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소드 여덟개, 각각 45분 정도로 구성된 이야기이고, 시즌 1로 완결입니다. 시즌 2도 있고 3도 있다는데 시즌별 각각 다른 이야기로 이어지는 앤솔로지 형식이라네요. 뭐 스포일러는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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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역시 '슬래셔' 하면 복면이죠)



 - 이야기가 시작되면 배경은 80년대. '워터베리'라는 코네티컷 주의 시골 마을입니다. 시의 적절하게도 할로윈 데이네요. 다짜고짜 위 짤의 복면남이 나타나서 한 부부가 사는 집에 들어가 슥삭슥삭... 합니다. 심지어 여자는 배가 만삭이었는데... 음. 범인은 도망갈 생각이 없었는지 현장에서 똥폼을 잡고 앉아서 경찰들 기다리다가 체포되구요.

 장면이 바뀌면 현재. 한 젊은 부부가 이사 중이네요. 이사 온 집은 위의 사건이 벌어진 그 집이구요. 부부 중에서 여자가 사실은 위 사건에서 뱃속에 있던 아가래요. 어떻게 살아남아서 장성했는데, 일생동안 고향을 멀리하다가 남편의 취업, 공짜 집 등등의 이유로 이사를 왔습니다. 

 근데 오자마자 마을 사람들은 주인공을 벌레 보듯 대하고. 주인공은 엄마 아빠가 그렇게 살해당한 이유를 파헤치고 싶어하는 가운데 당연히 저 복면이 다시 등장하는 살인이 벌어지구요. 주인공은 부모의 죽음에 대한 비밀도 알아내고 새로운 사건의 범인도 잡아볼 겸 교도소에 놀러가 자기 부모님 살해범을 만나기 시작하는데...



 - 간단히 요약하자면 '스크림3'의 이야기에다가 '세븐'의 연쇄 살인을 얹고 틈틈이 '양들의 침묵'을 흉내내는 드라마입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각자 다 뭔가 추악한 비밀을 숨기고 있는 시골 마을에서 종교적 가치를 내세운 연쇄 살인이 벌어지고 참말로 궁금한 게 많은 주인공이 그 피바다 속에서 범인을 잡겠다고 뛰어다니는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마지막으로 범인 입장에서 얘기하자면, '스크림'의 살인마가 '세븐'의 빌런처럼 되고 싶어서 열심히 노력하는 이야기라고도... 네. 그만하겠습니다.



 - 애초에 독창적일 생각은 없는 이야기입니다. 그냥 이렇게 유명한 레전드급 호러 영화들에서 이것저것 인기 요소들을 가져다 섞으면서 잘 다듬어주면 그럭저럭 볼만한 킬링타임용 드라마가 될 수 있겠지... 라는 소박한(?) 발상으로 만든 드라마가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각 부분의 인용이 정말 직설적입니다. 살인마는 정말로 7거지악에 입각해서 타겟을 고르고요. 스크림 살인마 마냥 불편해 보이는 마스크를 뒤집어쓰고 신출귀몰 다니면서 칼질을 하지만 종종 실수하고 놓치는 일도 많구요. (실시간 음성 변조도 합니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원동력은 '누가 범인일까?' 놀이로 구성이 되고요. 감방 안에서 폼 잡으며 이것저것 코치해주는 원조 살인마님이야 더 말해서 무엇하겠습니까.


 다만 문제는, 충분히 예상이 되듯이, 각각의 완성도가 모두 레퍼런스 작품들보다 심히 딸리고. 또 그 부분부분들이 잘 붙지도 않구요. 이런 요소들을 하나로 엮기 위해 열심히 쥐어짜낸 스토리는 개연성 실종은 물론 그 자체로 재밌지도 않습니다. 그 와중에 쓸 데 없이 정직해서 2~3화쯤 보고 나면 범인이 누구인지 분명해져요. 음...;;

 


 -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캐릭터들이었습니다. 별로 매력이 없어요. 그리고 그 와중에 성격이 격하게 오락가락합니다. '범인 맞추기'에 중점을 둔 이야기이다 보니 모두가 의심스럽고 동시에 모두가 착해 보여야 하는 건 알겠는데 그게 별로 설득력이 없이 급변에 급변을 반복하는 수준으로 묘사가 되니 딱히 정이 가는 캐릭터가 없고. 그러다보니 누가 죽든 심드렁해져서 자극이 떨어지구요. 그리고 이런 문제가 제일 심각한 게 다름 아닌 주인공 캐릭터라는 게 치명적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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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님. 배우의 잘못은 없습니다. 각본이 잘못했지요)



 - 대충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그냥 이것저것 다양하게 베껴다 엮어 놓은 섞어 찌개 같은 드라마구요. 베껴온 소재들의 재미(?)가 조금씩은 남아 있지만 전체적인 완성도도 모자라고 독립적인 이야기로서의 매력도 많이 떨어집니다.

 그래도 슬래셔 무비의 팬이라든가. 20년전 유행했던 '범인이 누구~게!' 스타일의 난도질 호러 영화들 분위기를 다시 느껴보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기대치를 낮춰서 '간만에 불량 식품 한 번 먹어보자'고 한 번 시도해볼만은 합니다. 어차피 에피소드 8개로 끝이라 시간을 그렇게 많이 잡아먹진 않으니까요.

 음... 하지만 그래도 추천은 안 할래요. ㅋㅋㅋㅋ




 + 이걸 보게된 이유는 검색을 하다 보니 '이런 드라마가 있는데 시즌이 3개 있고 첫 번째는 좀 구리지만 두 번째는 괜찮고 세 번째는 재밌다!'는 평을 봐서인데요. 기왕 볼 거면 평은 안 좋아도 첫 번째부터 보지 뭐... 하고 본 건데. 다 보고 나니 시즌 2와 3은 예고편만 존재하고 아직 한국 넷플릭스에 없네요? 아니 이런 무슨 바보 같은. ㅋㅋㅋㅋㅋ 소감들을 보면 다 넷플릭스로 봤다고 주장하던데. 그럼 시즌 2, 3은 있다가 삭제된 걸까요. 뭐가 됐든 참 허망합니다. ㅋㅋㅋ



 ++ 미국 드라마인 척하는 캐나다 드라마입니다. 이야기의 배경이 실재하는 미국 시골 마을이고 주인공들도 다 자신이 미국인이라고 주장합니다만. 사실 제작팀은 다 캐나다인들이고 실제로 드라마를 찍은 장소도 캐나다더라구요.



 +++ 제목이 '슬래셔'이다 보니 잔혹한 신체 훼손 장면들이 종종 나옵니다. 근데 웃기는 건 정말 '슬래셔'스러운 장면은 또 많이 안 나와요. 아무래도 '세븐' 빌런을 흉내내다보니 복잡하고 번거로운 방법을 자주 동원하게 되고 결과는 매우 끔찍하지만 어쨌든 슬래시! 슬래시!! 하는 장면은 많지 않다는 거.



 ++++ 보지는 못했지만 시즌 2와 3의 예고편을 보니 시즌 1에 나왔던 배경과 배우들이 재활용되더군요. 캐나다판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가 되고 싶은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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