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숲] 내 생애 최악의 맞선.

2014.12.16 21:43

이레와율 조회 수:4020

제목 그대로입니다.

연말을 맞아 고객님- 어르신의 소개로 맞선을 봤어요.


왜 이때까지 결혼을 못했는지 모를만큼 괜찮은 사람이다, 라는 구구절절한 부연 설명에 뭐, 하루이틀입니까.

그냥 머리와 마음을 비우고 나갔죠.


옷차림이야 별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많이 캐주얼해 보이시긴 했지만(40대 중반에 맞선 자리지만 그래도. 이게 문제가 아니라).


보통 선 보러 와서 "쩍벌"은 좀, 아니지 않나요.

네.

쩍벌리고 다리 달달 떨고 앉아,

가끔 혀를 이상하게 말고 침으로 거품을 만들까 말까하는 중2병 걸린 애들 장난 같은 걸 치면서.....

끊임없이 자기 얘길하는 겁니다....!


네.

저는 뭐, 그래도, 갑자기 일어나 나갈 순 없으니까

꼬박꼬박 대답도 하고

적절히 호응도 해드리는데,

다시 안 만나면 되는거죠.



세상에 별별 사람이 다 있고

혹시 이 분이 제가 너무나 맘에 안 들어서 첨부터 작정하고 혐오스러운 캐릭터 연기를 했을수도 있고요.



그런데 문제는... 

대화- 라고 할 것도 없었지만

일방적으로 한 열 개 문장 이후, 한 번의 질문과 추임새 답변을 제가 하면

그걸 단 한 번도! 긍정의 대답으로 받아주질 않으시더라고요.


이를테면

자기는 서울에서 계속 생활했어서 지방에 내려와 살려고 하니 힘들다, 거기서 사귀던 여자 친구도 지방에 가자고 하면 꺼리고 어쩌고 저쩌고 블라블라- 하다가

제가 아, 네, 그렇죠. 서울분은 서울에 또 익숙해져있으니까. 

라고 대답하면

금세 아니, 그게 아니고. 라고 우선 부정부터 하는거죠.



하다못해

뭐를 좋아하신다기에

그건 어디에서 구입하시면 좋아요-랬더니


막막막 자기 화제를 여전히 이어가는 와중에 "그런거야 나는 모르고!"라고 간단히 자르고 자기 얘길 여전히 하기에 바쁘...더라고요.



이거까진 괜찮습니다.

그럴....... 수 있다, 까지는 안 되어도

잊어버리면 되는거니까요.

저한테 관심이 없었나봐요, 그렇게 생각하면 되고요.



여튼 약 50여분 정도 고문 같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집에 가야겠다고 일어났지요.

시외곽인데 불운하게도 또 가까이 살아요, 이 분과 제가-_-

같이 가자기에 아니라고 아버지가 나오신다고 그러니까, 그제야 가족-과 함께 사냐 물어봐서 아버지 계신다고 말씀드렸죠.


어머니는, 여쭤보시기에

숨길 건 아니라

올해 암으로 돌아가셨어요. 그대로 말씀드렸어요.



그러니까 이 분이 곧장 하는 말이


아휴, 그런 건 참, 닮으면 안 되는데. **씨는 건강하시죠?

하는겁니다.




참 철이 없는 사람이지요.



집에 오는 길에 허허허허- 벼라별 사람도 다 있네 하고 잊어버렸습니다. 



제가 좀 예민해서 그런가? 했다가.

황당무계해서 화도 안 나고.


세상 참.

별 일이 다 있구나.

싶어요.




생각하고- 그 다음에 말하고, 사람이 가려서 해야하는데 말입니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서 호소 한 번 해봅니다.

(더 울화 터지는건 저래놓고 아무렇지 않게 한 번 더 만나자고 연락을 하질 않나....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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