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

2023.11.04 17:27

thoma 조회 수:360

좋아하는 채소입니다.

어릴 때는 물론 안 좋아했어요. 

다 커서 찐 양배추를 고추장양념장에 찍어 먹거나 밥을 싸 먹는 건 그런대로 괜찮았어요. 

돈까스 먹으러 가면 커플로 나오는 양배추샐러드는 그냥 또 나왔니 하고 건드리다 마는 음식이었고요.

그러던 어느 날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을 읽는데 양배추가 등장했어요. 

수필집 제목도 수필 제목도 잊었는데 이분이 쓴 짧은 일상 수필 특히 음식 이야기를 담은 수필이 무척 많잖아요. 금방 생각나는 음식만 해도 고로케, 굴, 메밀국수, 두부, 무슨 생선구이 등등. 

그런데 양배추를 아주 가느다랗게 채썰어서 소스(마요네즈소스였던가?)를 뿌려 먹는 거 정말 맛있지 않냐며 아삭아삭 뭐라뭐라 하면서 싱싱한 양배추채 맛을 찬양하고 너무 좋아한다는 겁니다. 

양배추에 대해 참 좋게도 써 주네, 라고 생각했지만 그 글을 읽은 이후엔 양배추가 다시 보이는 거예요. 

옆으로 새지만 하루키는 자기 책을 읽고 독자가 이런 식으로 일상에 영향을 받는 걸 아주 기쁘게 생각한다고 합니다. 저도 거기에 걸려든 것. 

완전 옆으로 새는데 하루키의 글 이외에 서양인들 글에서는 양배추가 대접받는 걸 별로 못 본 거 같아요. 좀 흔해빠진 식재료로, 나쁜 냄새를 풍기는 채소로, 음식 썩는 묘사할 때 단골인 거 같기도 하네요.

하여튼 그래서 양배추를 관심 갖고 보게 되고, 나이 들면서 양배추를 점점 좋아하게 됩니다. 

무생채처럼 한국식 양념해서 먹기도 하고 마요네즈 소스 섞어 먹기도 하고 쪄서 먹기도 하고 떡볶기 할 때 넣어 먹기도 하고, 고기 들어가는 각종 찌개에도 넣을 만하면 넣습니다. 

양배추는 맛있기도 하지만 먹고 나면 몸에 부담이 없어요. 위가 편합니다. 

다만 딱 한 가지 씻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다른 채소에 비해서요. 겹겹이 둘러싼 잎을 일일이 떼어내서 씻어야 하니까요. 특히 채를 썰게 되면 부스러기 쓰레기도 꽤 생깁니다. 

그래도 한 통 사서 씻고 가늘게 채썰어서 냉장 보관해 두면 든든합니다. 이런 저런 소스 얹어가며 맛있게 며칠 먹거든요.

다이어트할 때는 양배추샐러드에 토마토 하나, 삶은 계란 하나로 한 끼 때우기도 했네요.

이상 흐린 가을 오후에 양배추 채썰고 써보는 글이었습니다. 


추가. 양배추로 만든 먹거리 중에 즙은 싫어합니다. 오래 전에 위가 안 좋은 엄마가 케일과 번갈아 갈아마시곤 했는데, 양배추즙은 미안한 말이지만 행주 삶은 맛이었어요. 행주 삶은 물 먹어 본 적은 없는데도 왜 알고 있는 것처럼 느끼는지, 냄새 때문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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