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커피볶는 곰다방

2011.10.18 10:35

beirut 조회 수:4062


곰다방을 처음 알게 된 건, 몇년 전 한 잡지에서였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그 기사에서의 곰다방을 이렇게 기억합니다. 담배연기에 쩐, 신경불안증 환자들의 카페인 충전소. 물론 왜곡된 기억입니다만.
아직 곰다방이 금연정책을 펼치기 전, 처음 가본 곰다방의 어둑하고 진득한 분위기는 흡사 커피숍보다는 바에 가까운 느낌이었죠. 오래된 스피커가 내뿜는 커다란 음악소리가 몇 안되는 테이블 위에서 좁은 카페공간 전체를 빵빵 때리고, 한쪽에는 엘피가 가득 꽂힌 선반, 다른 쪽에는 책이 두서없이 빽빽히 꽂힌 책장, 또 커피바 위에는 80, 90년대의 명반들이 카세트테이프로 좌륵 쌓여 있었죠. 그때 전 고등학생이었는데, 곰다방의 분위기는 당시 홍대 분위기 그 자체였습니다. 
지금은 홍대가 참 많이 변했습니다. 칠팔년 전 홍대는 지금보다는 좀 덜 북적이고, 덜 화려했죠. 카페들도 마찬가지였어요. 제가 기억하는 홍대의 카페는 모두 홍대스러웠습니다(;). 지금은 비약한 유동인구에 힘입어 너무나 많은 카페가 생겼습니다. 대부분 비슷한 인테리어에, 화려하고 북적이는 카페들이죠. 허니브레드라든지 퐁당쇼콜라 등의 디저트가 중심이 되는 트렌디한 카페들이 홍대를 점령했습니다.
곰다방은 그런 곳들과는 거리가 멉니다. 여전히 옛날의 홍대스러움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죠. 단 한가지, 흡연가능에서 금연으로 바뀐 것 빼고요. 전 비흡연자임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서운했는지 모릅니다. 니코틴에 취하고, 카페인에 취하고, 좋은 음악에 취하는 곳이 그곳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죠. 결과적으로 금연이 된 후 담배냄새를 꺼렸던 지인들도 데려갈 수 있어서 더 좋아지긴 했습니다만. 

변화무쌍한 홍대 카페 트랜드와는 전혀 무관한 길을 걷는 곰다방은 우직하게 핸드드립만을 파는 곳입니다. 전번에 올렸던 광화문커피와 같이, 드물게 통돌이로 콩을 볶는 집이기도 합니다.




전경.   



저렴한 테이카웃 가격.





눈치 챈 분들도 있겠지만, 저 그림 속엔 사장님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소심한 자아표출이랄까




벽화와 천정화. 메텔의 머리에 가려져 있는 곰사장(?)님의 모습. 역시 소심한 자아표출.





하지만 이곳의 수석 바리스타(?)는 따로 있습니다. 아래 커피들은 모두 그분이 볶는 것이죠. 매일 소비되는 많은 콩을 소규모 통돌이 로스터로 여러번 로스팅해내기에, 댜양한 산지의 신선한 원두들이 매일매일 성실히 준비돼 있습니다. 통돌이는 민감한 도구입니다. 날씨를 비롯해 많은 변수들이 영향을 미치죠. 그래서 로스터의 감이 더욱 중요합니다. 오감을 사용하여 온갖 변수에 대처하기 때문에 매뉴얼보단 경험이 중요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생두의 변화에 민감하게 귀를 기울일 줄 아는, 맛있는 커피를 위해 항상 연습하는 열성있는 로스터가 필수적이죠.










아래로 갈수록 맛과 향이 진하다지만, 일단 맘에 드는 산지를 고른 뒤 취향에 따라 연하게 내려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에 마신 커피는 브라질과 케냐. 브라질은 혀끝을 즐겁게 하는 단맛이 인상적이었어요. 케냐는 상큼한 신맛이 나면서 끝에 알수없는 상쾌함이 감돌았습니다. 분명 낯익은 맛이 섞여있는데 뭔지 모르겠어서 바리스타분께 물어보니 '솔의 눈' 맛 아니냐고 합니다. 듣고보니 묘하게 연상되더라는. 상쾌한, 시원한 향.





2010년 WBC(World Barista Championship) 우승자인 마이클 필립스(Michael Phillips). 얼마 전 곰다방을 방문했다고 하네요. 홍대 카페 트랜드엔 둔감하지만 세계 커피 트렌드엔 민감합니다. 곰다방에서 판매했던 한진중공업 사진집을 들고 한컷.

 



엘피를 직접 틉니다. 




곰다방 자체제작 더치 툴. 을지로 과학기구 상가에 가서 구입한 기구들을 조합했습니다. 더치커피는 테이카웃 한 병에 5천원.  


 


리필은 천 원. 도대체 원산지에 따라 커피가 어떻게 다른지 하나도 모르겠다! 하시는 분은 날잡고 곰다방에 가서 두어 가지 맛보시는 것도 좋겠죠. 자기에게 더 맞는 커피를 찾아보세요.

이곳은 물론이고 지금껏 제가 소개시켜드린 카페들 대부분은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대신 사장님이나 실력있는 바리스타 직원분이 상주하며 커피맛을 책임지는 곳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커피에 관한 의문이나 맛에 대한 소감 등 여러가지에 대해 바리스타와 이야기해볼 수도 있죠. 제대로 하는 커피집들에 바(bar)가 있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특히 드립커피집의 경우 한 잔을 내리는데 많은 정성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손님이 보는 앞에서 커피를 만들면 한담을 나눌 수도 있죠. 물론 혼자있고 싶은 날에는 구석자리나 테이블로 가면 됩니다. 






뱀발. 지난 번 소개했던 헤이마에 관련된 소식입니다. 제가 좋아하던 로스터분이 최근 헤이마를 떠나셨다더군요. 뭐 큰 변화야 있겠냐만은 아무래도 제가 소개했던 것과는 조금 차이가 날 것 같아서요. 민감하신 분들을 위해 정보 남겨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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