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14 00:01
"폭룡적이다". 요즘 은근히 돌아다니는 유행어입니다. 재미있게도 이 유행어는 "폭룡"이란 단어의 어원이 되는 김성모의 마계대전과는 큰 연관은 없는 것 같습니다. 원래 밈이라는 게 아주 정확한 뜻을 포착하긴 어려우나 어떤 사람이 의도적으로 아주 맥시멀하거나 화려한 무엇을 표현할 때 폭룡적이라고 하는 듯 합니다.
도대체 "폭룡적"이라는 게 뭐냐고 누가 묻는다면, 그 단어를 제일 잘 설명할 수 있는 예시는 바로 스우파가 아닌가 싶습니다. 자기의 춤실력을 저지와 시청자들에게 원없이 드러내야하고, 때로는 중간중간 악마의 편집에도 들어가는 기싸움이나 도발적 멘트들도 실천해줘야하고, 메이크업이나 의상들은 과감하기 그지없죠. 상대를 잡아먹을 것처럼 으르렁대다가도 또 배틀이 끝나면 눈물바람으로 탈락팀을 보내주는가 하면 마구 깔깔거리며 즐거워하는 장면들도 다수입니다. 눈물콧물짠내에 폭소와 짜릿함까지 과다하게 버무려놓은 그런 쇼인만큼 뭔가 지독하고 자극적인 그런 느낌을 표현하는 "폭룡적이다"라는 말을 이해하는데 아주 딱이지 않을까요.
최근 들어 스우파 시즌 2의 1화와 2화를 보았습니다. 이런 취향의 쇼를 딱히 좋아하지 않는데도 폭룡적인 기분에 휩쌓여 보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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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스우파 2를 보면서 일단 엠넷을 두고 혀를 차게 되더군요. '하여간 이 집도 진짜 여전~~하다'라는 생각? 속편이니만큼 시즌 1보다 훨씬 더 수위를 끌어올린 캣파이트를 보여주겠다는 의도는 알겠으나 도대체 그게 무슨 효과가 있을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이걸 마뜩찮게 생각하는데는 여러 이유가 있는데, 일단 시즌 1에서 제작진들이 '와꾸'를 짜놓은 게 이미 다 드러났거든요. 아무리 으르렁거려도 결국에는 전부 대화합을 할 게 뻔하다, 괜히 디스 같은 거 안해도 어차피 댄스 배틀이랑 서바이벌을 하면 알아서 불꽃이 튀긴다, 서로 디스전 날리는 게 좀 유치하고 그저 자극을 위한 자극이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솔직히 시청자인 저도 보다보면 괜히 기분이 나쁘더라구요. 스우파 출연자들이 직접 1화를 감상하는 비하인드 프로그램에서 댄서 바다는 그 때 찐으로 열받았다고 말하기도 했고요. 대체 왜 이런?
[스우파 1에서 댄서로서 다른 팀의 연예인 섭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던 모니카]
스우파를 만든 뒤 스맨파를 만드는 헛짓거리를 한 제작사답게, 엠넷은 여전히 이 쇼의 핵심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 쇼의 서바이벌 구조를 인정했을 때 인물과 팀들간의 갈등이 흥미로운 이유는 프로페셔널한 댄서들이 자신의 직업적 자부심을 걸고 대결하는 것 때문이지 서로 헐뜯는 감정싸움이 아닙니다. 갈등은 경쟁의 부산물이죠. 그런데 엠넷은 늘 이 갈등을 쥐어짜낼려고 안간힘입니다. 그래서 서로 존중하고, 악감정이 없는 댄서들이 상대를 비하하고 무시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캣파이트의 도구로 전락합니다. 그렇다고 이걸 잘 봉합하고 화해의 과정을 거치느냐? 그렇게 하지도 못합니다. 서로 디스 날려대고 전부 기분 나빠진 다음에 앙금이 갑자기 사라져있고 댄서들은 그냥 친해져있죠. 엉망진창입니다.
더 문제는 이 가십성 자극을 보여주느라 막상 보여주는 댄스 배틀의 재미 자체가 그렇게 크게 와닿지 않을 때조차 있다는 것입니다. 댄스 배틀 도중 같은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주거나 리액션을 댄스 배틀 가운데 끼워넣는 것은 티비 예능의 한계이니 어쩔 수 없다 쳐도, 갈등을 앞에서 너무 부풀리느라 막상 배틀 자체의 흥이나 움직임이 잘 와닿지 않게끔 편집이 되어있죠. 그러니까 황당하게도 사람들이 기싸움하는 장면들이 정작 댄스배틀보다 더 많이 나옵니다. 어떤 댄스 배틀들은 편집되어서 유튜브에서만 볼 수 있죠.
즉 이 쇼는 댄스를 주 소재로 하면서도 신경전을 춤보다 더 많이 보여주는 본말전도가 일어나버립니다. 리아킴과 미나명의 배틀이야말로 딱 그런 싸움이었죠.
하지만...
본인들이 보고 즐거워하니 저같은 일개 시청자의 항의는 무력한 것입니다....-_-a
내일은 스우파 1화 2화의 다른 감상을 또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다음편들은 아직 못봤습니다ㅠ)
2023.09.14 14:43
2023.09.14 15:07
진짜 장난 아니지 않나요? ㅋ 맵단짠을 이렇게 섞어놓으면 백종원씨도 기겁할 그런 맛이 나는 컨텐츠 같아요 ㅋ
시즌 2의 편집은 한창 더 세진 거 같다는 거에 저도 동감합니다. 사실 시즌 1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갈등은 리헤이와 허니제이였는데 후에 그 둘이 직접 말했잖아요. 자기 둘은 싸운 적은 없었고 그냥 멀어진 관계였었다고. 그 둘 말고는 초반에 훅이랑 라치카가 살짝 불꽃 튀긴 것밖에 없었고 나중에 다 죽자살자 자기들 미션에 목을 맸으니... ㅋㅋ 그에 비해 시즌 2는 갈등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리아킴이랑 미나명은 보면서도 제가 불편해죽겠어요 ㅋㅋ
저도 바다가 제일 눈에 들어오고 또 재미있는 캐릭터 같습니다. 댄서들이 자기가 안무 따먹을려고 구린데 쉬운 안무 택하는 시스템은 좀 괴상한 거 같아요 ㅋ
2023.09.14 16:17
2023.09.14 20:58
아직 3화를 안봤는데 ㅠ (하지만 다른 곳에서 이미 스포당했습니다 ㅋ)
저도 왜 츠바킬이 이렇게 천대받는지 모르겠어요. 부리더 미션에서도 솔직히 사야카가 제일 잘했던 것 같거든요? 최소한 라트리스랑 4인 경쟁까지는 올라갔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저는 이 미션 노래 중에서는 재키와이 노래를 제일 열심히 듣고 있습니다 ㅋ 귀에 완전 꽂혀버렸네요
2023.09.14 21:11
2023.09.15 12:11
2023.09.15 22:03
전 엠넷이 다 알고 일부러 그러는 것이며 실제로 그런 전략으로 원하는 결과도 얻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언제부턴가 본편은 갈등 떡밥으로 자극 쩌는 드라마 만들어 화제성, 시청률 끌어 오는 용도이고 메인 컨텐츠인 댄스 모습은 유튜브로 보여주고... 이런 게 엠넷 서바이벌 프로의 흥행 공식으로 굳어진 듯 해요. 이 프로그램 말고 다른 서바이벌 프로들도 그런 식으로 구성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물론 저는 본편도 안 보고 유튜브도 안 봅니다만. ㅋㅋ
2023.09.17 09:18
크흐흐흑 엠넷 예능 진짜 동네사람 싸움 붙이는 것 같아서 너무 짜증납니다... 그것만 아니어도 훨씬 더 쇼가 멋있고 찐하게 나올 텐데...
2023.09.17 13:29
2023.09.17 14:09
"착한 서바이벌"이라는 단어 자체가 뭔가 필요한 자극 자체가 빠져있고 밍숭밍숭한 맹탕 같은 느낌을 주는 단어라서... 최대한 시청률을 끌어올려야하는 제작진들의 입장이야 별 짓이라도 다 하고 싶겠지만 사실 이 쇼의 매력은 각 캐릭터에 있지 누가 사느냐 떨어지느냐는 서바이벌 자체에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위악적인 컨셉 자체는 별 의미가 없을 겁니다. 그냥 하던 대로 하는 짓을 하는 것일 뿐이죠. 지금의 형태가 왕도라고 볼 수도 없죠.
2023.09.17 14:40
요번 3화까지, 매주 한 화씩 새로 나온 것을 애인과 함께 보고 있는데, 이보다 고자극(?) 컨텐츠는 찾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 다음 영화나 드라마를 돌려보다가 애인이 시시해서 더 못 보더군요. 저는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전보다 훨씬 더 편집이 강화되고 이야기가 타이트해진 것 같은데, 예전이라면 3화 쯤 걸릴 일들을 바로바로 넘기고 한 화에서 몽땅 다 처리해버리더군요. 엄청나게 많은 일들과 촬영들이 있었을 것 같은데 대부분 다 통편집되고요. 파멸적인(?) 속도로 캐릭터 다 잡히고 관계 잡히니 저 같이 인물맹, 관계맹인 사람도 쉽고 간단하게 구성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 주말도 기대가 되는군요.
(바다가 너무 멋있었습니다. 다른 계급은 쉬운 안무를 골랐지만, 리더 계급은 어렵지만 추고 싶은 안무를 고른 것도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