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밤, 뉴욕의 작은 야외 영화제

2010.11.29 10:28

세호 조회 수:2317

아래 loving_rabbit 님의 글을 보다가 뉴욕 에서 살던 시절이 생각나서 잠시 향수에 젖었습니다.

그래서 옛글을 뒤적뒤적 하다 2006년에 올렸던 글을 발견. 후아 이게 4년전이네 벌써.

날씨도 차갑고 이래저래 뒤숭숭한 일도 많은 요즘 따뜻한 여름 사진들이나 함께 즐겨보았으면 해서

다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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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 맨하탄 42가에 있는 Bryant Park 에서는 HBO가 주최하는 야외영화제가 열립니다.
매주 월요일 밤 8~9 시 사이에 공원내 야외무대에 있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옛 영화들을
상영해 주는 작은 영화제입니다.

매해 여름마다 이 공원을 찾아 친구들과 영화를 보는것도 이제 3년째가 되었습니다.
잔디밭에 누워 맥주 혹은 와인을 홀짝거리며 빛바랜 영화들을 보는 재미가 상당히 쏠쏠하답니다.
거기에다 적당히 불어주는 시원한 저녁 바람은 한여름밤의 정취를 더욱 돋구어 주구요 :)

그 동안 찍어놓은 사진들을 보다가, 갑자기 듀게에 이 분위기를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자판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사진들이 맘에 드신다면 좋겠네요. 동영상도 하나 올립니다.

브라이언트 공원은 맨하탄 42가에 있는 뉴욕시립도서관 바로 뒤에 위치하고 있는 작은 공원입니다. 근처
직장인들의 휴식처로 사랑받는 곳이죠. 나무 그늘에 앉아 체스를 두거나 책을 보거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무료 무선인터넷도 제공됩니다만, 접속이 절망적으로 안되더군요.

 

 

영화제 기간중의 월요일에는 공원내 잔디밭에 오후 다섯시 전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잔디도 휴식이
필요하니까요.

 

오후 다섯시 쯤이 되면 잔디밭 주위로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일찍 도착한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다들 손에는 비치타올등의 깔개를 들고, 잔디밭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경찰을 주시합니다. 주변에는 긴장감이 돌기 시작하지요.

 

들어와도 좋다는 경관의 수신호가 떨어지면, 다들 달리기 시작합니다.

 

대략 5분후의 모습입니다.

 

이런 행사에 레인보우 깃발이 빠지면 뉴욕이 아니죠 :) 자리선점을 키스로 자축하는 커플도 보이는군요.

 

이제는 세상에서 제일 편안한 자세로 누워서 햇살을 즐기며 영화가 시작하기를 기다리는 일 만 남았습니다.
간간히 먹고 마셔주면서요. 공원 잔디밭에 누워서 찍은 6월의 뉴욕하늘 입니다.

 

친구들이 가져온 와인과 샌드위치 그리고 제가 가져온 김밥을 먹습니다. 김밥과 와인 은근히 잘 어울려요.

비치타올을 깔고 앉은 다른 팀과는 달리 저희 일행은 제가 가져온 대나무 돗자리 위에 앉아 있습니다.

능숙한 솜씨로 와인병을 따는 세호씨입니다.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지면 영화가 시작됩니다. 본 영화 상영전에는 항상 루니툰을 한편 상영하는데 호응이 굉장히
좋습니다. 

 

 

영화시작을 알리는 음악이 흐르면 관객들이 일어나서 춤을 춥니다. 주최측인 HBO 에서는 이걸 '5000 명의 HBO 댄서들'
이라고 부릅니다. 사진에 있는 팀은 흥에 너무 겨웠는지 다른 사람들 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서 춤을 추기 시작했네요.

 

 

04 년의 폐막작은 '러브스토리' 였습니다. 눈밭에서 뒹구는 장면이나 그 유명한 '사랑은 미안하다 말하지 않는것'
이란 대사가 여기저기에서 너무 희화된 탓이었는지 '눈물이나 짜내는 사랑영화 일테지' 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만, 예상외로 무척이나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여친님이 곁에 계시지 않았다는게 무척이나 가슴아팠다는것을
빼고는 아주 즐거운 밤이었죠.


 

2005 년의 개막작은 'The way we were' 이었습니다. 여주인공 보다 남자 주인공에 계속 눈길이 가게되는 작품입니다.
젊은날의 로버트 레드포드는.. 정말 아름답더군요. 그가 첫 등장하는 장면에선 여성 관객들의 탄성 소리가 공원을
나직히 채웠습니다.

 

 

올해의 개막작은 바로 이놈이었습니다. 괴팍한 히치콕 영감의 괴팍한 작품.

 

 

시대도 변하고 야외 영화제의 분위기란게 워낙 축제 분위기 인지라 유명한 장면들이 나올때 마다 비명대신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오더군요. 그렇다 해도 마지막 장면 쯤에선 여친님이 옆에 없어서 다행이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를 무척이나 두려워하시거든요.


원래 오늘도 계획대로라면 일을 마치고 공원 잔디밭에서 영화를 보고 있었어야 하지만, 비가 오는 바람에 집에
일찍 와 버렸습니다. 그러다 이렇게 긴 포스트를 올려 버리고 말았네요. 끝까지 읽어 주신 분이 계시다면, 감사합니다.


뉴욕에 사시거나 뉴욕을 여행중인 분들이 계시다면 꼭 한번 와서 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은 행사입니다.
도시의 여름밤을 꽤나 괜찮게 보낼수 있는 방법중 하나라고 자신있게 말할수 있거든요.

그리고 혹시나 스크린 가까운곳에 돗자리를 깔고 매력적인 필리핀 아가씨와, 흑인 아가씨, 히스페닉 아가씨, 그리고
금발의 우크레이나 청년과 와인을 마시고 있는 키가 큰 동양 남자를 보신다면 말을 걸어 보세요. 아직 와인이 남아있다면
같이 마시자고 할 지도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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