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이야기

2013.05.25 22:13

DH 조회 수:4022

서울대가 우리 나라에서 가지는 "최고의 대학" 이라는 이미지는 아마 법인화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무너뜨리기도 쉽지 않고요. 각종 대학 평가에서 서울대가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 속에 최고의 대학은 서울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흔히 계량적 평가의 수단이 되는 교수당 학생 수, 교수의 발표 논문 수, 학교 시설 투자가 다른 대학에 비해 후진들 어떤가요. 이름만으로 폭풍간지가 나는데 ㅡㅡ;;

 

학부 교육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서울대를 공략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래도 다 같이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한 분야는 좀 해볼만 합니다(혹은 그렇다고 전 생각했습니다). MBA가 대표적이죠. 한동안 MBA 하면 당연히 미국 유학을 의미하는 것이었지만, 언젠가부터 이른바 '한국형 MBA'라는 게 등장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어차피 한국으로 돌아올건데 한국 실정에 맞는 교육을 받는게 효율적이기도 하고, MBA의 주요 기능 중 하나가 인맥 형성이라고 보면 귀국하는 순간 다시 얼굴보기도 힘든 외국인들만 만나고 오느니 한국에서 형님 동생 할 사람들 많이 만나는게 낫죠. 탑 스쿨 MBA 라고 해서 수업시간에 대단한 마법을 가르쳐주는게 아니라는 건 이미 널리 알려졌으니까요.

 

근데 요즘 이쪽에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니 그것도 쉽지 않네요. 전통적인 명문대들은 모두 MBA 코스를 개설하고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MBA는 수업료가 비싸고 장학금도 거의 없기 때문에 대학들로서는 노나는 장사죠. MBA가 경영대 전체를 다 먹여살려준다는 말이 있을 정도. 그래서 나름대로 교환학생 티오도 많이 만들고, MBA 전용 교수진을 구성하기도 하고, 외국 명문대의 커리큘럼을 들어다 앉히기도 하고, 외국 교수를 직수입해 쓰기도 하고, 국제적인 학교 랭킹에 이름을 올리려 노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서울대는 서울대군요. 관련 커뮤니티를 보면 재미있는게, 복수합격한 지원자들이 A교와 B교 중에 어디를 갈까요 하는 고민이 많습니다. 다들 나름의 갑론을박을 하죠. 위에 나열한 이런 저런 장점들이 어느 학교에 있는지를 근거로 대면서요. 그런데 서울대에는 그게 없어요. 서울대와 A교를 붙었는데 어디 갈까요? 라는 고민 자체가 별로 없습니다. ㅡㅡ; 학부도 아니고 대학원도 아니고 전문대학원인데도 말이죠. 간혹 있다고 하더라도 워낙 몰표이고, 또 재밌는게, 서울대가 아닌 학교를 편드는 사람은 이런 저런 장점을 줄줄이 나열하지만, 서울대에 표를 던지는 사람은 그것도 없습니다. "당연한거 아닌가요?" 끝.

 

사실 전 고등학교때 공부를 그리 잘하진 못해서 서울대는 꿈도 꿔본 적이 없고, MBA 관련해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서울대'는 19살에 들어가는 곳이지 30살 먹고 가는 MBA는 전혀 다른 학교"라고 생각해왔습니다만... 제가 대세를 완전 잘못 파악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생활을 10년씩 한 30대 중반들에게도 먹히다니 아 이게 서울대구나 하는 생각을 나이 먹고 이제서야 하네요. ㅡㅡ;;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08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07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1399
113138 특이한 로컬 버거 공유해 봐요 [53] amenic 2012.07.03 4023
113137 캐나다 간호사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22] 캐한미남자간호사 2012.03.10 4023
113136 (다크나라 스포일러) 크리스토퍼 놀란의 정치적 입장은 어떤가요? [29] 바우돌리노 2012.07.23 4023
113135 [기사 퍼옴] 정대세 선수의 눈물 [9] 노을 2010.06.16 4023
113134 한국 여성 살인의 통계 [7] 타락씨 2016.05.21 4022
113133 안판석 정성주 신작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보셨나요? [18] 이게무슨 2015.02.25 4022
» 서울대 이야기 [8] DH 2013.05.25 4022
113131 진중권에 대한 잡담 [73] 메피스토 2011.11.01 4022
113130 다이어터에 나온 버피 테스트 하다가 허리 삐끗 했어요 [10] 라곱순 2011.10.31 4022
113129 나는 가수다 불판입니다 [128] 나보코프 2011.10.23 4022
113128 효린 - 그 때 그 사람 (불후의 명곡2 무대입니다) [7] 로이배티 2011.06.04 4022
113127 계륜미 여우주연상 수상 ^^ [13] 감동 2012.11.26 4022
113126 소시 일본 방송들을 보며 [4] 메피스토 2010.09.16 4022
113125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예고편 + 듀나님 트위터 후기 [13] fan 2010.08.18 4022
113124 위엄돋는 아무데다_앵글_갖다대도_유명인_잡힘.jpg [1] 룽게 2010.08.13 4022
113123 누가 누가바를 외롭게 했을까 [19] bap 2010.06.16 4022
113122 문근영에 대한 애정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못보겠는 불의 여신 정이 [6] poem II 2013.07.23 4021
113121 안젤리나 졸리의 수술. 그리고 세기의 재판 [5] 한군 2013.05.17 4021
113120 냉면 육수 만들어보려다 망했어요. [14] 푸른새벽 2012.08.18 4021
113119 [듀나인] 아기를 낳으면 필요로 하는 차의 크기? [30] 가라 2012.05.30 402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