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작이네요. 런닝타임은 1시간 37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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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지 모르겠지만 암튼 폼 나는 포스터입니다. 근데 정말 뭔지는 모르겠구요.)



 - 한 가족의 좀 어색하고 이상한 일상을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카세트 테이프에 아빠가 녹음을 해서 자식들 공부를 시키는 모양인데 첨에 삼각형 문제를 낼 땐 그러려니 했는데 다음에 단어 공부 파트가 이상해요. 다들 아는 쉬운 단어의 뜻을 엉터리로 이상하게 설명해주면서 예시문까지 들어 읊어주거든요.


 그러고선 별다른 사건 없이 그냥 툭툭 이 가족들의 이상함을 보여주는 전개가 던져집니다. 대충 정리 하자면 가족들 중 아빠를 제외한 나머지는 절대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요. 다행히도 외딴 곳에 있는 대저택이라 갑갑해 보이진 않습니다만. 문제는 이 자식놈들(첫째 딸, 둘째 아들, 막내 딸)이 일생 동안 한 번도 밖에 나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는 점입니다. 가족 외의 다른 사람들을 만나 본 적도 거의 없는 듯 하구요. 게다가 아빠는 정기적으로 어떤 여자 하나를 집에 데리고 오는데, 안대를 씌우고 집의 위치를 모르게 데리고 온 다음에 뭘 시키냐면... 아들의 섹스 상대를 시킵니다. 그러고선 가족들과 하하 호호 웃으며 대화 나누다가 다시 안대 쓰고 떠나요. 그리고...


 아 뭐 '도입부'랍시고 설명할 게 없네요. ㅋㅋ 그냥 이런 식으로 이 괴상한 가족들이 괴상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홥니다. 뭔가 '기승전결'과 관련된 사건 비슷한 건 영화 끝나기 조금 전에 딱 하나 벌어지고 끝나구요. 뭐 그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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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 넘치는 괴상한 가족입니다. 사랑은 넘치죠. 넘치긴 하는데...)



 -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영화죠. 이게 데뷔작은 아니지만 이걸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고, 이후에 해외로 진출할 길이 열리고, 그래서 지금의 명성을 얻게 되었다니 '비긴즈'라고 생각해도 큰 문제는 없을 듯 하기도 하구요. 근데 제가 이 감독 영화들 중에 본 것이 '킬링 디어'와 '페이버릿' 둘 뿐이어서 '더 랍스터'를 언제 한 번 봐야지... 하면서 미루고 있다가 티빙 신작에 이게 보이길래 쌩뚱맞게 그냥 봤습니다. 아니 뭐 가족 영화니까 추석에 어울리겠단 생각을 한 것도 정말로 조금은 있구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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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세요! 이 따스한 가정의 모습을!! 민족의 명절!)



 - 그래서 이게 다 무슨 이야기냐... 라는 건 이미 다들 아실 겁니다. 친절 상냥한 한국판 포스터에 아예 카피로 적혀 있으니까요. "독재에 대한 통렬한 우화!!!"

 그러니까 아빠는 독재자이고. 엄마는 그 독재자에 동조하며 꿀을 빠는, 하지만 결국엔 본인 조차도 그 독재의 대상일 뿐인 인간이구요. 자식들은 그런 독재자의 통치에 길들여진 우민들이고. 그런 거죠. 그리고 현실의 독재자들이 자국민들에게 행하는 갖가지 우민 정책들이 5인 가정 기준으로 번역되어서 계속해서 보여집니다. 외부와의 교류 단절. 철저하게 통제되는 문화 향유. 자기들끼리 경쟁을 붙여서 바보 같은 규칙들에 대해 돌이켜 볼 틈을 없게 만들고, 또 결과적으로 이간질을 시켜 뭉쳐 반항하지 못하게 만드는 전략. 뭣보다 도덕(=부모에 대한 순종)을 최우선으로 두는 가치관 교육. 이런 것들이 정말 어처구니 없어서 실소가 나오는 버전으로 변형되어서 계속해서 보여져요.


 그리고 영화가 쉽습니다. 제가 언제나처럼 게으르게 영화 정보 안 찾아보니, 한국판 포스터도 안 보고 그냥 봤는데도 금방 대충 어떤 이야기인지 눈치 챘을 정도면 정말 쉬운 겁니다. ㅋㅋㅋ 오히려 나중에 본 이 감독의 다른 영화들이 훨씬 난해하게 느껴졌어요. 이 영화는 의외로 쉽고 (어처구니 없이) 웃깁니다. 거리감 느끼실 필요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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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어야 할지 고통스러워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전 그냥 웃었습니다만. ㅋㅋㅋ)



 - 그래서 그냥 재미 측면에서 보면 어떤 영화냐. 라고 물으신다면, 의외로 꽤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웃겨요. 물론 중간중간 쌩뚱맞게 팟! 하고 튀어 나오는 폭력 장면들이나 매우 불편하기 짝이 없는 막장 섹스 장면들 같은 게 있긴 한데요. 개인적으론 그게 영화 감상을 부담스럽게 느끼도록 만들 정도까진 아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한 번, '킬링 디어'나 '페이버릿' 보다는 훨씬 편한 영화였고 쉽고 웃기는 영화였어요. 적어도 제게는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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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격 인물을 장녀로 설정한 건 아주 적절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독재 이념을 따지고 들면 가부장제 쪽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아주 많아서 이것저것 수다를 떨고 싶지만 이제 곧 집을 떠나야 하는 관계로 (으악 추석!!! 민족의 대이동!!!!!) 간단히 마무리하겠습니다.

 포스터에 적힌 그대로 독재에 대한 우화입니다. 보는 내내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데, 그게 죄다 현실 독재 정치 상황에서 따 온 것이기 때문에 '어처구니 없다'라고 느끼는 건 감독의 의도 그대로라고 해야겠죠. 뭐 비슷한 상황을 이미 겪고 지나온 한국 사람들 입장에선 남의 얘기처럼 그렇게 편하게 웃을 수는 없는 이야기입니다만. 그렇기 때문에 더 씁쓸한 기분으로 잘 감상할 수 있는 영화기도 하겠구요.

 다 좋지만 한 가지. 매우 건전하고 바람직한 가치관으로 바라볼 때 아무래도 불편한 느낌을 내내 받을 수밖에 없는 영화이니 평소에 많이 삐딱하게 막 나가는 영화들 안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이것도 안 보시는 게 낫긴 하겠습니다. ㅋㅋ

 암튼 잘 봤어요. 역시 명절엔 가족 영화죠!!!




 + 어쩌다 보니 본의가 아니게 두 편 연속으로 '독재'에 대한 영화를 봐 버렸네요. 두 영화의 영웅님들을 본받아 비민주 권위주의적 폭력 교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



 ++ 제목인 '송곳니'는 주인공 가족에게 아버지가 제시한 규칙에서 따 온 겁니다. 너희들이 충분히 자라서 성인이 되면 집 밖으로 나갈 수 있다. 그게 언제냐면 송곳니가 빠지고 다시 날 때 라는데... 다들 아시다시피 송곳니가 빠지고 다시 나는 시기는 열 살 갓 넘었을 때죠. 허허.



 +++ 다른 것들도 웃기는 장면이 많지만 정말 어처구니 없어서 푸합. 하고 웃었던 장면 하나가 '망치를 든 고양이' 씬이었습니다. 예전에 유행했던 "판사님, 그건 우리 고양이가..." 드립이 생각나서 그만 현실 웃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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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그 전에 나오는 이 장면은...)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결국 균열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죠. 정기적으로 이 집에 들러 성매매 알바를 하던 외부인 크리스틴에게 장녀가 박박 졸라서 가방 속에 들어 있던 영화 비디오 테이프 두 개를 강제로 빌립니다. 그 중 한 편은 분명히 '크리드'인 것인데요. 웃기면서도 되게 적절하다 싶었죠. 원래 헐리웃 영화들이 실제로 옛날 옛적 독재 국가들에서 그런 비슷한 역할을 많이 하지 않았습니까.

 암튼 그 영화를 보고 신세계를 목도해 버린 장녀는 그 대가로 아빠에서 신나게 두들겨 맞고서도 정신을 못 차리고 '송곳니가 흔들리는 것 같아!' 같은 소릴 하며 희망을 품지만. '그거 그냥 너님 기분 탓임. 아주 멀쩡함.' 이라는 막내의 야멸찬 설명을 듣고는 좌절해서... 집에 있던 아령으로 자기 잇몸을 인정사정 없이 가격해서 피를 철철 흘리며 송곳니를 뽑아내고, 그걸 세면대에 두고선 외부로 통하는 유일한 수단, 아빠의 차 트렁크에 들어가 숨습니다.

 그날 새벽에 장녀의 도주를 알게 된 가족들은 사방을 찾아 헤매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아빠는 차를 몰고 직장에 출근을 해요. 그렇게 아빠가 차에서 내린 후 가만히 서 있는 차의 트렁크를 한참 동안 비춰주는데, 일단 트렁크는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화면 암전되며 엔딩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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