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때문에 일을 해야 하는데 어쩔 수 없이 어딜 좀 돌아다니다 왔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자가 매우 좋았지만 이제는 딱히 그렇진 않아요. 이제는 여자가 필요한 게 아니라 여자가 주는 위로가 필요한거죠. 내가 어렸을 때는 다른 반짝거리는 것들도 나를 위로해 주곤 했지만 이제 나를 위로해 줄 수 있는 건 새로운 여자거나...오래된 친구들 뿐이예요.


 시간이란 건 어렸을 때는 '나아가는'거라고 이해하며 살아요. 그러나 시간의 흐름이 점점 빨라지는 30대가 되면 나의 의지대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미끄러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죠. 나는 미끄럼틀 위에 앉아있는 거고 어쩔 도리 없이 미끄럼틀을 내려가고 있는 거예요.


 여기서 더 나이가 들면 어떻게 될까...더욱 나이가 들면 시간의 흐름이 미끄럼틀이 아니라 자유낙하처럼 느껴지겠죠. 미끄럼틀처럼 잡을 수 있는 곳조차 없이, 내가 제어할 수 없는 상태로 떨어져내려가는 느낌이 들 것 같네요.


 우울하고 너무나 슬프곤 해요. 그나마 좋게, 무난하게 헤어진 사람들과는 다시 볼 수 있죠. 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아니예요. 안 좋게 헤어진 사람들을 더욱 만나고 싶은데 그럴 수 있는 방법이 없거든요. 오래 전 친구들에게 못된 놈으로 기억되고 있고, 그걸 앞으로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 명치 언저리에서 슬픔이 꾸역꾸역 올라오는 것 같아요.


 원래는 올해 여름 휴가기간-물론 나의 휴가가 아닌 남의 휴가기간-에 미국을 가기로 되어 있었어요. 코로나 사태가 아니었으면 지금쯤 여권도 다 만들었을 거고 슬슬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겠죠. 미국을 가지 못한 게 좋은 것일 수도 있고 나쁜 것일 수도 있겠죠.


 나는 코로나 사태랑은 별 관련없는 편이예요. 내가 가는 곳들은 지난번 격리기간을 빼면 늘 운영중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요즘은 좀 갑갑하네요. 여행을 가보고 싶기도 하고 뭐 그래요. 차를 몰아주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이리저리 지방에 가보곤 했는데 이젠 그런 사람들과도 헤어진 상태예요.


 사실 지방에 가곤 했던 건 '지방에 가기 위해서'보다는 '서울에서 멀어지기 위해서'예요. 서울에서는 내가 나로 있어야 하기 때문에 때로는 돌아버릴 지경이거든요. 그래서 이번엔 지방보다 먼 미국에 좀 가볼까 한건데 처음으로 미국에 가보려고 하니 못가게 될 줄이야.


 어쨌든 열심히 살아야죠. 나중에 사람들과의 앙금이 가라앉고 다시 보게 될 때 그들의 자랑거리가 될 수 있도록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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