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우던 고양이가 집안에서 알수없는 사고를 당해서 꼬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어요.

1/3가량을 잘라냈죠.


아직도 원인을 모르겠습니다.

약간 무거운 벽에 걸린 액자가 떨어져 있었는데 유리가 깨진것도 아니고 프레임에 피가 묻은것도 아니라서 이건 아닌것 같고..

당시 고양이 꼬리가 뼈가 절단되고 살가죽의 절반정도가 찢어져 있었는데 그정도로 치명적인 상처를 남긴 원인을 모르겠어요...흠.


어쨌든 부랴부랴 병원에 맞기고 저녁에 고양이를 찾으러 갔습니다.

유리 케이지에 들어 있었는데, 눈을 부릅뜨고 털을 곤두서서 웅크리며 정면을 응시하고 있더라고요.

간호사가 꺼내주러 다가가는데 위협하며 하아아악~소리를 냈어요.2개월부터 갤 키웠는데 처음 듣는 소리였죠.

제가 다가가서 손을 내밀어 주는데 갑자기 고양이가 아이가 엉엉 울듯 냐옹거리면서 울더라고요.

간호사가 역시 아빠를 알아보나보다고..그러는데 저도 짠해져서 챙피한줄도 모르고 막 이름을 불러줬어요.


꼬리를 자르고 주변 피부를 늘려 끝을 봉합하고,고양이에게는 넥카라를 씌웠지요.


집에 와서 이동장에서 꺼내 방가운데 두었는데...고양이가 잘 걷질 못하더라고요.비틀비틀..꼬리가 잘려 방향감각이 좀 달라졌나봐요.

갑자기 우다닥 막 뛰는데  벽이며 옷장이며 막 부딫치는 겁니다.왜 그렇게 앞뒤 안가리고 뛰는건지도 모르겠고...그렇게 부딫치면서 더 크게 다칠까 걱정이 되더군요.

그리고 한동안 웅크리고 앉아서 정말 초점없는 공허한 눈으로 정면만 응시하며 있더라고요.

제가 옆에 누워서 눈을 맞추고 이번엔 너 수술하느라 돈이 많이 나갔으니, 다음달에 내가 재밌는 장난감이랑 캣타워도 사줄께..말을 해줬어요.


할일이 있어서 거실에서 작업을 하는데 방에 있던 고양이가 계속 뛰쳐나와서 자꾸 안겼어요.

저도 불안해질 정도로 굉장히 불안해 보였죠.

특히 밤은 악몽같았는데, 침대 위에 올려두면 제 주변을 계속 서성이며 잠을 이루지 못하는거에요.가만히 웅크리고 있다가 불현듯 뭔가에 놀라는 듯 자꾸 발작하 듯 일어나서 안절부절 못하며 서성였죠.

계속 그런 상태로 밤을 지냈어요.작은 소리에도 발작하듯 몸을 어떻게 추스릴지 몰라서 날뛰었고,가끔 꼬리가 아파서 그런지 몸을 비틀어대며 뒹굴었죠.


그러니까, 꼬리가 잘려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는 두려움과 통증때문에 신경이 극단적으로 날카로워진 것 같았어요.넋이 나간듯 가만히 서있다가도 갑자기 벽으로 돌진해서 머리를 찧고,뒹굴고, 간질처럼 펄쩍펄쩍 뛰고..

그러다가 제게 와서 안기고..그 모습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저도 노이로제가 생길 것 같더라고요.


다음날 회사에서 왔을때, 밥을 반정도 먹은 상태였어요.습식사료에 병원에서 받은 처방약을 섞어놓았었는데, 그 약에 진통제 성분도 있고,수술부위가 덧나거나 곪지 않도록 하는 약도 있다고 했어요.

하루에 두봉지를 먹어야 하는데 잘 먹지 않더라고요.

발작은 나아졌지만 여전히 불안함이 컸고,무엇보다 수술부위가 다른곳에 닿을때마다 끔찍스럽게 아파했죠.

병원에서는 제게 하루에 두번 그곳을 소독해주라고 했는데,그 과정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선지 어떤 조치도 없이 수술부위가 그냥 노출되어 있었죠.

넥카라를 했지만 몸이 유연한 고양이인지라 이리저리 몸을 뒤틀다보면 넥카라 너머 꼬리에 입을 댈 수 있었어요.상처부위는 통증이 심해서 차마 만지지 못했지만 그 주변 살들을 물어 뜯어대곤 했죠.

결국 수술부위의 끝자락에서 벌겋게 살이 부풀어 올라오기 시작했어요.염증이 생긴거죠.


소독약을 거즈에 묻혀 거기에 대면 고양이는 비명을 지르며 오히려 자기 꼬리를 공격해댔어요.

마치 아픈 부위를 물어 뜯어서 없애고 싶어하는 것 같더라고요..


절대 고양이입이 닿아선 안되고 염증이 생기면 재수술을 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었는데..전 반쯤 포기를 했어요.재수술을 해야하나보다..생각했죠..도저히 그 행위를 막기 어려워 보였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부풀어서 입술처럼 보이던 그 상처가 하루만에 가라앉아 바싹 말라있네요.

오늘 아침에 고양이의 컨디션이 예전처럼 돌아온듯 장난을 치고 저를 붙들고 깨물려고 발광을 하고..수술이전의 그 모습으로 돌아와서 신비롭다 생각했는데 상처도 마법처럼 밤사이에 푹 가라앉아 딱지가 되었더라고요.


워낙 넥카라를 답답하게 여겨서 이제 넥카라를 떼주고 싶은데...곧 꼬맨부위가 아물며 근질근질 거리겠지요? 넥카라가 없다면 그부분을 마구 물어 뜯겠죠?...


아무튼 고양이의 회복능력은 정말 마법같네요.밥도 너무 잘먹어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01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099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1312
113117 특이한 로컬 버거 공유해 봐요 [53] amenic 2012.07.03 4023
113116 캐나다 간호사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22] 캐한미남자간호사 2012.03.10 4023
113115 (다크나라 스포일러) 크리스토퍼 놀란의 정치적 입장은 어떤가요? [29] 바우돌리노 2012.07.23 4023
113114 [기사 퍼옴] 정대세 선수의 눈물 [9] 노을 2010.06.16 4023
113113 한국 여성 살인의 통계 [7] 타락씨 2016.05.21 4022
113112 안판석 정성주 신작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보셨나요? [18] 이게무슨 2015.02.25 4022
113111 서울대 이야기 [8] DH 2013.05.25 4022
113110 진중권에 대한 잡담 [73] 메피스토 2011.11.01 4022
113109 다이어터에 나온 버피 테스트 하다가 허리 삐끗 했어요 [10] 라곱순 2011.10.31 4022
113108 나는 가수다 불판입니다 [128] 나보코프 2011.10.23 4022
113107 효린 - 그 때 그 사람 (불후의 명곡2 무대입니다) [7] 로이배티 2011.06.04 4022
113106 계륜미 여우주연상 수상 ^^ [13] 감동 2012.11.26 4022
113105 소시 일본 방송들을 보며 [4] 메피스토 2010.09.16 4022
113104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예고편 + 듀나님 트위터 후기 [13] fan 2010.08.18 4022
113103 위엄돋는 아무데다_앵글_갖다대도_유명인_잡힘.jpg [1] 룽게 2010.08.13 4022
113102 누가 누가바를 외롭게 했을까 [19] bap 2010.06.16 4022
113101 문근영에 대한 애정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못보겠는 불의 여신 정이 [6] poem II 2013.07.23 4021
113100 안젤리나 졸리의 수술. 그리고 세기의 재판 [5] 한군 2013.05.17 4021
113099 냉면 육수 만들어보려다 망했어요. [14] 푸른새벽 2012.08.18 4021
113098 [듀나인] 아기를 낳으면 필요로 하는 차의 크기? [30] 가라 2012.05.30 402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