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과 카페...

2020.07.22 05:31

안유미 조회 수:716


 1.늘 열심히 산다고 말하지만 글쎄요. 나이를 먹으면 열심히 산다는 게 매우 분명해져요. 왜냐면 새로운 일을 시작할 게 없거든요. 피아노를 치거나 바이올린을 켜거나 탭댄스를 출 일이 없는 거죠. 


 물론 돈이 되지 않을 피아노를 켜거나 돈이 되지 않을 탭댄스를 추거나 돈이 되지 않을 바이올린을 켜는 건 가능해요. 그러나 그런 것들은 즐겁기 위해 하는 것이지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 아니니까요. 나이가 들면 그나마 지금까지 해오고 쌓아온 걸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는 거예요. 



 2.그렇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 열심히 산다는 것이 뭔지 헷갈릴 일도 없죠. 이미 잘하는 걸 계속하면 되는 거니까요. 하지만 인생이 분명해지는 만큼 뻔해지기도 하거든요. 


 어린 시절은 불안하고 헷갈리는 것 투성이지만 뻔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어른들은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거죠.


 

 3.어린 시절은 열심히 살지 못한다는 핑계라도 있는 법이거든요. 내가 뭘 잘할지 뭘 잘하고 싶은지 뭐가 되는 게 좋은 건지 결정을 망설이며 하루를 보내곤 하니까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 핑계가 없어져요.


 나이가 들면 열심히 살지 못한다는 건 없거든요. 열심히 살거나 열심히 살지 않는 것 두가지만이 존재하죠. 어른들은 열심히 사는 게 뭔지 잘 알면서 열심히 살지 않는 거니까요. 열심히 살지 않는 건 게을러서 열심히 살지 않는 거예요. 다른 핑계따윈 없어요.



 4.휴.


 

 5.물론 이런 말도 사치스러운 것일 수도 있겠죠. 레일이 너무 정해져 있어서 재미가 없다...라고 말을 하긴 하지만, 어떤 어른들은 자신의 레일에서 쫓겨나거나 이탈되지 않으려고 온 힘을 다하기도 하니까요. 그들은 쫓겨나고 싶지 않은 레일에서 쫓겨나버리면 그동안 레일에서 모은 것을 자본삼아 치킨집을 열게 되죠. 그야 진짜로 치킨집을 열기도 하지만, 여기서 치킨집이라는 건 대부분 비유예요. 


 

 6.그야 어떤 사람은 치킨집을 여는 대신 카페를 열기도 해요. 물론 이것도 비유예요. 치킨집은 생존이고, 카페는 낭만이라는 뜻으로요. 여러분은 지금 달리는 레일에서의 여정이 끝나면 어떤 걸 여는 사람이 될 것 같나요? 치킨집을 여는 사람이 될 것 같나요 아니면 카페를 여는 사람이 될 것 같나요. 


 잘 모르겠네요. 일단 무어라도 열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조차 어려운 세상이니까요. 



 7.어쨌든 나중에 치킨집을 하는 사람이 되든 카페를 하는 사람이 되든 아직은 열심히 살아야죠. 나중에 치킨집이나 카페를 하며 사는 시기가 오면, '어렸을 때는 그래도 좋았지...'라고 생각할 거니까요. 시간이 더 지나고 보면 오늘도 아직 어린 시절처럼 느껴질 거거든요.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어린 시기라고 볼 수도 있는 오늘은 열심히 살아야 해요. 진짜로 오랜 시간이 지나면 이런 말도 의미없어질 거니까요.






 -----------------------------







 물론 카페도 실제로 열어보면 낭만이 아니라 현실이겠죠. 카페를 운영하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37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42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1740
113080 영화채널 영화 자막 실수 [1] 가끔영화 2020.08.08 480
113079 <질문> 이 드라마들 어떤가요? [1] daviddain 2020.08.08 456
113078 나이 들어서 깨달은 것 [1] 예상수 2020.08.08 497
113077 "디비디프라임" 잠깐 눈팅 [12] 산호초2010 2020.08.08 970
113076 [EBS1 영화] 콜래트럴 [10] underground 2020.08.08 661
113075 Sonny님의 게시물 <투쟁검열, 부드럽게 비판하라는 그 말>의 덧글들에 대해 [11] an_anonymous_user 2020.08.08 929
113074 [천기누설] 14화 - 독재가 아니라 독해(讀解)가 문제다 [1] 왜냐하면 2020.08.08 304
113073 샘 오취리씨의 현타와 사과 [5] ssoboo 2020.08.08 1231
113072 이해할 수 없는 일들 11 (재앙끼리 경쟁하기) [8] 어디로갈까 2020.08.08 794
113071 투쟁검열, 부드럽게 비판하라는 그 말 [34] Sonny 2020.08.08 1078
113070 ebs다큐프라임 <문명과 수학> 바낭 [1] 곰발 2020.08.08 427
113069 옛날 예능을 보다 [2] ssoboo 2020.08.08 501
113068 공옥진의 병신춤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35] 사팍 2020.08.08 1445
113067 [KBS1 독립영화관] 한여름의 판타지아 [3] underground 2020.08.07 347
113066 조폭마누라 보고있는데 서기와 이범수 [1] 가끔영화 2020.08.07 396
113065 헌터스 2시즌 daviddain 2020.08.07 1463
113064 샘 오취리가 결국 사과문을 올렸네요. [21] 귀장 2020.08.07 1517
113063 의외로 멀쩡히? 돌아가는 남초 커뮤니티 [8] 귀장 2020.08.07 1038
113062 코핀 댄스 밈 당사자가 의정부고 졸업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습니다 [19] eltee 2020.08.07 1126
113061 인실좆, 겸손 [4] 안유미 2020.08.07 65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