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형 인간

2010.11.19 17:26

dl 조회 수:2381

저는 중고등학교 때 공부를 거의 해본 적이 없습니다. 집안사정때문에 학교도 자주 결석했던 마당이니... 학교에 나가도 이미 저만치 뒤쳐진 수업을 들을만한 여유가 없어서 항상 책을 읽거나 잠을 잤죠. 시험보기 하루 전날 암기과목만 죽어라 외워서 반에서 20등정도를 유지했는데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떨어져서 30등 내외가 되었죠. 고등학교에 진학했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다가 처음으로 수능 모의고사를 보게 됐습니다. 당시 수능 도입된지 이년차라 얼럴럴하면서 문제를 받았는데, 답이 다 보이는 겁니다. 정말로 문제속에 답이 다 나와 있더라고요. 전혀 모르는 문제인데도 오답을 추려내면서 정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수리영억도 가능했어요. 영어는 원래부터 회화는 잘 했고요. 어릴때 이태원에 살았고, 당시 아르바이트도 이태원에서 하고 있었거든요. 암튼, 반에서 30등 하던 애가 전교에서 30등을 해버렸습니다. 교무실에 불려가서 엄청나게 추긍을 당했죠. 결국 한 문제 한 문제 내가 답을 쓴 이유를 설명하니까 나중엔 감탄하면서 수긍하시더군요. 그렇게 수능 천재의 탄생ㅡ.ㅡ 물론 잔머리빨도 한계가 생겨서 고3쯤 됐을 때는 반에서 10등 정도까지 떨어졌지만, 그래도 반에서 35~40등 하는 중간, 기말 고사에 비하면 탁월한 성적이었죠. 중학교 때부터 책을 닥치는데로 읽었는데, 독서가 수능을 잘 보는데 필요한 두뇌의 특정 부분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문제를 푸는데 필요한 상식도 넓혀주었고요.

그리고 마침내 수능고사를 치루고 정답을 확인하는데, 언어영역이 무척 쉽게 나와서 실망스럽더군요. 저는 문제 난이도에 관계없이 점수가 일정한 스타일이었거든요. 그때 제가 두갠가 틀렸는데 평소같으면 압도적인 성적인데 그때는 그 정도 맞은 친구들이 많더군요. 그런데 수리영역에서 반전... 저는 수능 모의를 치를 때 문제내외적으로 온갖 요소를 다 동원해서 답을 유추해내는데, 보통 수리는 그럴 여지가 전혀 없는 문제가 절반이상입니다. 근데 그때는 사소하더라도 뭔가 답을 유추해낼만한 단서가 있는 문제가 많았어요. 그리고 그렇게 억지로 조금이라도 확률을 높혀서 답을 찍은 것들이 다 맞았어요. 평소보다 아주 높은 점수가 나왔습니다.

음, 결론은 그래서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게 되었습니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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