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에게 성희롱을 당했어요.

2011.11.29 13:18

나미 조회 수:6542

택시를 탔습니다. 이십 분쯤 걸리는 거리, 일요일 오전이라 거리는 한산했어요.

차를 타자마자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했지요. 버스를 탈 때나 택시를 탈 때 인사하는 게 습관이거든요.

-젊은 아가씨가 인사를 잘 하네요,

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아아 네에,

하고 대답을 하며

-어디어디로 가 주세요, 말을 하고 나니 대뜸

-아가씨는 애인 없어요?

라고 묻더라구요. 어쩐지 가는 내내 아저씨가 말을 걸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가끔 택시를 타면 아예 목적지까지 한 마디도 안 하는 분이 있고 갈 때까지 쉴새없이 말을 거는 분들이 있는데 대개 후자는 첫머리를 애인 있냐, 는 물음부터 던지거든요.

있다고 말하면 어떤 사람이냐 뭐하는 사람이냐 꼬치꼬치 캐물을 것 같아 없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없...없기도 하고 크흑;

그랬더니

-왜 없어요??

라고 묻네요. -_-

-저도 그게 알고 싶은데요 ^^;

하고 대충 눙쳤습니다. 사실 그런 보람도 없이 그럼 예전에 만난 애인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냐 왜 헤어졌냐 ㅡㅡ 라고 묻기에 최대한 에둘러 대충대충 뭐 군대가서 헤어지고 유학가서 헤어지고 다 그렇죠(실제로 그런 경험 없음), 라고 대답만 시원찮게 했지만요.

 

뭐 그러고서 한 십여 분간은 김밥이 죽으면 어디 가게요? 김밥천국! 하는 농담을 한참 하시더군요. 그냥 그러려니 하며 아하하 네~하고 들었습니다.

그러다 한강 다리를 건널 때쯤 은근슬쩍 이 아저씨가 글쎄 피임을 조심하라며 뜬금없이 성교육을 시전. ?? 으아니 기사양반 내 친구 중에 애 낳고 사는 애들도 있건만 웬 피임......; 싶었지만 뭐 달리 할 말도 없고 해서 그냥 잠자코 들었습니다.

그랬더니 점점 더 가관이예요. 내용인즉슨

-임신을 하면 여자는 몸이 변한다.

-골반도 넓어지고 가슴도 커지고 엉덩이도 커진다.

-근데 수술을 하면 그런 상태에서 아이만 없어지는거다.

-그런 몸이면 남자한테 별로 안 좋은 거 아시죠??

 

...............-_-

뭐 어쩌라는건지. 선선한 일요일 오전부터 생판 알지도 못하는 아저씨한테 이런 말이나 듣고 있으니 참 기분이 이루 말할 수 없게 상큼하더군요. 내가 뭔 잘못이 있어 택시를 탔을까 제 자신에게 살짝 짜증이 났습니다. 그냥 적당히 아하 네~그렇군요 하고 듣고 있으니 급기야는 제게 묻더군요.

-외박 언제 처음 해 봤어요?

듣자마자 기분이 확 상했습니다. 질문의 의도가 뻔하잖아요. 아무 말도 안하고 그냥 있다가 내려버릴까도 싶었지만 등신같고 바보같은 나는 또 대답을 했습니다.

-대학 때 엠티간다고 해 본게 처음이네요.

이만하면 그냥 넘어가겠지 싶었는데 천만에도 전혀

-아니 그거 말고, 남자랑요. 외박해서 엄마한테 처음 혼난 게 언제예요?

라는 질문으로까지......

참 정말 뻔뻔하구나 생각하며

-그런 적은 없는데요.

하고 딱 잘라 대답했습니다. 그담부터는 뭐라뭐라 떠들어도 못들은척했더니 더이상 이야기는 진행이 아니고 붕붕 뜨더군요. 그러니까 더더욱 제 자신에게 화도 나고, 내가 등신같이 뭐하러 이야기를 다 들어줬을까 싶고. 다행히 얼마 안가 목적지에 도착은 했습니다만 그날 하루종일 내내 기분이 거지같았네요. 보통 택시타서 기사분들이 말을 걸면 하루종일 일하는데 피곤하고 심심하시겠다 싶어 적당하게 대답을 잘 하는 편인데, 이날은 정말이지 앞으로 택시타도 일절 대꾸조차 안 해야 하나 하는 고민까지 들었어요.

참 며칠이 지났는데 이렇게 글을 쓰는 걸 보니 어지간히 저도 짜증이 났나 봅니다. 이것 말고도 참 소소하게 성희롱을 한 번씩 당하는데 제일 짜증나는 건 본인 당사자들은 이게 희롱이란 것도 모르고 대단히 센스있는 양or재치있게 유혹하는 양 굴지만 보면 참 같잖아요. 그게 아니라고 이 등신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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