에요.



 - 내용은 참 암담합니다. 역시 스포일러 빼고 말하자니 여기서 턱. 하고 막혀버리는데, 암튼 암담해요. 꿈도 희망도 없죠. ㅋㅋ

 근데 희한하게도 보고 나서 불쾌해지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그냥 한 없이 애잔하고 연민의 감정이 밀려오지만 불쾌하진 않았어요.

 그리고 뭔가 머리로는 이해가 안 가도 감정적으로 납득이 되고 공감이 되는 부분들도 많았구요.

 끝없이 주절주절 이어지는 수다 때문에 과부하가 걸릴만도 하지만 한 중반쯤 가니 '이거 굳이 다 알아먹지 않아도 상관 없겠구나'라는 생각으로 그냥 그 대사와 대화들의 분위기만 받아들이며 봤는데 그래도 꽤 괜찮았네요.



 - 참고로 넷플릭스에서는 장르 구분을 호러(...)로 하고 있는데.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호러 영화'와는 거의 아무 관계가 없다시피한 이야기지만 분명히 으스스하고 섬찟한 순간들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대체로 뭔가 기이하고 불쾌한 분위기가 시종일관 이어지구요. 어찌보면 데이빗 린치 영화랑 살짝 비슷한 부분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그만큼 변태적이거나 살벌하진 않고, 반대로 씁쓸하고 스산하게 로맨틱한 정조가 강하지만요.


 심지어 초반의 부모님댁 장면에선 종종 웃기기도 해요. 불쾌하고 불길함이 메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웃깁니다. ㅋㅋ 아 토니 콜레트는 정말 좋은 배우에요.



 - 스포일러에 막혀 이만 정리합니다.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를 보면서 퍼즐 맞추기 좋아하는 분.

 암담 암울하면서도 낭만적인 분위기를 즐기고 싶으신 분.

 보고 나서 이것저것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 시도해보실만 합니다.

 반대로 갑갑하고 암울한 건 현실 인생으로 충분하시다거나,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는 이야기가 싫으신 분들은 안 보시는 게 좋아요.

 전 거의 맨날 장르물만 줄기차게 보아댄지 한 세월만에 이런 영활 접해서 그랬는지 아주 재밌게 봤습니다.




 + 원작 소설이 있고 소설에선 주인공의 운명이 구체적으로 묘사가 된다죠. 근데 그냥 영화만 봐도 '그랬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자꾸만 늙음, 노화, 사라져감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이게 참 뜨끔뜨끔한 것이. ㅋㅋㅋㅋ 20대 때 이런 소재를 다루는 영화를 볼 때와는 느낌이 정말 다르네요. 어흐흑.



 +++ 남자 주인공은 정말로 한동안 촬영 계획이 안 잡힌 맷 데이먼 아닙니까. ㅋㅋ 검색해보니 이미 오래전부터 그런 얘길 듣고 계시더군요. 그리고 제시 버클리는 참 매력적이고 연기도 좋은데, 찾아보니 과거 출연작 중에 본 게 하나도 없네요. 허허;; 원래는 브리 라슨이었다던데 이 분이 더 어울려 보여요.



 ++++ 예전엔 찰리 '카우프먼'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요즘 표기는 '코프먼'으로 통일됐나 보네요. 근데 이 분 이름을 늘 '필립'과 헷갈려서 검색할 때마다 실수하는 건 저 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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